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에 달하는 조선 3사의 사내하청노동자는 현재의 고용구조 아래 감원의 1차적 대상이 되고 있다. 이 가운데 30%만 감원되더라도 무려 3만여명에 육박하는 엄청난 규모의 실직자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부산대 사회학과 신원철 교수가 조선업 구조조정에 있어 차별적 고용조정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신 교수는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지하 강당에서 개최된 ‘위기의 조선산업, 벼랑 끝 조선노동자, 올바른 해법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대토론회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신 교수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고용노동부 실무작업팀 현장 방문시 대우조선해양 관리자는 사내협력업체 노동자가 4분기에 3만명에서 1만7000명 수준으로 감축될 예정이고, 삼성중공업 관리자는 4분기부터 감축이 시작돼 3만 2000명의 절반 정도가 감축될 것이라 밝혔다.


3만명 이상이 실직할 가능성?


현대중공업에서는 2014년 12월부터 2016년 3월 사이에 사내하청 노동자가 7742명이 감소한 것으로 보고돼 2016년 하반기와 2017년 상반기에 걸쳐 약 3만명 이상이 실직할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김준, 2016)이다.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이달부터 현대중공업에서 7000여명이 실직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선대기업의 사내하청노동자는 임금과 기업복지 측면에서 직영 정규직에 비해 차별적인 처우를 받아 왔는데, 고용조정 과정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있다. 직영 정규직처럼 희망퇴직 등을 통해 퇴직위로금 등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임금, 퇴직금 등을 확보하는 것조차 위협받으며 고용보험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물량팀 소속의 사내하청 노동자 가운데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못한 노동자의 비중이 높아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그동안 내지 않은 보험료의 납부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노동시간 단축 특별법 및 고용안정특별법 제정’, ‘실업부조 도입 및 실업급여의 대폭 확대’,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3만 명 실직 사태를 어떻게 방지하고 고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감원이 불가피하다면 실직자와 그 가족의 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내기 위해서 정부와 사용자, 노동조합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나가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규직 고용조정의 문제점


사내하청노동자에 비하면 유리한 지위에 있지만 조선대기업의 직영정규직도 고용조정과정에서 고용조정의 경제적 사회적 충격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지난 2008년말 이후 조선불황을 계기로 한진중공업에서 정규직에 대한 정리해고를 실시한 바 있고, 이를 둘러싼 노사갈등이 커다란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됐다.


지금까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에서는 정규직에 대한 정리해고는 거론되지 않았지만 퇴직위로금을 제시하는 희망퇴직이 추진됐다. 현대중공업 3000명, 대우조선해양 2300명, 삼성중공업 1500명 감축계획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과장급 이상 희망퇴직위로금으로 최대 임금 40개월분과 고등학교 대학생 자녀 학자금 지급을 조건으로, 5월 9일부터 20일까지 사무직(연구직 포함) 과장급에 대해 희망퇴직을 받고, 5월 20일부터는 20년 이상 근무한 기장 이상 생산직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6월 1일 1200명(생산직 151명 포함)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대리급 직원 위로금으로 1억3000만원을 일괄 지급하는 조건이 보도된 바 있다.


이와 관련 희망퇴직을 실시할 경우 그 규모와 대상자 기준 등에 관해 노동조합과 협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희망퇴직 대상자의 목표인원과 기준을 설정해 노동자에게 사실상 사직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면 ‘강제사직’과 다름없는 성격을 지니게 되기 때문이다. 희망퇴직 대상자를 부서별로 할당하여 지명하거나 강요하면 정리해고와 유사한 강압을 띠게 돼 희망퇴직 대상자의 기준을 저성과자, 직급연령초과자, 고연령자 등으로 설정할 경우 해당자에게는 ‘강제사직’ 혹은 ‘정리해고’와 유사한 고통 및 충격을 줄 수 있다.


신 교수는 “조합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의 범위가 확대되고, 강압적으로 진행될 경우 이를 둘러싸고 노사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희망퇴직 또한 그 명칭과는 달리 비자발적 이직의 한 형태로서 이를 실시하기에 앞서 충분한 노사협의와 당사자인 노동자 개인의 동의를 거쳐 추진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협의를 통한 구조조정


유럽에서는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해 고용조정의 필요성과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시도하는 사회적 협의를 통한 구조조정이 원칙으로 확립돼 있다.


불가피하게 고용조정을 할 경우에도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는 관점에서 ‘사회적 양식을 갖춘 기업 구조조정’(socially sensible enterprise restructuring),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인력 감축’(socially responsible workforce reduction), ‘책임 있는 구조조정’(responsible restructuring) 등의 개념이 사용됐다. 국제노동기구는 유럽위원회와 공동으로 2003년 4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구조조정’에 관한 회의를 개최하고, EU 차원에서 ‘사회적 양식을 갖춘 기업 구조조정’이 갖춰야 할 요소에 대해 논의했다.


1973년 오일 쇼크 이후에는 일본 조선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수준의 노사협의기구와 정부차원의 기구를 통한 노동조합의 참가가 이뤄졌다. 일본 조선업에서도 직영정규직과 사내하청공의 이중적 차별적 고용구조가 존재했고 사내하청공에게 고용조정비용이 전가되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직영 정규직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은 산업별 수준의 노사협의와 정부의 산업정책에 관한 협의기구에 대한 참여가 보장됐다.


한국노총은 5월 25일 국회 차원에서 조선, 해운산업 구조조정에 관해 여, 야, 노사정, 피해 당사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제안했는데 일본에서는 업종수준의 노사협의기구로 ‘조선산업 노사회의’가 운영된 바 있다.


1969년 12월 16일 일본조선공업협회와 전국조선기계노동조합총연합회의 합의로 ‘조선산업 노사회의’가 출범됐다. 조선산업 수준의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의 협의기구로서 각 조직 임원 및 사무국 직원 11명씩 도합 22명 이내로 구성, 연 3회의 정례회의와 필요시 임시회의를 개최했다. 일본 조선산업의 산업정책 및 구조조정 정책과 관련해 운수대신의 자문기관인 해운조선합리화심의회(조선대책부회)에 노동조합이 참가한 바 있다.


신 교수는 “민주주의적이고 사회적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고용조정의 원칙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협의기구의 구성방안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층적 사회적 협의기구의 필요성


신 교수는 현재 당면한 조선산업의 구조조정과 고용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중층적 사회적 협의 기구가 필요하며 국회 차원에서 고용보험법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의 개정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현안을 조정, 해결해나가기 위한 특별위원회의 구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고용위기 아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실업급여(구직급여) 금액과 자격 요건, 지급기간 등 고용보험법을 개정하고,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 주요 이해당사자의 참가를 보장하기 위해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내 협의체와 별도로 사용자단체와 노동조합 등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구조조정과 관련된 사회적 협의기구를 통해 구조조정의 원인과 전망, 구조조정의 방향과 절차, 시설감축 및 인력감축의 필요성 여부 등에 관한 폭넓은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협의기구에는 정부 관련부처와 채권은행, 조선산업 사용자단체, 노동조합, 그리고 협력업체 관계자가 함께 참여하고, 조선업종 차원의 노사협의회 혹은 노사간담회를 정례화하고, 그 산하에 구조조정 및 고용조정과 관련된 특별위원회 등을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조선업종에 적합한 노동시간단축 및 일자리나누기 모델, 재취업 훈련지원 프로그램 모델, 실직근로자에 대한 상담 및 생활지원 프로그램 등에 관해서 협의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 교수는 “개별 조선소 차원에서 원청 사용자와 정규직 노동조합, 그리고 협력업체협의회와 하청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조선소별로 구조조정의 방향과 절차, 시설감축 및 인력감축의 필요 여부, 노동시간단축 및 일자리나누기 시행방안, 재취업훈련지원 프로그램, 이직자 상담 및 생활지원방안 등을 협의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용유지와 생활안정에 중점을 둔 구조조정


고용 유지에 주안점을 둔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 대우, 삼성의 대형 조선소에서 대규모 감원을 이루어질 경우 이들이 재취업할만한 일자리를 바로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한 얘기다.


경남 통영이 2013년 중형조선업체들의 위기로 ‘고용촉진특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사내하청노동자들이 고용유지, 고용촉진, 직업능력개발 등 이렇다 할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 시기에는 대형조선소의 사내협력업체에 취업할 가능성이 열려 있었지만 2016년 현대, 대우, 삼성에서 밀려나오는 사내사청노동자들에게 재취업의 가능성은 훨씬 더 좁아진 상황이다. 고용유지와 생활안정에 우선을 둔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신 교수는 “영국과 스웨덴의 조선업이 쇠퇴할 무렵 각각 조선소를 국유화하기도 했는데, 이는 1차적으로 고용안정에 중점을 둔 선택이었다”며 “영국과 스웨덴의 사례로부터 시장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유화를 통해서 고용조정의 충격을 완화하려 노력한 점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사례에서는 1977년에 조선산업이 국유화돼 ‘영국조선’ 설립 시점에는 9만명이 종사(4만명은 일반 신조선, 2만 5000명은 군함 건조)했으나 1984년말에는 1만 2500명만이 신조선 건조에 종사했다. 군함 건조 인력은 그대로 유지했다.


또 1974년 노동당 정부가 집권하면서 노동당과 영국 노총이 국유화에 관해서 긴밀하게 협의해 이듬해 국유화법안을 제출했으며 1977년 6월 1일 통과됐다. 국유화에 반대한 기업주들은 국가를 상대로 보조금을 얻어내기 위해 노동조합과 협력했다. 1979년 9월 영국조선과 노총 사이에 협정이 체결돼 강제 정리해고를 제외한 고용감축을 수용했다. 고반조선(Govan Shipbuilders)은 1977년 5600명에서 1984년 2200명으로 인원이 줄었는데 7년간 3400명의 인원감축을 해고 없이 진행했다.


스웨덴은 대규모 조선소를 거의 모두 국유화해 단계적으로 고용을 줄여나가며 폐쇄했다. 스웨덴 정부는 1977년 7월 1일 국영 조선 그룹 스벤스카 바르브를 창립하고 1979년 코쿰스도 합병했는데 이때 ‘사회적 계획’을 통해서 고용감축을 진행했다. 강제 정리해고가 거의 없는 자연 감원 과정에는 노동조합이 참여했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한국 조선산업의 세계시장에서의 지위는 1970년대 영국이나 스웨덴과 달리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수주산업인 조선산업 특성상 2017년 하반기까지의 작업물량은 예측이 가능하고, 이에 기초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유지할 수 있는 일자리를 계산해내는 것이 가능한 조건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는 방식을 원청과 협력업체, 그리고 노동조합이 함께 협의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개별 사업장 수준에서 사용자, 노동조합, 그리고 협력업체 노사가 공동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서 고용을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해나가는 것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법정 기준 근로시간 이하로 노동시간이 단축되는 경우 고용유지지원금제도를 통해서 보충해나가는 방안도 모색되고 있다. 금속노조 조선업종노조연대에서도 ‘2016년 조선노련 공동 요구안’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포함시키고 있다.


신 교수는 “정부, 채권자 주도의 구조조정은 주요 당사자인 노동조합을 배제시킴으로써 사 회적 갈등을 불러올 위험성이 높다”며 “중층적 사회적 협의기구를 통해 주요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특정 당사자에게 구조조정 및 고용조정의 피해가 일방적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중적 고용구조 아래 차별적 고용조정이 실시되면 사내하청노동자에게 피해가 집중될 위험성이 높아 사내하청노동자의 특성을 고려해 고용유지와 생활안정에 초점을 둔 정책이 마련되고, 여기에 전직 및 재취업 지원 사업이 결합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