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토론회 (2)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박종식 연구원.


“하청 줄이고 고용 늘리면 품질 강화돼”
한국정부의 조선업 비전 제시 절실하다


조선업의 내년 전망이 어떨지, 그렇다면 조선소 노동자들의 삶은 어떻게 될지는 동구를 비롯한 울산 지역사회 초미의 관심사다. 최근 이를 가늠할 수 있는 발표가 나와 지면에 옮긴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김종훈 국회의원(울산동구)이 주관한 조선업 구조조정 대응 토론회 ‘2017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서다. 지난 15일 오후 방어진노인복지관 강당에서 열린 토론의 포문을 연 연세대 박종식 연구원의 입장을 들어본다. 그는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에 있으면서 국내 조선업 문제에 천착한 젊은 학자다. <편집자 주>


박종식 연구원에 따르면 ‘전후방 연관효과’가 크다는 점은 조선해양산업의 특성이다. 때문에 조선은 물론이요 해양 분야도 에너지 등 전방산업의 확대에 따르는 편이고 경기변동에 민감하다. 아울러 그는 조선업이 맞춤형 주문생산(발주 산업)이며 표준, 자동화가 어려운 유닛 단위 생산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한국 조선 산업의 성장과 2008년 금융위기


지난 1970년대 이후 한국 조선업은 30여년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조선 산업 국가로 등극한다. 현재는 전 세계적 위기와 불황 탓에 불균등한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데 2000년대 이후 중국 조선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중국 선박생산량 1위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은 고부가가치 선종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됐으며 벌크는 저부가가치 선박이라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린다고 보고 있다.


박 연구원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전방산업인 해운업이 위축됐다”며 “세계 조선 산업의 침체 국면은 현재까지 이어져 빅3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2010년 생산지수를 100으로 보면 2014년 생산지수는 84.5까지 떨어진 상태(한국은행)다.


조선업 1차 위기는 2009년 이후 중형급 조선소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2차 위기는 2014년 이후 빅3 중심으로 발생했다. 고유가를 배경으로 수요가 급증한 해양 구조물을 대거 수주했지만 원가 계산 능력 미비, 건조능력 이상의 초과 수주로 위기를 초래했다. 셰일가스로 인한 유가 하락에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는 주로 심해 석유시추를 전제로 성장한 해양부문에 막대한 타격을 줬다. 2014년 하반기 이후에는 해양플랜트 발주 급감 뿐 아니라 발주 취소 및 인도시기 연장이 속출해 빅3의 재무적 어려움이 커졌다.


#한국 조선업 위기와 고용 “내년 대책 절실”


그럼에도 2009년 이후 조선 산업 총고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사내하청 노동자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직영 대비 무려 366% 늘었는데 이는 2009년 이후 몰락한 중소 조선업체에서 쏟아져 나온 인력을 빅3 해양이 흡수한 까닭이다. 때문에 빅3 해양을 중심으로 인력 재편 및 사내하청 중심 구조는 심화됐다. 최소 인원 때와 비교하면 약 4만4000명이 늘었다. 중형 조선업체 몰락에도 2010~1014년 고용대란이 없었던 결정적 이유다.


그럼 ‘고용 대란’이라는 지적은 호들갑일까. 결단코 그렇지 않다는 게 학계와 노동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미 실업 예상치인 4만 명 중에 1만9000명이 직장을 잃었다. 구조조정은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2017년에는 해양플랜트에서만 2만 명의 감원이 예상돼 대응책 마련이 긴급하다는 진단이다. 또 올해 6월까지 감원된 1만9000명 중 사내하청 노동자가 대부분(1만7000명)을 차지했다. 현대중 8000명, 대우조선 7000명이 감원됐고 삼성중공업만 2000명이 늘었을 뿐이다. 성동조선은 지금도 아예 일감이 없는 상황이다.


#세계 조선해양 동향 속 대한민국의 위상


박 연구원은 “세계 조선 산업의 지형도는 동북아 패권과 ‘한중일 삼국지’가 전부”라고 표현했다. 유럽은 크루즈만 잘할 뿐이라 국내 조선업이 사양길이라는 것은 오해고 동북아 3국이 세계 조선업을 장악한 ‘삼분지계’를 그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조선 산업의 경쟁력에도 허와 실이 분명하다. 특히 중국 선박의 가격 경쟁력은 허상이라는 평이다. 연비와 감가상각을 고려하면 경쟁력이 없다는 것. 품질 문제는 심각하다. 중국 내 숙련공 및 설계인력이 부족해서다. 저부가가치인 벌크만 잘한다는 얘기다. 기술 축적이 안 돼 정부 지원으로 버티는 상황인데 2015년 ‘메이드 인 차이나’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선박금융만 우위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는 일본 조선업의 경쟁력은 어떨까. 일본은 정부가 70~80년대 조선을 사양 산업으로 규정, 투자 금지 및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후 지방의 중형 전문조선소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돼 벌크선, 소형 컨테이너선 시장을 두고 중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최대의 조선소는 연 매출이 4조원 규모며 일본은 이미 조선 업종에서 항공 우주 철도 발전으로 산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했다.


박 연구원은 한국보다 일본이 조선 기술 우위에 있다는 건 “오해”라고 말한다. 일본 기술이 우위에 있다는 시각은 국내 산업연구원(2005~2006) 보고서를 통해 안착됐는데 이에 대해서는 “해당 연구원이 일본에 안 가 보고 쓴 것 같다”고 촌평했다.


#조선해양산업 구조조정 및 정부 지원방안 검토


앞서 말했듯 중국과 일본은 저가 벌크선 및 제품운반선(PC) 시장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다만 한국은 중형 조선업체들이 무너지면서 중소형 컨테이너선과 제품운반선 시장을 중국에 내주고 있다. 이는 산업생태계 관점에서 큰 문제라는 학계 인식이다.


실제로 조선 산업 위기에 대응하는 각국 정부의 노력을 살펴보면 후발주자인 중국은 정책적인 육성 의지가 가장 두드러진다. 일본은 과거 주도권 상실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선박금융 지원, 인력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박 연구원은 “한국은 ‘조선업 위기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2009년 국회입법조사처의 경고에도 정부의 별다른 대응이 없었다.”며 “지난 6월과 10월 말에야 ‘조선산업 구조조정 대책’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업이 중범위 기술이지만 그럼에도 중국이 한국을 향후 15년간은 추격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일본은 6000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을 설계할 인력이 없어 최근 1만4000TEU 컨테이너선을 삼성중공업에 발주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중국과 일본 정부처럼 장기적인 조선업 발전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정부는 2009년 4월 조선산업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방안, 2009년 11월 조선산업 동향 및 대응방안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는 중소형 조선소들의 ‘청산(구조조정) 추진용’이었다.


수출입은행이 2016년 3월 6일 발표한 해운-조선 상생모델은 그나마 바람직한 방안으로 꼽힌다. 정부에서 구상중인 선박 정책펀드 추진에 참여하고, 정책펀드에서 국내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해 국내 해운사에 리스한다는 것이다. 수은이 세운 특수목적법인이 조선업체에 선박을 발주하면 해운업체에 선박리스를 도와 용선료를 낮출 수 있다. 올해 상반기엔 12억불 규모의 선박펀드를 설립하겠다는 발표도 있었다. 이는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을 신조할 수 있는 규모로 빅3 업체의 2개월치 물량.


#통영은 지역, 조선은 업종 첫 선정...고용안정 효과는?


고용정책을 보면 정부는 2016년 6월 8일 조선산업 구조조정 대책을 내놓고 2016년 6월 30일 국내 최초 업종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조선업을 지정했다. 지역지정은 삼호, 신아가 있는 통영이 첫 번째였다. 회사에는 고용 유지 지원금을, 노동자에게는 실업자 지원 내용을 부분적으로 강화한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은 사양산업론을 전제로 하고 있다. 구조조정은 오로지 기존 부실을 털어내고 향후 발생할 부실을 차단할 목적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를 중심으로 정부 대책이 고용대란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 연구원은 “산업 특성에 대한 이해보다는 금융 주도의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며 “왜 정부가 나서서 세계 1위의 조선 산업을 포기해야 하는가?”라고 일갈했다.


그는 자구노력 강화가 대책이 될 수 있는지를 따졌다. 정부의 정책 목표도 상충되고 있음을 꼬집었다. 노동자에게는 해외진출을 강조하면서 업체에는 업종 전환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에 관광업 등을 권유하는 것도 ‘조선업=버리는 카드’라는 인식 탓이다.


그나마 지난 10월 말 발표한 대책에서 정부는 조선업이 사양 산업이라는 인식을 접었다. 6월 고용대책보다 진일보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설비 축소를 여전히 강요한다.


지난 10월 31일 발표된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은 경쟁우위 부문에 대한 집중지원으로 고부가가치화를 강조하고 있다. 경쟁력 열위 부문은 역량 보완에 나섰다. 5년간 연구개발비로 7500억 원을 투자하고 기술인력 6600명을 양성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5대 제조업에 대한 정부 대책 중 유일하다. 뒤늦게 인력 유출 방지의 필요를 깨달은 것이다.


#해양플랜트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다!”


해양플랜트는 적자라는 이유로 이번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 빠졌다. 박 연구원은 오히려 지금이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불황기에 어렵지 않을 만큼만 몸집을 줄이는 ‘소극적 대책’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내 조선업의 연간생산능력을 전 세계 생산의 35퍼센트 비중에서 20퍼센트 초중반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 에스티엑스 등에 대한 천문학적인 자금 지원에 대해서는 언론을 중심으로 ‘좀비 기업’에 혈세 투입이라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지만 박 연구원은 ‘비는 피하고 숨통은 틔워줘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가 많다고 없애기에는 모호하다는 진단이다. 산업경쟁력 유지 차원에서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정부는 수주로 인한 수지가 ‘제로’일 경우 보증서 발급을 통제해 적자 수주를 막고 있다. 산은 등 금융권은 1조 원대 운영자금 대출을 말하고 있지만 인도 지연 거부로 일시적인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조선소에는 금융 지원을 중단한 바 있다. 반면 중국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자국 조선업체들도 투자에 꾸준하다.


이에 대해 박 연구원은 “적자 수주를 막는 건 동의하지만 위기 때에는 이윤 0인 수주를 고용유지전략 차원에서도 하는 게 낫다.”며 “설비와 고용은 유지할 수 있는 ‘버티기 전략’으로 전환하도록 노동계와 지역사회가 공세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기적인 조선해양산업 발전전략 마련도 시급하다. 육상 에너지 고갈 이후 기댈 곳은 바다 뿐이므로 심해, 해저, 해양플랜트 분야를 키우자는 얘기다. 국내 조선업은 드물게 세계 1위의 경쟁력을 보유하며 사우디 아람코 등에서는 고용효과에 주목해 국내 조선업에 대한 모방을 추구하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 양질의 인력이 다수 포진해 있다.


박 연구원은 “재무제표 중심의 시장 금융 논리로 구조조정을 강행하는 것은 국가의 사회적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병행 발전을 통한 조선업 생태계 유지가 필수”라고 말했다. 중형 조선소를 날리면 안 된다는 뜻이다. 더불어 기자재 분야를 없애면 제작단가도 상승한다. 궁극적으로는 기술 경험 축적의 시간을 버려 중국, 일본 등 경쟁국을 키워주고 한국이 추격당할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조선해양산업의 향후 전망과 고용전략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긍정론과 부정론이 교차하고 있다. 부정적 요인으로는 미국의 성장과 금리 인상이다. 유럽 일본은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성장 둔화로 무역 자체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친환경 에너지 산업 성장으로 석탄 석유 물동량이 감소하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심지어 4차 산업혁명과 근거리 차량이동의 증가를 들어 금융적 관점(보스턴, 맥킨지 컨설팅)에서 “전망이 없다”는 불길한 예언도 등장했다.


긍정적 요인도 있다. 20~30년 주기로 지속적 상선 교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기적 수요에도 대응할 필요가 있다. 탈황(벙커씨유에서 엘엔지로),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2022년 선박평형수 처리 장치 의무화, 2020년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 강화) 등으로 선박 교체(이미 2000년대 이중선체 의무화로 10년 동안 탱커 교체 사례가 있었다.) 및 친환경선박(LNG추진 선박) 발주가 증가한다는 예측이다. 또 2030년 들어 전 세계 부유식 생산설비(플로팅 플랫폼)는 대서양 남부(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사이)와 러시아 북쪽 지역 등을 중심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장 2017~2018년에는 신흥국 교역 성장으로 발주 증가가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3600만CGT 정도를 발주하면 현재의 설비나 인력을 무리하게 줄일 필요가 없다고 한다. 한국은 이 중 1200~1500만CGT(전체의 3분의 1)를 수주할 수 있다.


박 연구원은 “감축 정책은 안 되고 버티기가 중요하다.”며 “1970~1980년대 축소 정책으로 일본 조선업이 회복 불가한 사례를 참고해 향후 2년 동안은 치킨게임에 버티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스스로 설비 및 인력을 크게 줄이면 절대 안 된다는 뜻.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중국과 일본의 발언이다. 중국은 지난 10월 전 세계 조선소가 함께 감축할 필요성을 주장했다. 자국 조선소의 폐업 탓이다. 무능력의 소산(“나만 죽을 수 없다”)이란 지적이 나온다. 같은 시기 일본조선협회장은 한국에 직접 조선업 생산능력 축소를 요구(“나도 어렵다”)했다. 이 때 굳이 중국과 일본이 하자는 대로 할 필요는 없다.


#고용 구조조정 아닌 ‘노동 업그레이드’ 필요하다


한국정부는 아직 국가 차원의 조선업 발전전략 모색과 선박금융에 대한 방향 제시를 속 시원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발전전략위원회’의 필요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조선 기술축적, 해양 심해기술 확보, 선박금융 활성화가 목적이다. 일시적인 적자를 이유로 해양산업을 접을 수는 없다고도 주장했다.


금융 주도의 구조조정에 대한 질타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특수목적은행인 수출입은행의 존재 이유를 따져 물었다. 금융계 긴축적 행보의 근거인 ‘자기자본비율’ 적용 대상에 수은을 빼 중소조선소 지원을 확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수출입은행의 부실 우려는 관료들의 전형적인 조직 이기주의와 목적전치에 불과하다.”며 ‘6~7조 원 일시적 적자가 있다고 조선업이 망하든 말든 산업을 버리고 수은을 살리려는 건 국책은행의 역할이 아니’라고도 했다.


조선해양산업의 내부 과제도 쌓여있다. 국내 조선업은 산업적 측면에서 고부가가치 선박 생산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 사내하청 심화는 직영의 간접 지원 업무 선호, 사내하청의 잦은 이동, 숙련공 미형성 등의 문제를 낳는다. 현재의 고용 시스템으로는 한국 조선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 자체 조사 결과 2015년 품질 실패 비용은 6076억 원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영업 손실 12조 5401억 원의 40퍼센트를 차지한다. 때문에 이제는 고용 구조조정이 아니라 노동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 연구원은 “하청은 줄이고 고용을 늘려서 산재사망과 비용부실은 줄이고 품질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고숙련, 고품질 전략에 대한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