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제2회 전국 춤 경연대회-춤추는 금어’가 금정산 북문광장에서 동문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펼쳐졌다. (사)부산민예총이 주최하고 금정산생명문화축전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2017 금정산생명문화축전’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였다. 올해는 전국에서 총 15개 팀이 신청하였고 사전 심사를 통해 7팀이 본선에 올랐다. 경연팀 외에 초청팀의 4작품도 함께 올라 총 11작품이 금정산을 춤의 물결로 물들였다. 본선에 오른 경연 공연팀과 초청 공연팀은 사전 워크샵에서 금정산 일대를 누비며 춤 출 공간을 직접 선택하고 그 곳에 어울리는 춤을 위해 새로이 안무를 짜야했다. 올해 경연 주제는 ‘생명’이었으며 전문 심사위원 4명과 시민심사단 100여명이 심사하였다.


강주미(연출자)는 “제2회 춤추는 금어는 하루 종일 금정산을 전국 춤꾼들의 살아 숨쉬는 춤으로 온통 일렁이게 할 것이다. 특히 올해는 1차 선정팀의 사전 워크샵 진행으로 금정산의 이해를 도모하고 자연친화적 동작 구성과 장소성을 활용한 안무 노트 길잡이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일체의 기계음이 허용되지 않는 본 행사는 진정한 날것의 예술로써 금정산, 감상자, 행위자가 일체되는 체험을 할 수 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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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사진, 금정산 큰나비암에서 ⓒ장영식>


올해 비경연 초청 공연은 방영미 안무 <무위이화>, 박종환 안무 <영남 채상 설장구춤>, 김미란 안무 <선-경계>, 댄스시어터 틱 <바람이 불어오는 곳>, 총 4작품이고, 경연 공연은 현선화 안무 <얼음꽃..家..고 싶은..>, ‘Project Kail’ 강정일 외 3인 안무 <돌아보다>, 이은실 안무 <모퉁이 돌>, 박재현 안무 <그곳엔 사랑이 없더라>, ‘판댄스씨어터’ 허종원 안무 <인공지랄>, ‘박미나무용단’ 장영진, 박미나 안무 <소나무 잎새>, ‘곧ㅅ댄스컴퍼니’ 박재영 안무 <Happ'y'ness>, 총 7작품이다.

바람을 타고 바위를 디디며 나무에 스며든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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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환 안무, <영남 채상 설장구춤>, 금정산 북문광장에서 ⓒ장영식>


금정산 북문광장 앞 너른바위에 방영미 춤꾼이 가만히 앉았다. <무위이화無爲而化>, 자연이다. 새소리, 바람소리와 어울리는 대금 선율이 흐르고 지나치지 않은 절제된 몸짓으로 행사의 첫 시작을 열었다. 이청산 조직위원장의 축시 <산 춤>이 이어졌고 호쾌한 나팔 소리가 온 산을 흔들어 깨웠다. 북문으로 이동하여 부산시지정문화제 제6호 부산농악 장구 보유자인 박종환의 <영남 채상 설장구춤>이 이어졌다. 채상 설장구춤은 머리에 상모를 쓰고 장구를 메고 춤을 추면서 여러 가지 기예를 선보이는 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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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미 안무, <무위이화>, 금정산 너른바위에서 ⓒ장영식>


북문 앞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작은숲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계단 아래 자그마한 바위위에 현선화 춤꾼이 돌맹이로 작은 탑을 쌓고 있다. 플롯과 바이올린의 서정적인 멜로디가 흐르고 소리꾼의 소리가 흘러나온다. <얼음꽃..家..고 싶은..>, 미처 피우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붙은 꽃, 따스한 봄날 바람결 타고 천지를 물들이던 그 언덕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열망을 춤으로 표현했다. 생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면서 동시에 잔인한 폭력을 나타내는 붉은색 치마가 애처롭다. 춤꾼의 애절한 눈빛과 몸짓에 그 이중성이 그대로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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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선화 안무, <얼음꽃..家..고 싶은..>, 금정산 작은숲 계단에서 ⓒ장영식>


다음 공연 장소인 ‘제4망루’에 올랐다. 저 멀리 펼쳐져있는 완만한 능선 아래로 낮은 풀들이 빽빽이 바람에 누워있다. 온 몸을 붉은 옷으로 가린 바이올린 연주자와 푸른색 장삼자락 휘날리는 춤꾼 사이에 길게 붉은 끈이 연결되어있고 삼베수의를 입은 이가 그 끈 위에 누워있다. 푸른색의 춤꾼이 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겨 수의를 입은 이를 깨운다. 그 끈 위에서 위태롭게 춤을 추며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지만 붉은 바이올린과 푸른 춤이 춤꾼을 이끌고 망루 위로 끌고 간다. <선-경계>, 이쪽과 저쪽을 구분 짓는 경계에 놓인 선. 그곳에 서있는 자는 항상 불안하다. ‘제4망루’는 유독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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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미 안무, <무위이화>, 금정산 너른바위에서 ⓒ장영식>


망루를 넘어 계단으로 내려가는 길목에 하얀 지전과 금어가 바람에 나부꼈다. <돌아보다>,  소리북, 낮은 저음의 울림을 내는 악기와 함께 4명의 탈을 쓴 춤꾼들이 용머리, 깃발, 연을 들고 춤을 추었다.


돌터에 올라서니 성악가의 노랫소리가 나지막이 들리고 돌무더기 사이에서 춤꾼의 손과 발이 꿈틀대며 올라왔다. <모퉁이 돌>, 보잘것없고 외면당한 돌이 깎이고 다듬어져 모퉁이 돌이 되는 것을 춤으로 표현했다.


어느덧 능선의 가운데 지점인 ‘작은 금샘’에 도착했다. <그곳엔 사랑이 없더라>, 산 위에 걸쳐 있는 바위와 바위 사이로 붉은 빨래줄 두 줄에 온갖 빨래들이 널려있다. 그 길이가 족히 50미터는 넘는 것 같다. 저 건너 바위 위에는 길다란 봉으로 몸을 칭칭 감싼 사람이 마치 인간 안테나인 듯 천천히 바람에 따라 움직인다. 그 반대편 바위 위에 검은 의상을 입고 탈을 쓴 남녀 춤꾼 한 쌍은 온 몸에 유리 조각들을 달고 있다. 흰색 의상을 입은 남성 춤꾼은 연신 걸레를 빨아 바위를 닦는다.


관객들 틈 속에서 누군가 <봄날은 간다> 노래를 불렀다. 바위 아래 풀숲에서 커다랗고 노란 바람개비가 돌아간다. 여성 춤꾼이 바람개비 아래에서 나타났다. 온 몸에 유리 조각이 박혀있는 남녀와, 걸레질 하는 남, 바람개비 여는 서로 다른 존재가 아니다. 빨래와 걸레질이라는 반복된 일상 너머로 봄바람에 휘날리는 바람개비 하나 돌아간다.


‘큰나비암’에 들어서니 하얀 보자기 가운데 나무 한 그루 서있다. 뒤편 높다란 바위 위에서 춤꾼들이 줄을 타고 내려와 관객들을 막대기로 위협한다. 이윽고 가운데 나무를 쳐서 잎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소리를 하던 소리꾼이 전기톱으로 나무를 두 동강내고 춤꾼들이 나무를 짓밟았다. 나무뿌리를 뽑아내니 뿌리가 인공 구조물이다. 나무를 둘러싸고 있던 흰 보자기에서 온 몸이 흙투성이인 여성 춤꾼이 천천히 등장하고 모든 춤꾼들은 입고 있던 옷이며 신발들을 흙바닥에 밀착되어 천천히 벗어던진다. <인공지랄> 안무가는 “가짜 생명이 판치고 있는 세상에서 참 생명을 이야기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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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종원 안무, <인공지랄>, 금정산 큰나비암에서 ⓒ장영식>


‘작은나비암’에서 남녀 춤꾼이 바위에 올라서 어딘가를 함께 보고 있다. <소나무 잎새>, 두 그루의 소나무가 하나의 연리목이 되어 잎을 피우는 모습을 형상화하여 인간의 삶과 자연이 닮아 있음을 춤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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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안무, <그곳엔 사랑이 없더라>, 금정산 작은금샘에서 ⓒ장영식>


‘옹달샘나무’로 가는 내리막길에 양손에 큰 짐을 들고 등에는 가방을 메고 머리에 천가방을 뒤집어 쓴 사람이 길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 관객들이 다 도착한 후에도 한참을 지나 공연 장소에 겨우 도착해서 짐과 가방 등을 내팽개친다. 장구 반주와 함께 춤꾼이 바닥에 쓰러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더니 더듬더듬 짐 꾸러미를 찾기 시작한다. 반주가 멈추자 머리에 쓰고 있던 천가방까지 내던진다. 공간 좌우 앞뒤를 누비며 탈춤을 추다가 혼자서 알 수 없는 말로 중얼거리기를 어설프게 반복한다. 짐꾸러미와 가방 안에 든 내용물을 온 사방에 흩뿌려 난장판을 만들더니 하나씩 몸에 대보고 입어보고 신어보고를 반복하고 이윽고 한쪽 나무 아래에 그것들을 차곡차곡 쌓는다. 이후 악사와 춤꾼이 관객에게 다가와 익살스런 재담과 몸짓을 펼치고 관객들을 무대 위로 한명씩 불러내 함께 춤을 춘다. 작품 <Happ'y'ness>는 가운데 ‘y’에 작은따옴표가 있다. 와이, ‘why’의 뜻을 강조하기 위함인가? 안무가는 “알면서도 찾지 못하는 그것을 찾는 일상의 춤과 소리”라고 작품을 설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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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영 안무, <Happ'y'ness>, 금정산 옹달샘나무에서 ⓒ장영식>


‘장승터’에서 작년 수상작인 <바람이 불어오는 곳> 초청 공연이 펼쳐졌고, 마지막 집결지인 ‘동문광장’에서 전문심사위원의 심사평과 수상식이 이어졌다. ‘김매자상’에 박재영 안무의 <Happ'y'ness>, ‘이정희상’에 박재현 안무의 <그곳엔 사랑이 없더라>, ‘시민매니아상(부산시장상)’에 허종원 안무의 <인공지랄>이 선정되었고 각각 상금 300만원과 트로피가 부상으로 수여되었다. 이후 100명의 시민심사단과 관객, 전 출연진이 어우러져 즉흥춤 페스티벌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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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댄스시어터 틱, <바람이 불어오는 곳>, 금정산 장승터에서 ⓒ장영식>


‘2017 금정산생명문화축전’은 5월 24일 저녁 7시에 워크샵 ‘이야기마당’이 금정공연예술지원센터에서, 26일 오전 6시부터 ‘금어제’가 금정산 고당봉, 금샘 및 동문 일대에서, 27일 오후 2시 30분부터 밤 10시 30분까지 ‘달빛걷기’가 북문에서 동문 다목적광장을 따라 계속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