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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에게는 따뜻한 감성과 창의력, 상상력, 표현력, 독서습관을 길러주고, 이제 책을 보기 어려운 어르신들에게는 잊어버린 동심을 되찾아 주고 독서의 대안이기도 한 동화구연. 오래전 일본 어느 문화대강당에 갔을 때 자리에 앉은 노인들에게 책 읽어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 잔잔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분위기에 매료된 적이 있었다. 동화구연, 동시낭송 등의 문화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이를 대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 여겨졌다.


1. 이런 일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금은 (사)색동회 울산지부 회장으로 동화구연, 동시낭송, 시낭송, 동화낭독, 결혼식 축시 낭송, 행사 사회 진행 등을 한다. 그 중 가장 보람 있는 것은 동화구연, 동시낭송이다.


동화구연은 지금 대학 3년생인 딸이 돌 지난 시점에 동화를 재미있게 읽어주고 싶었던 것이 계기였다. 한마음회관에서 동화구연 강좌를 들었는데, 강의해주시는 선생님이 너무 좋았다. 선생님의 가치관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고,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겐 친언니가 없던 터라 때론 언니 같기도 했고, 친정엄마 외에 동화구연 선생님은 또 한 분의 멘토가 되었다. 색동회는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 1923년에 창립한 어린이 문화운동 단체인데, 울산지부에 2000년도에 입회해서 둘째 아이를 포대기에 업고 다니며 봉사활동을 했었고, 중학교 때부터 시를 좋아했던 나는 울산재능시낭송협회에도 그 해에 가입을 했었다. 지금까지 마음 편하게 두 단체에서 봉사활동과 교육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이 나를 믿어주고 도와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누군가 남편에게 아내는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큰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아주 가치 있는 일을 한다.”고 대답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고마웠다. 동화구연, 동시낭송을 하면서 가족들한테도 좋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된다. 수업 준비를 위해 녹음해서 듣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딸아이들도 익히게 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특별한 날 딸들이 건네주는 편지 내용을 보면, 엄마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절절 묻어났다.


어려서부터 동화와 동시를 많이 듣고, 여행을 많이 하고, 공연, 전시회를 많이 본 덕분인지 선생님들께서 평가하시는 딸들 모습은 밝고 긍정적이고 창의적이라고 하셨는데, 그 때마다 참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2. 동화구연과 동시낭송이 어린이들에게 끼치는 교육적 효과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동화구연은 역할과 상황에 따라 목소리와 표정을 달리 내는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야기 속 인물이 되어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고, 따뜻한 감성과 창의력, 상상력, 표현력을 기를 수 있다. 또한 바른 자세로 하는 발성연습을 통해 듣기 좋고 편안한 목소리를 내는 것과 동시에 건강까지 좋아진다.


무엇보다 스스로 책을 읽는 독서 습관을 기르고, 모든 것을 사랑의 눈으로 볼 수 있으며,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어린이들과 눈 마주하고 이야기 들려주며 같이 노는 시간이라는 방식으로 접근, 노는 것 같은데 알고 보면 언어 통합교육이 된다.


자존감을 높여주어 자살률을 낮추는 데에도 큰 효과가 있다. 예를 들면 나쁜 버릇도 스스로 고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동화의 힘이다.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하는 주입식으로 훈육하는 것보다, 동화 속 인물의 행동의 결과를 통해 간접적으로 느끼고 변화될 수 있게 하는 감성수업이다.


3. 동화구연, 동시낭송은 장기적인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건가?


장기적으로 하는 곳도 있고, 원하는 곳에서 강의를 요청하면 시간이 되는 한 간다. 동화구연, 동시낭송으로 초등학교 학생, 교사, 유치원 교사, 장애우, 이주여성에게도 하고 치매 어르신을 대상으로도 6년 정도 했었다. 좋은 결과를 본 사례가 많다. 


4. 평소에 자주 구연하는 동화는 무엇인가? 몇 가지 동화와 동화책을 소개한다면.


컴퓨터에 너무 빠져 있는 친구들을 위한 ‘이야기 오두막집’이 있는데 입학식 동화구연으로 많이 한다. 거짓말을 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동화로는 ‘다롱이의 귀’가 있다.


전래 동화로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호랑이가 준 보자기’가 있는데, ‘남이 없을 때도 항상 그 사람의 좋은 말을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가문비나무의 꿈’은 사람의 병을 낫게 하는 산삼을 보며 가문비나무도 누군가에게 소중하게 쓰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게 되고, 고속도로 건설로 산이 없어지면서 기절하고 마는데, 깨어나니 피아노가 되어 있더라는 이야기다. ‘요건 내 떡’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아주 고집에 센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었는데, 이웃집에서 아기 백일떡을 가져왔다. 서로 떡을 차지하려고, 말 안 하고 오래 버티기 내기를 한 탓에 도둑이 들어와도 아무 말도 못하게 되어 결국 소중한 것을 많이 잃게 되는 이야기다. ‘제비꽃이 만난 햇살’이나 우리에게 잘 알려진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똥’은 다시 들려주어도 무척 좋아한다. 그리고 나의 소중한 보물을 생각하게 하는 ‘무지개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메추라기와 여우’ 등등이 있다.


치매 어르신들에게도 6년 정도 동화와 동시를 들려 드렸었는데, 한 3년 쯤 지나니까 어느 어르신이 닫혔던 말문이 터지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었다. ‘전국은 지금’ 라디오 방송에 출연도 했었는데 어르신들이 참 좋아하셨다.


동화는 분량이 길어서 따라 하기 힘들지만 동시는 짧고 재미있어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동시낭송을 따라 하시면서 발음이 아주 좋아지셨고 표정도 많이 밝아지셨다. 어르신들에게는 전래 동화 위주로 들려 드렸는데 ‘요건 내 떡’, ‘호랑이가 준 보자기’, ‘저승에 있는 곳간’ 등을 좋아하셨다. ‘저승에 있는 곳간’은 저승에는 저마다 자신만의 곳간이 있는데, 많이 베풀었던 사람은 그 곳간이 차고, 욕심꾸러기는 곳간이 비어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면 치매 어르신들도 나름 반응이 온다.


간혹 초등학교 선생님이 권장동화를 부탁하면 이미 나와 있는 베스트셀러 도서가 아니라, 내가 직접 읽어본 책 중에 유익한 책을 추천해 드린다.
울산과학관에 강의하러 갔다

가 알게 된 멋진 선생님이 계신데 동화책 외에 도서교육으로 어떤 것이 좋겠느냐고 문의하셔서 ‘동시필사’를 권해드렸다. 큰 딸이 7살 때부터 초등 6학년까지 7년 동안 하루에 한 편씩 동시를 필사한 결과, 특별한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시 쓰기, 자소서 쓰기 등에 능했고, 너무나 좋은 효과가 있었기에 자신 있게 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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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현재 아이들이 자라는 사회적 환경에 대한 진단을 한다면.


난 1970년생이다. 그 때 당시 시골엔 간식거리가 귀했기에 찔레순도 꺾어 먹고, 아까시꽃도 따 먹고, 삐삐도 빼서 먹었다. 지금 아이들은 먹을 것이 넘쳐나고, 원하는 것도 많고 가질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행복하지 못하다”고 대답하는 어린이들이 참 많다. 바로 마음이 고픈 것이다. 여러 원인 중에 학원을 많이 다니는 게 제일 큰 문제다. 토, 일 주말에도 시간이 없다. 이런 아이들에게 동화, 동시는 ‘마음의 보약’이다.


간혹 어린이들에게 물어 본다. 선생님은 행복한 사람일까? 그러면 어린이들은 나를 보고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행복한 사람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특수반에 있는 어린이중 한 명은,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고, 짜증을 잘 내었었는데,  들려주는 동화와 동시를 통해서 많이 밝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린이들 앞에 섰을 때는 동화, 동시구연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동화, 동시로 어린이들을 사랑하고 진정으로 대하는 과정에서 소통이 되고, 어린이들 마음속 이야기를 내가 들어주게 되는 것이다.


6. 재담이 많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목소리가 좋은 것은 타고 난 것인가?


언어 표현력은 친정엄마의 감각을 조금 타고 난 것 같다. 시를 지을 수는 없었지만 눈이 오면 눈에 대한 이야기를 시처럼 들려 주셨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마골산 계곡물을 보고도 그냥 물이 맑다가 아니라 “우리 애란이 마음처럼 물이 맑구나” 하셨다.


항상 긍정적이고 무슨 일이든 즐겁게 하시고, 유머감각도 타고 나신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친구들이 한 말 중에 참 듣기 좋았던 말은 ‘너에게 딱 맞는 일을 하는구나’ 라는 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이 설 때, 열정은 저절로 솟아나는 것 같다. 


좋은 목소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물을 많이 마시고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 편이다. 듣기에 편안하고 좋은 소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발성연습에 대해 말하자면, 일단 배에 힘을 주고, 정자세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른 자세를 취해야 곱고 좋은 목소리가 나온다. 


내가 어릴 때 참 많이 울었다고 하던데, 그것이 목청이 터지게 된 요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어머니가 어린 나를 외갓집에 맡기고 일하러 가려고 하면, 어느새 눈치 채고 신발을 들고는 대문 앞에서 기다릴 정도로 안 떨어지려고 많이 울었다고 한다. 배에 힘을 주면 목도 상하지 않고 발성이 좋아진다. 주로 색동회 아카데미나 시낭송협회에서 발성법 교육 하는 것을 많이 배웠다. 


7. 모든 게 긍정적이고 밝은데 혹 조금은 슬프거나 안타깝게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


남편이 연구원이라 너무 꼼꼼한 반면, 나는 좀 덜렁거리고 소탈한 성격이다. 집안을 아기자기하게 예쁘게 꾸미는 부분을 잘 못한다. 게다가 봉사와 수업으로 바쁘게 다니다 보면 집안일을 제대로 못 해서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지적을 가끔 한다. 분명 내가 잘못한 것이지만 그럴 때마다 참 슬프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 “딸이 있어 참 좋다”는 말을 평소 친구에게 하셨다는 것을 나중에 들었다. 늘 엄마만 많이 생각하고 아버지에게는 살갑게 대하지 못했던 것이 참 죄송스럽다. 그래도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 좋은 추억 하나를 만들어 드렸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시대 대표 소리꾼 김영임 선생님을 평생 좋아하셨는데, 2002년도에 그분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와서, 내가 편지와 꽃다발을 준비해서 직접 드렸는데 아버지는 부끄럽다고 한사코 손사래를 치셨다. 팬과는 기념사진을 찍지 않는다는 김영임 선생님께 특별히 부탁해서 아버지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드렸다. 얼마나 기쁘셨는지 기념사진은 어깨동무까지 하셨다. 


난초처럼 사랑받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라는 뜻으로 아버지가 지어주신 ‘애란(愛蘭)’이라는 이름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8. 동시낭송 콘서트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가?


어린이들이 동시를 주입식으로 배우고 있는 탓에, 동시가 재미있고 감동을 주는 것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콘서트를 통해 동시와 친근해지는 것이 목표다. 평소에 동시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것을 모아서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고민을 한다. 말 그대로 혼자서 기획하고 연출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콘서트 당일에 나의 재능기부에 동참하는 여러분들이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처음엔 공연장에서 했지만, 2년 전부터는 초등학교로 직접 찾아가서 한다. 가수들이 무대에서 노래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것처럼 무대에서 동시를 들려주는 것이 참 즐겁고 기쁘다.
동시낭송 콘서트라고 하면 어린이만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고, 모든 연령대가 다 공감하는 장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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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동화구연, 동시낭송 일을 하면서 느끼는 한계점은 무엇인가?


어떤 것이든 지속적으로 할 때 큰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주로 교육청이나 지자체 지원받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장기적인 수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내용이 우리 실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지식보다 지혜를, 남이 안 가지는 생각, 나만의 색을 찾고, 진정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0.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동화구연과 동시낭송이 민들레 홀씨가 퍼져 나가듯이 많이 퍼져 나가서 이 땅의 어린이들이, 모든 사람들이 더 행복했으면 좋겠고, 나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이 일을 하고 싶다.
어른들도 이런 분야에 관심을 지면 마음도 밝아지고 젊어질 것으로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