금융노조

최근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노조 상임간부 결의대회 모습. ⓒ이채훈 기자


관치의 그늘은 공교롭게도 내부에 의해서 드러났다. 지난해 국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원이 정권의 관치에 의한 밀실 결정이었음이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폭로된 것이다.


이 때문에 역대 정권의 관치금융 행태에 대한 문제가 재조명됐다. 문민정부 때부터 가동한 ‘청와대 서별관회의’가 아무 법적 근거도 없이 ‘관치금융의 최정점’에서 국책은행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했다는 점에 대해 논란이 증폭됐다.


경향신문은 지난 8일 홍기택 전 회장 인터뷰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국책은행의 4조2000억원 지원에 대해 “지난해 10월 중순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등으로부터 정부의 결정 내용을 전달받았다”며 “당시 정부안에는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최대 주주 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얼마씩 돈을 부담해야 하는지도 다 정해져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홍 전 회장은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해 “당국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했으며, 당국이 모든 사안에 관여하면서도 방식은 말로 지시했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밝혔다. 관치의 흔적이 남지 않게끔 하려 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10일 김문호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이 정권은 자유시장주의의 탈을 썼을지는 몰라도 실제로는 계획경제체제에 경도된 독재정권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고 질타했다. 비공식 밀실 회의체에 불과한 ‘서별관회의’가 정권 차원의 금융정책을 결정하고 이를 국책은행에 강요해온 행태 때문이다.


특히 금융노조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즉각 사퇴를 강력히 요구했다. 정권에 대한 맹목적 충성심으로 국책은행에 부실기업 지원을 강요해 위기를 전이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에게 덮어씌워 성과연봉제 강제 도입 명분으로 포장한 임 위원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 회장의 증언은 한국의 추악한 관치금융 실상과 그 책임자들을 낱낱이 밝혔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정권에서 금융당국으로 이어지고, 낙하산 인사를 통해 금융산업 전체로 이어지는 관치금융 커넥션이 드러났다는 것. 홍 회장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청와대 몫이 3분의 1, 금융당국이 3분의 1”이라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증거를 밝혔다.


앞서 금융노조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갑론을박’하기 전에 이 위기가 초래된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보장됐다면 국책은행들이 부실기업에 대대적인 지원을 했을 리 없다는 것이다.


금융노조는 “홍 전 회장의 증언으로 이 의혹은 사실로 판명됐다”며 “밀실에서 대우조선해양 부실 지원을 결정한 이들 모두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별관회의 당사자들이 관련 보도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일축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은행은 파문 진화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산은은 10일 보도해명자료를 내고 경향신문의 보도내용은 공식 인터뷰가 아닌, 5월말경 해당 언론사 기자와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관련 세미나 협조를 위한 환담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홍 전 회장 명의로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방안 결정시 당국 등이 일방적으로 결정하였다고 보도되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며, 지원규모 및 분담방안 등은 관계기관 간 협의조정을 통해 이루어진 사항이라는 것이다. 한편 홍 회장은 중국이 창설한 AIIB의 부총재로 선임돼 산은 회장직에서 물러나 베이징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