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5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간부 2명이 시의회건물 옥상에서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조선소 구조조정으로 이미 수만 명이 거리로 쫓겨나 생존권의 위협을 받는 문제와 임금이 삭감되어 생활고를 겪는 노동자에게 20% 임금 삭감을 요구하는 회사 때문에 1년이 넘게 교착상태에 빠진 단체교섭을 마무리하기 위해 울산시와 시의회가 나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김기현 울산시장은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기는커녕 즉각 ‘퇴거명령서’를 전달하며 당일 오후 7시까지 퇴거하지 않으면 관련 법규에 따라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노동자의 점거 시위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법적인 절차를 거쳐 공권력을 동원해 강제로 제압하기 위한 수순을 진행했다. 결국 5월 31일 오후 4시경, 울산시의회의 한 의원과 면담을 하고 있던 노조간부를 경찰이 연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노조는 다음날 열린 시청 앞 집회에서 지방경찰청, 시장, 시의회, 자유한국당이 한 패가 되어 노조간부들을 연행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현대중공업에서 구조조정으로 수만 명이 쫓겨날 때 김기현 시장과 시의회는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고 성토했다.


1995년 6월, 지방자치시대가 시작된 이후 노동자의 도시 울산에서는 제대로 된 노동정책이 없었다. 시 행정은 ‘기업하기 좋은 도시’, 각종 축제, 개발과 성장을 중심으로 한 토건사업 위주였다. 시 노동정책은 복지나 노동자 권익 보장보다는 기업의 성장을 중심으로 한 일자리 지원 중심이었다.


김기현 시장의 노동관련 시 행정조직은 경제산업국에 속해 있는 일자리정책과로 편재되어있다. 관련 업무 내용도 노동은 기업성장의 하위개념으로 되어 있어 노동자를 중심으로 하는 정책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시대정신의 변화와 지역주민의 요구에 따라 여러 지방정부들은 복지와 노동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물론 지방정부가 행정적으로 노동정책을 펼 수 있는 법적인 토대는 직업안정이나 직업훈련, 노사관계 부분 정도로 그리 넓지 않다. 하지만 서울시는 노동정책팀, 노동복지팀, 노사협력팀으로 행정조직을 편재해서 종합적인 노동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노동정책 부서를 신설해서 시에서 고용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등 노동복지를 실현하는 지방정부 모델이 되었다.


지난 촛불혁명으로 치러진 대선에서 고용과 복지, 노동 문제 등의 정치적 의제가 전면에 등장했다. 그동안 재벌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의 결과는 불공정거래와 비정규직, 실업률 증가로 나타났다. 이제 재벌 대기업의 전횡은 적폐로 규정되어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울산의 산업도 박정희 시대 국가 기간산업 중화학공업 정책으로 성장한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다. 울산의 기업들은 국가의 지원 아래 모든 혜택을 누리며 성장했기 때문에 사실상 사회적 기업이다. 울산시의 노동행정이 기업성장 위주로 편재되어 있는 이유도 노동자들이 국가의 기간산업을 받쳐주는 ‘산업역군’이라는 개념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 과거 국가 주도형 대기업 성장 시대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또한 기업의 성장이 곧 국가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는 믿음도, 일자리 창출이라는 믿음도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재벌 대기업의 전횡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제 울산시는 개발과 성장 주도의 행정에서 복지와 노동의 노동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 주도가 아닌 지역의 노동단체와 협의체를 구성해서 민주적인 운영이 되어야 한다. 평소 이러한 소통의 구조가 없었기 때문에 노조 간부들이 시의회 옥상으로, 고가도로 받침대로 올라가거나, 노상에서 수년째 농성을 할 수밖에 없다.


김기현 시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동자들의 농성투쟁의 이면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 사회적인 모순과 갈등구조의 표현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고통스런 외침의 이면에 비정규직의 고통과 구조조정으로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아픔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이 바로 경제 민주화이고 복지이며, 경쟁력 있는 지방정부로 지속 발전할 수 있는 국가경쟁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