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풀로1


내풀로2


우리나라엔 일 년에 한번 국내 기록 전문가들의 축제 ‘아키비스트 캠프’가 있다. 이 캠프는 기록(여기서 ‘기록’은 주로 업무활동과정에서 만들어진 증거적 성격이 있는 기록을 말한다)에 관심 있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예비 기록인과 현장에서 그리고 학계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기록인들의 교류의 장이다.


올해는 1일차에는 ‘기록전문가의 생각과 지혜’란 제목으로 전문성에 기반한 기록관리의 발전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2일차에는 기록관련 기관을 방문하는 것으로 꾸며졌다. 서울에서도 핫한 홍대 앞의 한 교육장을 행사 장소로 잡았는데 이동의 편의성을 위해 다소 주제와는 거리가 좀 있지만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마포구 성산동)을 방문하였다. 우연이었을까? 다음날 참석하기로 예정된 북콘서트가 ‘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이었다.


평소 위안부 문제를 가지고 활동하는 기관이 있는 것은 알았지만, 시민활동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이 분야에 상설 박물관까지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상처 받은 역사는 치유 받지 못하고 흘러흘러 이젠 당사자들마저 하나둘 사라져 가는데 슬픈 기록만이 남겨지는 현장답사로구나. 나중에 안 일인데 일본 시민활동가들이 한국에 오면 꼭 가보고 싶어 하는 박물관이라 한다.(여러분들도 홍대 근처 가신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주택가 골목 약간 경사진 언덕에 자리 잡은 이 아담한 박물관은 어쩌면 할머니들이 우리사회에 우리 속에 묻혀 별일 없이 오순도순 살고 싶어 하셨지 않을까란 생각을 들게 하였다. 그간 알고 있었던 것이 일제강점기 정신대에 강제 동원되어 당했던 직접적인 상처뿐이라면(여러분도 저랑 비슷하신가요?), 해방 후 당신들이 감내해야했던 삶 통째가 치유의 대상이란 걸 박물관을 나서며 알았다. 현재도 진행 중인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싸움과 일생동안 일상으로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시간...


1층에서 매표를 하고 건물 지하를 내려가 2층까지가 상설 전시공간이었고, 다른 한쪽에선 특별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박물관 건물을 나와 앞뜰을 지나 지하로 내려가는 작은 길이 있었는데 하마터면 특별전은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할머니전’(가칭으로 내가 붙인 것)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아마 이곳을 보지 못했더라면 미래가 없는 과거와 현재에 머물러 있는 성실한 박물관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시대 가장 친숙(?)한 전쟁, ‘베트남전’


베트남전 참전용사를 부르며 용맹과 희생을 이야기하지만, 베트남 역시 여성이 있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피해국으로 주장만 해봤지 가해국이라고는 미처 생각이 닿지 못했던 것이다. 


차 한 대 정도 들어가는 주차장 크기의 지하공간에서 베트남 할머니들의 목소리가 패널로 전시되고 있었는데 그 습하고 무더운 오늘이 그날 같았을까? 놀라웠던 것은 베트남 할머니들의 이야기와 우리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너무도 닮아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자료를 수집했던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본인 역시 베트남 할머니를 만나 미안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고, 평소 일본인들이 와서 미안하다고 했을 때 그 말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본인도 그렇게 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노라고...


몇 주 후면 영화 하나가 개봉된다고 한다. <군함도>. 무식하기 그지없는 나는 무슨 군함의 이름으로만 생각하고, 일제강점기 배에서 일어났던 우리 역사 이야기쯤이겠거니 했다.


“역사를 ‘기록’하고 ‘기억’해야 할 책임은 그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과 나에게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살피고 역사인식을 닦아야할 의무가 있다.”(<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 민족문제연구소, 2007)
여기저기 너나 없이 기록과 역사를 이야기하지만, 반대로 역사는 너나가 없는 것 같다.
윤지현 기록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