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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는 생활이 손선희 님에겐 공기를 숨 쉬는 일상과 같은 것이다.>


여자분 혼자서 산골생활을 한다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벌써 귀농 3년차이면서 나름 산골생활을 잘 꾸려 나간다고 본다. 그것도 아주 유유자적하고도 심심하게... 산골생활 제대로 즐기는 핵심은 오히려 여유로운 자기 몸과 마음에 달려있다고 믿는다. 손선희 님을 통해 자연과 벗 삼아 살아가는 전원생활의 핵심을 살짝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1. 이 곳 심심산방은 어떤 곳인가?


단순하게 고요하게 평화롭게 무심하게 여여하게... 시간도 마음도 느리게 흘러가는 곳, 자연과 동화되어 바깥세상을 잊게 되는 곳, 차 만들고 차 마시고 걷고 싶으면 걷고 자고 싶으면 자고 온전히 스스로를 돌아보고 나와 마주하며 나를 내려놓고 마음 비우고 평화로워 지는 곳이다. 요즘은 한창 찔레꽃이 만발이다. 가까운 들과 개울가에도 찔레꽃이 흐드러진다. 그 향에 취하는 봄날들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따듯하게 우려낸 차통과 주먹밥에 고추장 들고 산속으로 행한다. 느릿느릿 걷는 발걸음은 몸과 마음에 쉼을 주고 평화롭다. 산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다 보면 종종 전화가 터지지 않는 곳이 많다. 그럴 때면 오히려 마음이 자유로워진다. 그래서 더더욱 좋다.


어제는 찔레꽃차를 만들기 위해 경주 박달마을 산꼭대기에 있는 고사리골에 갔다. 아래 들판의 찔레꽃은 활짝 피어있는데 깊은 계곡에서는 찔레꽃이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더라. 마침 근처에 부처손도 많아서 차를 만들려고 조금 따서 왔다. 그러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 비를 흠뻑 맞았다. 어릴 때는 비가 오면 우산을 내던지고 빗속을 뛰어다니곤 했는데 예기치 않은 시간들이 오히려 나를 자유롭게 한다. 감나무 밭에다가 차 작업장을 두고 산에서는 구할 수 없는 나무, 꽃, 채소 등을 키우고 있는데 그런 것뿐만 아니라 이미 밭 주인으로 자리 잡은 풀처럼 보이는 것도 알고 보면 다 약초이고 차 재료가 된다.


이 곳에 왔을 때 ‘내가 없으면 산속으로 들어갔구나 생각하라’고 자주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럴 때면 가까운 지인들은 어디 떠나려면 여길 자기가 쓰겠으니 꼭 얘기하고 가란다. 찜해둔 이가 여럿이니 나 떠난 뒤엔 어떨지 내 알 바는 아니다.(웃음) 해가 거듭할수록 비우자고 자리 한 곳인데 점점 더 채워진다. 그러니 또 지인들은 그런다. 이걸 다 두고 어딜 가겠냐고...
그게 뭐 문제겠는가. 내 것이다 집착하지 않으면 가벼워지는 것을...


2. 사진 작업을 하고 있고 개인 전시회도 두 번 정도 연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는 사진 작업은 좀 쉬자 마음먹고 있다. 주로 하는 일은 차 만들고 산과 들로 쏘다니는 일이다. 혼자 차 마시고, 배고프면 먹고, 배 안 고프면 안 먹는다. 속은 비웠을 때 더 채워지는 묘한 기운을 느낀다. 혼자 있으면 비우고 누가 오면 같이 채우고는 한다.(웃음) 뭔가 새로운 일이 닥치면 먼저 이론적으로 파고드는 성격이다.


차 생활을 하면서 차 자료를 위한 사진이 필요했고, 블로그에 글을 적게 되면서 찻자리 사진을 찍기 위해 일명 똑딱이 카메라를 썼다. 그게 고장이 나서 처음으로 디에스엘알(DSLR)을 샀고, 카메라에 대해서 알아야겠다고 책으로 파고들었다. 그런데 사진이라는 것이 이론으로는 되는데 실전이 되지 않더라. 그래서 잠시 배워오겠다고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권일 선생님에게 배운 것이 시작이었고 그 뒤 김용규 선생님과의 인연이 또 이어졌다.


그러다가 또 다른 사진에 대한 갈증으로 부산 송정에서 사진 활동을 하며 강의 중이던 산신령 박태진 선생님을 만나게 돼 첫 개인전 <79.7°> 전시를 했고, <심심한 사이>로 두 번째 개인전을 했다. 박태진 선생님이 울산으로 터를 옮기기 전 부산에서 6개월 정도 수업을 들을 때 울산에서 송정까지 오가는 차안에서 선생님과 사진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듣고 배웠는데 그 시간들이 또 나한테는 큰 배움의 시간이었다고 본다. 또 김홍희 선생님 작업실에서 귀한 수업을 여러 번 청강하게 되는 행운을 갖게 됐다. 정말 1분 1초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짜릿한 시간들이었다.


3. 마을 분위기는 어떤가?


오는 이마다 공기도 좋고 한적해 정말 좋다고 하면서 땅 좀 알아봐 달라곤 해서 한동안 복부인이 될 뻔한 적도 있다.(웃음) 귀농귀촌 열풍과 10분 거리에 있는 활천 아이시(I.C.)가 생기는 여파인지 이곳도 외지인들이 속속 자리 잡는 듯하다. 하루가 다르게 어느 곳을 지날 때면 이동집들이 서 있곤 한다. 귀농귀촌을 하는 많은 이들이 좀 더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자 온다고 본다. 그런데 몸은 시골에 있는데 마음은 그렇지 못하는 이들을 간혹 볼 때면 안타깝기도 하다. 지금은 마을 분들 반은 토박이고, 반은 외지인들로 구성되어진 듯하다. 잡음은 전혀 없을 수 없겠지만 점차 서로 어울려 이웃이 되어 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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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밭에 있는 그 모든 것이 차 재료가 된다. 여러 재료를 섞어 많든 냉음료는 색감이 참 고왔다. >


4. 차를 만든다고 했는데 모든 식물을 가지고 다 만들어 보나?


못 먹는 것 빼곤 다 차로 만들 수 있다. 단, 모든 것이 다 맛있지는 않다.(웃음) 생강나무꽃, 목련, 찔레순, 칡순, 으름열매, 감잎, 아카시아, 국화, 뚱딴지 등등 철에 따라 산에 들에 있는 것들은 모두 차의 재료가 된다. 동네 분들이 추운 겨울에는 차도 안 만들 텐데 뭣 하러 있냐곤 한다. 겨울에는 또 겨울대로 자연이 내어주는 것이 많다.


정해둔 가짓수는 없다. 그 때 그 때 나고 자라는 것들이 눈에 띄면 차로 만든다. 하긴 감나무 밭에 있으면서 올해는 감잎차도 못 만들었더라.(웃음) 첫 해는 보이는 모든 것들을 차로 만들어 보기 위해 열심히도 쏘다녔다. 민들레차를 만들려고 나갔다가 주변에 있는 광대나물이며 질경이 등이 눈에 들어와 이것저것 채취하다 보면 열 가지가 넘는다. 이걸 다 갈무리하고 만들다 보면 지쳐 쓰러지곤 했다.


지금은 모든 것에 욕심내지 않고 쉬엄쉬엄 연이 닿는 것에 마음을 두려 한다. 올 봄에는 목련꽃을 만나기 어려워 못하나 했는데 사촌이 산 속에서 따온 산목련과 동네 산 아래 자리하고 있는 절에 스님이 따다주신 목련으로 만들게 되었다. 이렇듯 자연스레 연이 닿아 만들 수 있으면 만들고 안 되면 다음을 기약한다.


손님이 오시면 자연스레 가장 최근에 만든 차 위주로 대접하게 되더라. 많이 만들게 되면 주변 지인들과 나누기도 하고 팔기도 하고 조금 만들어진 것들은 먼저 와서 먹는 이가 임자다.(웃음) 알음알음 알려져서 요즘은 심심산방표 차를 찾는 이도 꽤 있다. 공기 좋고 믿을 만한 데서 만드니 멀어도 일부러 온다면서 가끔 대구에서 김해에서 친구들을 모시고 오는 이도 있다. 그럴 때면 드릴 것은 차뿐이니 마시고 편히 쉬었다 가라 한다.


5. 이런 저런 차를 마셔보니 어떤 차가 제일 인상에 남는가?


철마다 좋은 차들이 많다. 봄에는 매화차, 생강나무꽃차 등 많이 있지만 목련차가 좋더라. 의외로 광대나물차가 참 구수하여 좋기도 하다. 지금 이 맘 때는 곧 금계국이 피어날 때다. 금계국이 또 그 맛과 향이 짙고 좋더라. 여름이면 꽃으로 냉음료를 만들기도 하는데 으름꽃, 금계국, 도라지꽃 등으로 만든다. 으름꽃은 분홍빛으로 도라지꽃은 보랏빛으로 탄생되어 보는 눈이 즐겁다. 금계국은 짙은 주홍빛으로 다른 냉음료보다도 그 맛과 향이 더 좋아 즐긴다. 냉꽃 음료는 레몬, 설탕 등을 넣어서 끓이고 숙성하는 과정을 거쳐서 만든다. 차 외에 산야초로 효소와 장아찌도 만들면서 단지를 하나씩 늘려가는 재미를 즐긴다.


6. 차를 자연스레 우리고 마신다. 차를 마시는 법이 따로 있는가?


간혹 오시는 손님이 차는 어떻게 마시는지를 물어 본다. 그러면 심심에서는 누워서 마시든지 서서 마시든지 알아서 마시면 된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한다.(웃음) 마음나눔이 중요한 것이지 무슨 다도 등 강한 격식에 사로잡히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상다반사가 되길 바라고 나 스스로가 틀에 갇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크다.


고향이다 보니 동네 75세 되는(아재라고 부르기도 하고 아버지라고 하기도 한다) 소년 감성으로 해맑은 미소를 가진 할배와도 다우(茶友)가 되곤 한다. 연꽃을 좋아해 산중턱에 커다란 연밭을 조성하고 다들 의아해할 정도의 큰 밭을 꽃밭으로 만들어버린 감성이 풍부한 한 할배는 창도 잘하시고 꽹과리며 농악에도 능하시어 차를 마주하고 앉아 있으면 서로의 나이는 잊는다. 최근 복합웰컴센터에서 하는 시 창작과 산야초 강의 등을 듣고 계시는데 너무 좋아하신다. 이렇듯 본인의 삶을 멋지고 즐겁게 살아가는 이를 만나면 더불어 행복해진다.


7. 손님들이 이 공간에 자주 오나?


첫 해는 일주일에 7일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다분히 개인 공간이면서 또 누구나 마음 쉬어가는 곳이라 하였으니 하루에도 몇 팀이 같은 시간에 자리하기도 하더라. 오는 이들이 모두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라 그런지 금세 친해지고 또 친구가 되더라. 그러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 들어설 즈음 돌아보니 지친 모습의 내가 보이더라.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니 그 또한 즐거우나 하루도 쉬지 못하는 날들에 심신이 녹녹치 않았던 게다. 몸도 마음도 쉬고자 들어온 자리, 나를 들여다보고 비우고자 한 자리가 너무 북적댔던 것이다. 그래서 주말은 매월 첫 주에만, 평일은 매주 목, 금만 방문 해달라고 주변에 요청했다. 조금씩 뜸해지고 여유로워지고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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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아래서 키우는 작물들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여러 가지를 뜯어 비빔국수를 자주 해먹는다고 했다.>


유독 심심이 그리워지는 날이 있는가 보더라. 비 오는 날은 어김없이 찾곤 하는 이도 있다. 요즘도 간혹 어떤 날은 여러 지인들이 몰릴 때가 있다. 그런 날은 또 서로 친구가 되어 떠들썩해지곤 한다. 심심을 사랑하니 생각날 테고 이곳이 좋으니 오는 그들이니 나 또한 어찌 그들이 사랑스럽지 않겠나. 모두 나에게는 귀하디귀한 인연들이다.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심하게 사랑한다고...(웃음)


8. 이 공간에 자리 잡게 된 계기는?


나고 자란 곳이다. 산골소녀인 나는 어려서부터 산속에서 살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곤 했다. 그래서 이곳으로 오는 일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스무 살이 지나면서 아프기 시작했다. 두 달 만에 10키로(kg)가 빠질 때는 친구들이 곧 죽겠거니 했다고 한다. 몸이 아프니 마음도 병들기 시작했다. 이러다 몸에 든 병이 아닌 마음의 병으로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몸의 병이야 의사가 봐주겠지만 마음의 병은 나 스스로가 아니면 안 되겠다 싶은 마음이 들면서 스스로 마음의 치유로 차를 선택했다. 차 생활을 하면서 차 명상을 하고 하루의 시간을 오롯이 작은 차방에서 보낸 날들이 지나면서 어느 날엔가 평온해져있는 나를 보았다. 나에게 차 마시는 일은 특별한 일이 아닌 숨 쉬는 듯한 일상이다. 그래서 첫 개인사진전 <79.7°>는 철저한 나의 개인 다큐다. 그 작은 차방에서 숨죽이며 나를 다독였을 수많은 날들의 시간에 대한 산물이다. 평생 작업이기도 하다.


이 마을은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 마을이고 해서 이 곳에 오게 되었는데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좋은 점은 어릴 적부터 보아온 딸 같은 존재라 모두가 아지매고 아재고 하니 도움도 받기도 하고 스스럼없어 편하고 좋다. 단점은 오히려 그 친분이 더 큰 관심으로 작용해 작은 일에도 귀 쫑긋이게 되는 일이다. 차 없이 뚜벅이인 나는 버스를 타면 온 동네 어르신들의 관심사가 되곤 한다. 아직 젊은데 왜 벌써 산골로 들어왔는지 궁금하시기도 할 터이다. 그 관심이 지나쳐 간혹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원래 남의 말에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라 허허 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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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조금 많이 만든 차는 판매도 한다고 했다. 효소와 장아찌도 담그고 있다고 했다.>


9. 마당이 많이 넓은 것 같다. 마당에 심어 가꾸는 것을 좀 소개해 달라.


집이 있는 곳은 감나무 밭이다. 늦가을이면 굵다란 대봉감이 빨갛게 홍시가 된다. 하나씩 따먹는 재미가 솔솔하다. 감나무 사이사이로 차를 만들기 위해 약초며 꽃이며 나무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국화차를 위해 심어둔 금국 몇 포기가 이제는 불어나서 작은 밭이 되었고 맨드라미, 구절초, 금계국, 도라지, 천일홍, 수선화 등등은 꽃차를 위해 키우고 있다.
저기 더덕은 뿌리가 무 만한 밭더덕인데 향이 미미해 묻어두고 주로 이파리를 따 먹고 있다. 산더덕은 향이 강하다. 서른 개쯤 캐다 심었는데 올라오는 폼새가 하루하루 다르다. 황칠나무 묘목을 심었는데 겨울철에 얼어 죽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적응을 잘해 잘 살아남았다. 약효가 좋다고 하니 잎차로 만들어 볼 생각이다. 목련과 탱자, 남방나무, 골담초, 명자와 비파와 보리수, 구기자, 오미자 등등... 소꿉장난처럼 하나씩 서너 개씩 심어둔 것들이 어느 날엔가 내 키 보다 커져있겠지 싶다. 무화과를 좋아해서 네 그루를 심었는데 겨울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다 죽고 하나만 남아있다. 그 다음에 심은 것들은 여러 가지 나물용과 채소들이 있다.


참나물, 파드득나물, 갯기름나물, 곤달비, 당귀, 신선초, 초석잠도 있다. 그 외 산마늘, 고추, 가지, 방울토마토, 부추, 상추 등이다. 그리고 오시는 분들이 하나둘씩 갖고 와서 심어두는 나무들이 있다. 한심이란 이름을 지어준 수국도 있고 술 좋아하시는 분이 심어둔 헛개나무도 있고 산에 잎 따러 가기 힘들겠다며 캐다 심어준 어린 생강나무도 잎을 틔웠다. 동백나무도 이식을 해줬는데 겨울을 나지 못하고 말라 죽어 안타까웠다.
 
10.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곳은 마음 쉬고픈 분들과 자연과 차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언제든지 열려있는 공간이다. 마음이 힘들 때면, 또 쉬고플 때면 늘 심심이 생각난다는 분도 있다. 그럴 때면 백 마디 말보다 그냥 와서 쉬어가시라고 한다. 멀리서도 찾아와서 마음 편히 쉬어간다는 말을 들을 때면 내 마음도 푸근해진다. 두 해 전 봄에는 칠순이 넘은 친구 부모님이 오셔서 삼일간 머물다 가셨다. 이곳은 자급자족이니 어머님 아버님도 열외일 수 없다 했더니 이미 알고 왔다면서 스스럼없이 개울가에서 설거지를 해오시고 산나물을 뜯으시며 가실 때는 즐거이 쉬었다 간다면서 함박웃음을 보이시는데 덩달아 행복해지더라.
사실 많은 이들이 쉬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제대로 잘 쉬는 법은 익숙치 않은 듯하다. 몸은 쉬는데 마음은 못 쉬는 경우가 대부분이더라. 그러니 호미를 드는 일이나 걷는 일도 노동으로 여기는 분들이 있더라. 진정한 쉼이란 몸이 아니라 마음의 쉼이 동반되어야 하는 것임을, 그렇다면 풀 뽑고 땀 흘리는 일도 쉼의 시간임을 알게 된다.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지만 지극히 개인 공간이기도 하기에 오실 때 먼저 사전연락을 하고 예약을 하고 와주시면 좋겠다. 오시는 분들도 편히 쉬어가길 바라듯이 나 역시 혼자의 시간은 방해받고 싶지 않는 바람이 있다. 늘 그 자리에 있으니 무에 상관이냐 하는 분도 있지만 아무 예약이 없는 날은 그날 해야 할 일을 계획해두는데 갑작스런 방문은 하루를 흐트려 놓기도 한다. 요즘같이 한창 꽃을 따서 차를 만들고 할 때 급작스럽게 방문하면 차 만드는 일이 미뤄져 힘들게 채취한 재료들을 버려야 할 때도 있고 때를 놓쳐 맛을 제대로 못내는 경우도 있다.


홀로 산으로 들로 쏘다니고 차를 만들고 마시고 걷고 자고 먹는 모든 것들이 나에겐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다. 그 속에서 나를 찾고 비우고 내려놓고 그럼으로 평온해지고 고요해지는 나를 만난다. 심심은 그런 곳이다. 오시는 모든 분들도 그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