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포럼 주제발표 산업연구원 김영수 소장
서비스업 육성하되 제조업 밀알 깎아서는 안돼


지난 1일 제2회 동남권 상생 포럼의 주제발표를 맡은 산업연구원 김영수 소장은 지난해 초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4년 역사를 갖고 있는 지역발전연구센터는 우리나라 지역산업정책과 지역발전정책의 산 증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지역발전연구센터의 소장을 맡고 있다. 이번 포럼에서 김 소장은 “동남권은 주력제조업이 고용과 생산에 있어 35%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며 “동남권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발표문의 제목은 ‘주력 제조업을 중심으로 동남권 산업의 재도약’이었다.


#진단: “장치형산업 중심 동남권, 저성장에 위태”


우리 경제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저성장 추세가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그는 금융위기 이전의 중국의 세계시장 편입 등 세계경제의 팽창시대가 다시 도래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곤란하다며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의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01~2014년 한국수출과 세계수입 증가율이 연계됐었다면 지난해 세계 수입 감소율에 비해 한국 수출 감소율은 그나마 선방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또 국제통화기금의 주요국 경제성장 전망에서 한국의 성장 전망치가 지난 1월 2.9%에서 4월 2.7%로 떨어졌다며 조선업이 특히 심각한 이유는 상선인도 물량의 지속적 감소와 고가 해양플랜트의 계약 취소 및 연기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올해 하반기 산업전망 기상도를 소개하며 조선과 반도체 수출는 매우 흐릴 것으로 예상했으며 자동차와 가전 분야도 흐림을 전망했다. 자동차 생산은 지난해 455만6000대에서 올해 436만대로 줄고 조선 생산은 지난해 1170.1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에서 올해 1094만CGT로 6.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업의 경우 올해는 기존 물량으로 인한 착시효과가 있지만 수주절벽이 현실화되는 내년부터는 생산이 급감할 것으로 예견했다.


이 같은 부진에는 중국 업체의 경쟁력 상승도 주요인으로 꼽혔다. 자동차 조선 일반기계 등은 중국의 품질 및 기술 수준이 우리의 75~85% 수준으로 평가되는데 주력산업 내에서 향후 5년 뒤에도 대중국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는 품목은 일부 고급제품이나 핵심소재 및 부품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업은 경쟁력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세계 시장 변화 및 기업경영 부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로서 시장 회복기를 가정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자동차는 경쟁적 노사관계 등 제도적 문제로 해외생산이 늘고 있는 경우로서 제도적 개선 과제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수소차, 자율형 자동차 등 신기술 기반 시장수요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기술개발 강화와 함께 신기술 기반 부품 소재 전문업체의 기술 개발, 글로벌 시장 확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강이나 석유화학, 정유 등의 경우 구조적으로 시장이 위축되거나 후발국의 추격 및 생산 능력 확대 등에 따라 위축이 불가피한 산업이라며 해외생산 확대, 전반적인 생산능력 조정, 신사업으로의 전환 추진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역적 문제를 살펴보면 인구 면에서 인구 5만명이 넘는 국내 84개 도시 중 31개 도시에서 인구 감소가 일어나고 있으며 그중 비수도권 도시가 29개라고 밝혔다. 특히 고임금 일자리인 비지니스서비스업 일자리의 70%는 수도권에서 증가했으며 인구증가와 비례하는 로컬서비스 일자리도 62.8%가 수도권에서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동남권은 주력제조업 중심으로 고용이 증가하고 있는데 2000~2014년 34만명에서 53만명으로 고용이 증가했다. 지식집약제조업 고용이 감소해 앞으로의 성장동력이 취약할 것으로 전망됐으며 서비스업 고용의 증가 폭 및 업종구성은 전국과 유사했다.


지난 2008~2012년 산업기술인력 순증가의 92.4%가 수도권에서 증가했다. 수도권의 대규모 연구단지 조성, 연구개발투자의 수도권 집중 등이 핵심 요인인데 이 때문에 지역의 산업기술인력 축소, 국가연구개발투자의 비수도권 비중 축소 등으로 지역의 산업혁신생태계가 와해될 우려도 제기됐다. 또 다른 문제는 설비투자 증가율 감소인데 주력산업 중심지인 울산, 충남, 경남, 경북, 전북 등에서 설비투자 증가율이 급감했다. 이 때문에 경남, 울산, 전북, 대구 등 조선, 철강, 화학 등 장치형 주력산업 집적지들의 산업생산지수 감소 확대(5~10%)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조선, 철강, 화학, 자동차 등 장치형산업의 경우 특정 시군에 집중도가 매우 높아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울산광역시는 선박 수주가 급감해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59% 감소했으며 전체 수출액도 2011년 1015억달러에서 지난해 730억달러로 급감했다. 사내하청 노동자수는 지난 1월 3만4300명에서 6월 2만9773명으로 다섯달만에 13.2%나 감소했다. 전남 목포 대불산단의 경우 인근 할인마트 1일 평균 이용객수가 1500명에서 800명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처방: “산업조정촉진지역 지정 급선무”


이처럼 급속한 산업구조조정 지역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특정지역에 집중돼 있는 대기업 중심 장치형산업의 구조조정이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반복, 장기화, 구조화되는 것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소장의 지적이다. 산업, 업종,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는 별개로 지역 차원에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고, 단기응급대응 차원의 정책보다는 중장기적 산업구조 전환을 준비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처방이다.


때문에 지역산업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지역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성장하는 지역의 경쟁우위 요인은 두터운 인력시장 기반, 두터운 시장과 이로 인한 전문화된 서비스 공급자의 존재, 특히 지식의 확산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것(Moretti, 2012)이다.


그러나 다양한 산업이 어우러진 두터운 시장과 전문화된 서비스 공급자(광고, 법률서비스, 기술 및 경영 컨설팅, 엔지니어링, 물류 및 유지보수)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기업, 대학, 연구소, 기술지원기관 간 효과적인 기술혁신생태계(지식, 인력, 자금, 지원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또 우수한 교육, 주거, 문화 기능을 갖춘 중추도시와 주변의 특화산업거점을 연계해 우수한 인력이 선호하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결정적으로 산업의 근본이 뒤바뀌는 상황에서는 개별 분야가 아닌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역별로는 특성화 산업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한 혁신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김 소장은 스마트 특성화를 주동하는 힘이 지역 내에서 새로운 성장기회를 포착하고 신성장산업 발굴을 위한 기업가적 발견과정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대기업-중소기업, 공공 지원기관, 대학 및 연구기관 간의 강력한 파트너십이 성공의 필수 요소라고 밝혔다.


또 동남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수출산업이 존재해야 하고 이 수출산업을 중심으로 전-후방 연관산업이 주변에 집적돼 가치사슬의 일정 범위가 지역 내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그는 기존 주력 제조업의 핵심역량 유지 및 경쟁력 강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조선업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선박 수요 확대에 대비해 핵심 기술인력을 보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공공부문 등의 신규 수요 확충을 통해 산업 생태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지역 주력 제조업과 연계한 지식서비스업 육성도 중요하다. 이때 중추거점도시 중심으로 제조업 연계형 지식서비스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서비스업 육성에만 매몰돼선 안 된다는 게 김 소장의 견해다. 제조업은 서비스업의 원천 수요로서 제조업이 있어야만 서비스업이 있을 수 있기 때문. 또 지역에 특화된 전문기술지원기관이 산업기술 혁신생태계의 중추 역할을 하되 이들 기관이 난립, 분산되지 않도록 개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김 소장은 현재 지역노동자에 대한 긴급 지원 대책이 시행중이나 구조조정 지역의 연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부재한 상황에서 중장기적 산업구조 전환을 위한 지역의 정책경험은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에 산업조정촉진지역 지정 및 운영(안)을 마련해 사회간접자본 등 개발사업, 도시재생 등 패키지형 지원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