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의 시정 참여는 한국사회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주진우 서울연구원 연구초빙위원)


울산은 과연 노동자들의 도시인가. 지난달 울산을 찾은 서울연구원 주진우 연구초빙위원의 발제 내용이 새삼 귀감이 되고 있다.


주 위원은 노동자들의 권익개선을 위한 일상적인 투쟁도 크게 보면 시정참여와 국정참여의 뿌리가 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이를 실질적인 노동자를 위한 시정 변화의 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노력과 실력은 물론 거버넌스, 변화시킬 대상과의 관계 등 고민해볼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노동 불모지 서울에서 노동정책 만들기


사실 국정과는 다른 지방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그 권한 상 여러 가지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법적 강제성이 적은 조례만으로는 독자적으로 법을 세우거나 민간 부분까지 규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와 노동지청의 근로감독권 등 임금체불 사례 등을 개선할 수 있는 강제적 수단이 없다는 것도 한계다.


무엇보다 시에서는 노동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본 경험이 없을 것이다. 이는 공직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시정참여는 권리이자 의무라고 주 위원은 강조한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노동권과 단체교섭권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소위 자리나 가오를 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세우고 노동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지역사회의 동력이 된다.”


그는 노동 불모지인 서울특별시에서 노동정책을 수립하고 공무원들과 소통하는 데 참여한 경험이 있다.


주 위원 역시 노동운동을 했었지만 인수위처럼 완벽한 노동정책 플랜을 갖고 시정에 진입할 수 없어 미리 서울시 노동행정에 대해 공부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 사례가 매우 일천했다. 다른 노동도시에 비해 체계적인 노동행정을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어 몸으로 부딪히면서 이를 해결했다.


“실제로 만 명이 넘는 행정조직 안에 시 본청에 노동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두 명밖에 없었어요. 공무원이 하는 일도 민주노총이 빠진 채 한국노총과 관계를 맺고 노조 설립신고서 접수하는 것뿐이었죠.”


주 위원은 서울에서 야 4당이 공동으로 시장 보궐선거를 준비한 것이 구체적으로 노동정책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데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또 박원순 시장이 노동존중 철학과 의지가 있었고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정책개발 등에 동참한 것이 보탬이 됐다고 설명했다. 시정참여의 경우 노동운동의 뿌리에서 아래로부터의 방식보다는 선한 의지로 행한 탑 다운 방식이 강했다는 것이다.


서울시 노동특보의 주 업무, 단위노조 소통


이제 서울에서는 노동단체와 노정 교섭이 원활하게 추진되고 있다. 단위노조와 소통하는 일은 서울시 노동특보의 주된 업무가 될 정도다. 주 위원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완성 또한 공공노조 공무직노조 여성노조 등과 교섭수준의 협의가 있어 가능했다고 회고했다.


사실 말단 비정규직에게 정규직 자리를 주면 관리가 가능하냐는 둥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기에 앞서 교섭 참여 과정에서 나오는 갈등도 많았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들이야말로 속임수가 아닌 진전의 첫걸음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진통을 잘 극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주 위원이 이를 회고하는 이유는 노동자들이 시정참여를 주저하게 하는 경험 중에 지난 1997년 노사정위원회의 정리해고 합의 경험이라는 큰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의 정책으로 사회전반에 노동유연화가 만연해졌고 노동계에 대한 문호 개방이 국정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들러리 세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과 트라우마를 떨칠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노총의 입장을 십분 이해한다면서도 그는 이를 돌파하기 위해 일상적인 투쟁에서부터 시정참여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하자면 노동정책의 진화는 지방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갑자기 뚝 떨어지는 선물이 아니라 지속적인 저항과 갈등 해소 노력이 중요한 관건이라는 얘기다.


그에게도 구의역 사고는 뼈아픈 기억이었다. 스크린도어 점검 업무의 정규직 전환을 몇 달 앞두고 있는 상태여서 더욱 그랬다. 이때 정규직 전환만이 아닌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노동단체와 결합한 조사활동이 보탬이 됐다고 주 위원은 회고했다.


“일상적으로 노동단체와 문제 해결을 협의하는 관계를 구축해야만 굵직한 정책 시행은 물론 현장의 잘못된 관행도 고쳐나갈 수 있다. 평소에 감시와 견제를 하는 일상적인 거버넌스가 중요하다.”


노조 조직 위해 행정이 세심한 관심 기울여야


노조를 만드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이것을 시작으로 노동자의 권익을 해결할 수 있는 무기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노조 조직도 행정이 세심히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분야다.


주 위원은 “노동정책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노동에 대한 인식 수준부터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장 우선해야 하는 노동정책을 하나 꼽으라면 노동권 교육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에서도 지하철 역사 내부 등 시 관련 시설을 통해 노동단체 노동정책 홍보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주진우 위원은 노조 조직화야말로 가장 큰 전략이라며 노동조합 품안에 들어오게 하는 것부터 노동정책을 끌어올릴 수 있으며 노동정책 목표에 따른 전략적 접근 역시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공공부문에서 기존 비정규직 정규직화 규모보다 새로 비정규직을 뽑는 경우가 훨씬 많았던 게 기존의 현실이라며 이를 극복하고 신규채용에 정규직 채용 원칙을 지키는지 세심하게 모니터링하고 견제, 감시하는 게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포럼 2018 울산광역시 시정 분석 포럼은 지난달 16일 노동의 관점에서 본 시정참여의 의미를 주제로 첫발을 내디뎠으며 향후 매월 모임을 지속하고 의견을 모아 노동자 정권 수립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