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관치의 그늘이 금융계에 이어 조선업까지 잠식하고 있다. 사진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전경. ⓒ이채훈 기자


부끄럽지만, 미안하게도, 아직 현대중공업과 골리앗 크레인을 보면서 느끼는 나의 감정은 솔직히 무덤덤하다. 들어가 뭘 해본 적이 없어 그런가. 죄송하다. 그런 그 ‘덤덤덤덤’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 글자는 뜻밖에도 아산의 명언이었다.


‘회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길이고 나라가 잘되는 것이 회사가 잘되는 길이다.’


이 글을 보면 괜시리 외국에서 한국어 간판을 보듯 가슴이 뭉클하다. 두바이 6성급 호텔 아침 뷔페에서 총각김치 찾듯 목젖을 타고 침이 꼴깍 흐른다. 진회색 공장의 어마어마한 외양과 함께 견고딕으로 한자 한자 새겨진 거대한 글씨. 눈물 한 방울이 눈곱을 콕 찍을 듯하다. 일견 말은 그러한데,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빌듯 가슴에 손이 얹어지는데, 그런데. 


그런데, 굳이 지옥과 나라의 옛 이름을 합성한 그 단어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내가 열심히 일을 해도 이 회사가 잘 돌아갈까, 회사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나라가 잘 돌아갈까.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고민들을 누구나 다 하는 것 같다. 나와의 연결고리로써 아버지와 소속집단의 장과 국가의 장을 동일시했던 수컷들의 고매한 대화가 아니다.


세상에, 근자에는 ‘하면 된다’라는 말 대신 ‘되면 한다!’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얼마나 안됐으면, 얼마나 되는 일이 없으면. 그 까닭에는 바깥 요인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 나라가 최근 몇 년간 국민도 안 되고 회사도 안 되는 방향으로, 나라도 안 되는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현상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기 때문이다.


괜시리, 아니 기어코 나라를 참칭하는 자들이 문제다. 저들이 무엇을 잘못하는지도 모르고 국가와 청와대와 아버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그 정권이 잘못이다. 아니다. 뽑은 우리가 잘못인가. 그런가?


그렇다. 그렇지 않다. 줄기 잎을 하나씩 떼다가 이런 생각을 한다. 어느새부턴가 청와대는 전경련의 하수인이 된 지가 오래다. 역대 정권을 막론하고 그랬을 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청와대에 앉아 있으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네요.’ 한탄하기도 했었지.


이상한 먹이사슬, 관치의 그림자


전경련의 하수인으로서 올바른 경제정책을 입안할 수 없는 청와대가 뻗치는 마수는 공교롭게도 은행과 금융권으로 돌아간다. 돈을 만지는 자들이 다시 기업들을 쪼고……. 주객도 공수도 모르겠는 물고 물리는 이상한 먹이사슬이다.


그들이 주는 거름을 받으며 부역하는 소위 정치인들은, 언론인들은 구조조정이 곧 정리해고라는 프레임에 너무나 익숙하면서도 이를 은폐하기에 급급하다. 노동자들은 숨이 막혀 죽거나 죽을 지경인데, 저들은 여기에 심지어 ‘사양산업’이라는 말까지 덧붙이고 있다. 은행과 조선소 이야기다. 사양산업이라는 말은 이제 업계 종사자들의 극심한 반발로 좀 누그러들었지는지 모르나 박근혜 정권이 노동개악의 집중 타깃으로 은행 노동자와 조선업 노동자에 표적을 겨누고 있는 것은 명약관화다.


관치의 그림자다. 언뜻 어울리지 않는, 그러나 쇠 금(金)을 다루기 때문에 일견 통하는 은행과 조선소 사이에서 또아리 트는 어둠의 그림자를 부끄럽지만 작은 촛불로 아는 만큼만 비추려 한다.


지난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융개혁 화두를 줄기차게 제기했을 때 사실 조금 의아했다. 금융개혁에 있어서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은 ‘관치’다. 금융의 공공성을 감안하더라도 국내 금융기관이 어느 곳 하나 자기 소신대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었는가 생각해보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죄다 낙하산이다.


금융위원장이 아무리 개혁을 외쳐도 그 역시 낙하산은 아닐지언정 정권의 하수인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은행은 금융위 때문에 금리 하나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그런 얘기는 금리자유화 조치 이후에도 여전히 공공연한 비밀 아닌 의혹인 듯 뭉게뭉게 담배연기 속에 피어오른다.


금융계 성과연봉제, 저성과자 해고 신호탄


그런 금융위가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얘기한 것이 성과연봉제다. 사실 성과연봉제는 허울 좋은 소리고 저성과자 해고를 법적으로 허하겠다는 박근혜 정권 노동개악 추진의 신호탄이었다. 허울 좋은 이유는 금융권의 높은 연봉이 국민여론을 무마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고 이미 금융계에 성과제는 만연했기 때문이다. 특히 영업 분야에서 피와 살을 말리는 실적경쟁이 극심했기 때문에 금융상품의 극심한 왜곡이 나타났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갔다. 종사자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여서 최근에는 돌연사를 당한 은행원이 나타나기도 했다. 저성장으로 대변되는 뉴 노멀 시대에 은행은 이미 포화상태다. 인구가 급격하게 늘지 않는 이상 국내 새로운 시장개척은 무의미한 일이다.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해외 진출하는 게 아니다.


눈길을 조선소로 돌려 울산이든 통영이든 한국의 조선업에서도 개개인의 성과를 매길 수 있는가, 일 못하는 사람을 솎아 내거나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켜고 있지만 그렇게 해서 제품의 품질이 개선되는 분야인지도 모르겠다. 성과제가 명분대로 쓰이지 않고 눈엣가시 뽑아내는 데 쓰일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금주에 들었던 최고의 거짓말은 ‘저비용 고효율’이다. 현대중공업에서 3조5000억원(내놓으라는 건 왜 안 내놓고?) 규모의 자구(그 돈이 무슨 돈인지 몰라서 그러나?)책을 내놓은 지 얼마 되잖은 벌써부터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명분으로 분사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퇴직자 대부분이 정몽준-정기선 일가가 지분을 장악하고 있는 현대중 자회사로 일자리를 옮겼다는 얘기가 나온 지도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다. 현대중은 정말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만들었나. 무조건 싸게 빠르게만 외치며 아래로, 밑으로 몰아붙여서 올해도 여러 소중한 목숨이 원치 않게 세상을 등졌다. 해양플랜트 때를 보더라도 품질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다시 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조선업 노동자들은 정말 대한민국 조선 산업이 문제가 있어서 고꾸라진다면 그 이유는 세계 교역량 감소로 인한 불황도 아니고 조선업 베테랑 중의 베테랑 노동자마저도 질려버리게 만드는 하청 생산 구조와 그로 인해 악화될 대로 악화된 물량팀으로 대표되는 노동 조건에 있다고 말하길 주저 않는다. 세상에, 돌관(돌격관철)팀이라니. 현대중공업에서 저비용으로 정말 고효율이 된 것은 정몽준 대주주의 해마다 오르는 배당금이다.


빚 받아내야 하는 채권단이 조선업 구조조정?


또 금융 채권단이 조선업 구조조정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전제다. 채권단 중의 채권단이라며 중공업을 닦달하는 KEB하나은행조차도 관치의 희생양이다.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이, 나아가 금융위, 청와대가 전면에 나설 수 없으니 꼭두각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 조선업계에 구조조정을 몰아붙이는 하나은행마저도 성과주의, 구조조정의 피해자이다. 그 자체가 금융발전이 아니라 채권단을 위한 구조조정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먹튀 론스타에 어마어마한 금액을 주고 외환은행을 사들여 저 역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하나금융그룹. 통합 이후 생각보다 실적이 좋지 않은데다 하나와 외환 영업점의 영업반경이 상당부분 겹치면서 외환 노동자들은 장기적으로 해고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초록은 동색, 사실이다. 금융이 관치를 당해 제 뜻을 펴지 못하니까 청와대의 노동개악 추진의 뒤치다꺼리나 하고 있다.


조선산업 구조조정이라면 담당 소관 부서인 산업부가 해야 되는 거 아니냐, 왜 금융위가 논란의 중심에 있느냐는 지적은 곁가지일 수도 있다. 산업자원부인들 해양부인들 컨트롤타워도 모호한 그들이 조선산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었다면 왜 아직도 대학에서는 조선업을 노동집약적산업으로 가르치는 것인가. 물론 지금은 고쳐졌을지 모르겠지만 진보적 학풍을 자랑하는 한 국립대 관계자로부터 들은 얘기다. 초중고에서부터 배 만드는 일을 아직도 노동집약적산업으로 가르치는 한 역대 정부 대대로 견지하고 있는 조선업에 대한 인식은 썩을 대로 썩었다고 하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하겠다.


베이징발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의 서별관회의 폭로는 논란에 불을 댕겼다. 왜 그 자리에 있을 때 용감하게 따지지 않고 이제야 그런 말을 하냐는 제3당의 볼멘소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중요한 문제제기였다. 박근혜의 복심인 최경환이 있고 청와대의 다른 수석들이 있는데 사실 금융위원장도 논란의 핵심에 있는 인물은 아니다. 그는 농협금융지주의 회장을 했었고 금융위에서 오래 일한 관료다. 그 역시도 소신 있는 인물이라는 평(그는 원래 개혁주의자인데 마침 박근혜 정부의 4대 개혁 중에 금융 분야가 있었기 때문에 방향은 다르지만 같은 ‘개혁’ 단어가 겹쳐 그 자리에 오월동주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때문에 친박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포지션에서는 벗어나지 않는 사람이다. 지난해에 그가 제일 많이 한 이야기는 ‘핀테크’였고, 올해 그가 제일 많이 했어야 할 얘기는 성과연봉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실제로 다른 이슈에 묻혀서 그렇지 지금 금융노조는 성과주의 도입 저지 투쟁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가 해운, 조선 두 분야의 칼바람이 눈앞에 들이닥쳤다. 그는 서별관회의의 주인공이자 구조조정 농단의 4인방 중 하나가 됐다.


다시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으로 돌아가 문자 그대로 빚 받아내야 하는 채권단이 조선산업의 미래를 생각할 수 있을까. 관치에 무 잘리듯 척척 들어가는 금융쪽이 산업과 국가의 미래에 대한 통찰을 발휘할 수 있을까. 그들 수뇌부는 노동자가 몇 명이나 잘려나가든 눈 하나 까딱할까. 오로지 그들이, 그들 위에서 군림하는 자들이 생각하는 그림은 오로지 성과연봉제, 저성과자 해고일지 모른다. 얼마 남지 않은 임기 내에 끝내야 한다. 혹시나 그게 애국의 길이라고 착각하는 줄도 모르겠다. 차라리 그렇길 바라는 까닭은 정치자금과 암거래 같은 풍설에는 귀를 씻어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스 최대 선사 오너 “한국정부, 더 이상 조선업 구조조정 손대지 않았으면”


어쨌든 청와대는 조선소와 금융 노동자들에게 칼을 뽑아들었다. 그런데 상대를 잘못 건드렸다. 은행은 그야말로 국가경제에 기간이 되는 분야다. 어느 정도 공공과 공익의 가치가 감안돼야 한다. 그런 은행에서 성과라는 가치를 들이댔을 때 실현된 게 낮은 금리, 높은 수수료, 불완전판매다. 불완전판매 중에 뭐가 있나. 키코도 있다. 키코 때문에 멀쩡한 중소조선사 몇몇 곳이 그대로 고꾸라졌다. 견실한 조선소를 그렇게 만든 책임이 있는 은행들이 자기 책임은 도외시하고 채권단의 일원으로서 조선산업의 구조조정 고삐를 죄고 있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하는 몇몇 은행들이 한사코 중소조선소에 대한 지원을 끝끝내 막아냈다는 증언도 있다.


상대를 잘못 건드린 이유는 또 있다. 은행원들, 조선소 노동자들. 그들은 각각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를 대표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능한 노동자들이다. 대한민국에 가장 강한 노조, 제일 똑똑한 노동자들이라는 별명이 있는 금융노조에서는 진작에 불법적이고 강압적으로 개개인에게 성과연봉제 조인을 압박한 은행 경영진과 임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등 잘못된 정책 결정을 한 위정자들에게 화살을 겨누고 있다.


지난 봄 남동임해 여러 곳에서 만난 조선소 노동자들은 노동‘기술’집약적산업이라고 조선 산업을 칭하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게 사실이고 이는 비단 그들만의 생각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서는 잇따라 정부, 채권단 주도의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시대 흐름에 가장 민감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이 먼저 조금만 버티면 될 것을 제 팔다리를 잘라내 다시는 일어설 기회를 잡지 못한 일본 조선 산업을 우리나라의 지금 위기 상황에 비견해 조선 산업 발전 방향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촉구했다. 일전에는 그리스 최대의 선박 수주 마켓에서 그리스 최대 선사의 오너가 한국 조선업은 지금도 세계 최고라며 한국 정부가 더 이상 조선업 구조조정에 손을 대지 않았으면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정부가 조선 산업을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조선업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조선업이 무너지든 말든 상관 않을 사람들이라는 얘기다.


노동자들이나 업계에서나 학계에서나 조선업 종사자들은 도크 줄이고 사람 자르고 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일자리 나누고 다 같이 살고 무엇보다 미래를 대비하며 기술 진작하고 연구개발 투자하고 친환경선박 스마트선박 시대 준비하자는 얘기를 목이 쉴 정도로 하고 있다. 이 얘기 귓등으로나 들었더라면 역대 정부에서 그렇게 잠자코 있는 동안 한국에 조선업 기술을 압도당한 중국과 일본한테 우리가 선박금융에서 그렇게 뒤쳐졌을 것인가.


가혹한 말이기는 하지만 사실 지금 성과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한다면 가장 먼저 잘라내야 할 사람들은 정책 판단을 실기한 관료들이랑 말도 안 되는 정책을 불도저로 밀어 붙인 역대 정권의 수뇌들이다. 연금을 주지 않음은 물론 여태 준 봉급을 뺏어도 모자랄 것이다.


조선업 미래 가장 걱정하는 건 조선 노동자


생각난다. 차멀미를 하며 해안선을 돌아 고성 조선소 정문에 도착했을 때 차멀미로 엄살을 부렸던 나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꼈다. 철문 앞에는 회사에서 쫓겨나 차가운 맨바닥에서 노숙 농성을 하기를 주저 않은 내 또래의 젊은 물량팀 노동자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 총대를 매고 동료들의 안위를 위해 분연히 일어난 삼원의 대표자는, 한때 공직 생활을 오랫동안 했었다는 물량팀의 아버지는 의회, 정치인, 고용노동부, 경찰, 재계, 공장 관리자들, 법률가들 많은 이들에게 시달림과 냉대를 받았던 것 같다. 그는 안광 속에 또 다시 촛불을 켜며 위정자들이, 회사 경영자들이, 공장 관리자들이 애국심도 없고 국가 의식도 없고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도 없고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한 인식도 없다고 했다. 저들은 이 나라를 생각하지 않고 제 안위만 생각한다는 말이고, 우리는 봄이 와도 봄이 오지 않는 엄동 속에서 인간에 대한 예의 없음에 치를 떨었다는 얘기다.
거제도 갔을 때도 대우조선노조 양병효 고용안정부장은 대한민국 조선 산업을 생각해야 된다고 했고, 백년대계는 꿈도 꾸지 않으니 십년중계만이라도 그려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진심을 다해 했다.


우리나라 조선업의 미래에 대해 제일 많이 걱정하는 사람들은 산업부도 아니고 금융위는 더더욱 아닐 테고 조선소 경영진들도 아니고 이 땅의 조선 노동자인 것 같다.


이런 회사라면 나라도 안 올 거라는 회사가 이 나라 도처에 비누방울처럼 늘어나고 있다. 요즘 기자다운 기자가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기자보다 기레기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십년 사이에 급격한 외주, 파견화로 미디어 종사자들의 고용 여건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사람들이 신문을 안보고 뉴스를 안보고 스마트폰으로 소비하니까 어떤 기자들은 광고 따러 다닌다고 미디어는 이미 광고주들에게 종속됐다고 말하고 싶은데 알량한 기자 체면에 쪽이 팔려서 말을 못한다. 이 업계에 들어오고 나서 들을 때마다 가슴 아팠던 말은 돈도 얼마 안주는데 그딴 일을 왜 하냔 얘기였다.


조선소 노동자라고는 하지만 배를 만드는 사람을 ‘기자’처럼 짧은 단어로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워낙 또 공정이 많아서 개개 부르는 이름이 다르겠지만 이대로만 간다면, 정말 이대로만 간다면 조선소다운 조선소가 없어질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여기서 우리가 크레인 을 멈춰 세운다면 ‘조레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여름이다. 방어진순환로를 덮은 아스팔트의 뜨거운 지열 위로, 유월의 햇살을 받아 번뜩이는 골리앗 크레인의 저 위용 너머로 투쟁의 기운이 타오른다. 살아야 하기에, 다 같이 살아야 되기에.


고성의 누군가 말했듯 민주공화국에 대한 국가적 인식과 함께 피 땀 흘려 이 나라를 이룩해 온 노동자들의 권리를 생각하면서 애국심을 갖고 국가를 경영해야 하는 자들은 지금 어디서 뭐하고 나자빠졌는가. 우리는 얘기 좀 하자고 그렇게 얘기를 하는데 저들은 얘기를 귓등으로 흘러 넘기니 말로는 안 되는 자들이다.


저들의 직무유기가 별안간 감시 없는 감시 속에 계속되고 있는 한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처지는 명동과 방어진이 다르지 않을 것이고, 노동자들의 연대는 여의도와 고성이 같은 마음이어야 할 것이다. 싸움이 머지않았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조는 안 된다던 누군가는 ‘길이 없으면 만들어라’는 또 다른 명언을 남긴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