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어른에게 공손할 줄 모르며 다리를 꼬아 앉고 또한 선생을 부리려 한다.”
“제발 철 좀 들어라. 왜 그렇게 버릇이 없냐?”
요즘 이야기가 아니고, 첫 번째 말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고 두 번째 말은 그보다 더 오래 전인 기원전 1700년 경 수메르 점토판에 새겨진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이야기가 아닌 건 아니다. 며칠 전 여러 선생님들과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요즘 아이들’ 시리즈다.


그 중에서도 화장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중학교인데, 중학교 3학년은 말할 것도 없고 1학년들이 얼마나 화장을 많이 하는지 화장품을 뺏고 벌점을 주어도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초등학교 때부터 화장을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왜 기어코 화장을 하려 하고, 왜 교사들은 극구 화장을 못하게 할까?
학생들이 화장을 하는 이유는 간단해 보인다. 예뻐 보인다고 생각하니까. TV에 나오는 아이돌을 보면 모두 예쁘고 화장을 진하게 잘 하고 나온다. 그런 아이돌을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대중들은 스타로 대접한다. 연예계뿐이 아니다. 뉴스 방송에서조차 못 생기고 화장 안 한 아나운서를 보지 못했다. 사회 구석구석까지 외모지상주의가 판을 치고 있고, 이는 어른들이 조장하였다.


교사들이 화장을 못하게 학생들을 설득하는 논리는?
어린 나이에 화장품을 쓰게 되면 피부에 나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논리는 먹혀들지 않는다. 청소년들은 미래에 대해 구체적인 걱정을 하지 않는다. 어쩌면 미래에 대한 인식이 없을지도 모른다. 이것도 나의 편견일지 모른다.


다른 하나의 논리는 역시 공부! 한참 공부해야 할 시기에 화장에 신경 쓰면 공부를 못하게 되고 학교 분위기가 안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 역시 학생들에게는 먹혀들지 않는다. 공부보다 예뻐 보여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어울리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몇몇 극소수의 모범생은 예외이긴 하지만.


동료 교사들과 화장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참 대책이 없는 이야기라는 공감을 했다. 막아도 막아도 화장하는 학생들은 늘어만 가고 화장 정도가 심해지는데, 교칙에 금지돼 있다고 단속만 하는 것도 능사는 아닐 것이다.


지금 학교에서는 학생들은 주인이 아니다. 교사들이 정한 교칙에 따라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이다. 여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이 수동적인 존재일 때 인간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어떻게든 정해진 질서에서 교묘하게 벗어나려 한다. 그러다 보니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은 없어지고 어떻게든 통제에서 벗어나려 하는 게 인지상정이지 않을까?


차라리 학교의 동등한 주인으로 학생들의 존재를 인정해주고 함께 화장에 관한 교칙을 합의하고 복장, 두발에 관해서도 합의하고 더 나아가 수업에서 지켜야 할 상호 존중의 원칙도 구체적으로 교사와 학생이 서로 충분히 토론하고 공감하고 합의했을 때 강요된 질서가 아니라 스스로 지켜야 할 질서로 인식하고 교칙의 효율성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쩌면 이렇게 합의한 사항도 학생들이 어기면 어떡하냐는 걱정을 교사들은 한다. 그렇지만 스스로 합의해서 만든 교칙은 정당한 사유 없이는 지켜야 한다는 다수 학생들의 마음이 있기에 교칙은 자율적인 힘을 발휘할 것이다. 교칙 제 1조에 다음 내용을 넣고 싶다.


“우리 학교의 주인은 학생, 학부모, 교사이다. 모든 문제는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합의하여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