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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개봉하는 게 헐리우드 슈퍼히어로 영화다. DC코믹스와 마블코믹스 원작이라는 말이 우리 관객들에게 익숙해졌다. 이번엔 스파이더맨이다. 지금까지 두 차례의 시리즈가 있었다.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2002~2007)이 세 편, 앤드루 가필드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1~2014)이 두 편이었다.


톰 홀랜드는 보다 장난끼 많고 천진난만한 스파이더맨이다. 극중 나이 열다섯 살에 맞춰 아직 어른의 때가 묻지 않은 슈퍼히어로를 선보인다. 이런 등장은 이미 <캡틴아메리카: 시빌워>(2016)에서 예고됐었다. 극중 초반부에선 그 연결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발탁으로 등장해 반으로 나뉜 어벤져스 내에서 맹활약했던 순간이 정신없는 캠코더 영상으로 드러난다. 10대 특유의 발랄함이다. 이제 자신도 영웅이 됐다는 흥분이 가득하다. 그리고 새로 받은 슈트까지 안고 돌아와 아이언맨의 ‘스타크 인턴쉽’에 속하게 된다. 그러다 우주물질(자우리타인 광석)로 위험한 무기를 만드는 악당들과 대결을 하고 친구 네드(제이콥 배덜런)에게 정체를 들키는 등 천방지축 행보를 이어간다. 과연 이 초보 영웅의 성장은 순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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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분위기와는 확실히 다르다. 어딘가 비밀스럽고 어두웠던 기운을 완전히 지워 버렸다. 그리고 시종일관 유쾌함을 선택했다. 심지어 악당과의 대결까지 흥겹다. 감독은 낯선 주인공에 고개를 갸웃거릴 오래된 팬들을 위해서는 과거의 명장면을 아주 중요한 순간에 재현하는 것으로 채워준다.


원래 스파이더맨은 만화 출판물에서 마블코믹스 중 최고 인기 캐릭터였다. DC코믹스의 슈퍼맨, 베트맨에 맞먹는 대표선수였다. 하지만 마블이 우주세계관을 구축한 본격적인 영화화에 나서면서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 등에 뒤쳐졌다. 그래서 다시 최첨단 인공지능이 장착된 슈트를 입혀 <아이언맨> 초창기의 힘과 흥분을 실어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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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로 총합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의 연관성은 극대화했다. 아이언맨의 경호원으로 1편부터 등장했던 해피호건(존 패브르)은 너무 반가운 얼굴이다. 그리고 비서이자 연인인 페퍼(기네스 팰트로)도 다시 등장했다. 캡틴 아메리카는 까메오로 나온다.


등장인물들의 인종 다양성도 눈에 띈다. 파커가 몰래 짝사랑하는 여학생 미쉘(젠다야 콜맨) 원작과 달리 흑인. 또 파커의 단짝 네드는 연기한 배우는 필리핀계다. 그렇게 같은 학급의 친구들의 구성이 백인 중심에서 확실하게 바뀌었다. 달라진 점은 또 있다. 과거 스파이더맨의 빌런(초인 악당)은 매우 부유한 계층이었지만 이번에는 억만장자 스타크에게 사업권을 뺏긴 중산층이다. 반전의 카드도 포함시킨 매우 독특한 설정이다.
배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