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를 보면 필리핀 대통령이 지나친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것 같던데요?”
“현지에선 인기가 아주 좋고, 국민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필리핀의 관료들이 너무 부패해서 국가 재산을 기업에 다 팔아먹고 기업들은 깡패들을 앞세워 시민들에게 워낙 많은 횡포를 부렸기 때문에 지금처럼 막강한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전두환이 쿠테타를 해서 무소불위 권력으로 나쁜 짓을 많이 했잖아요.”
“이 사람은 시장부터 시작해서 대통령이 된 사람인데요. 너무 청렴결백해서 아무런 흠집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많은 지지를 하지요. 대통령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아부를 하려다 사고를 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대통령과 대통령의 친인척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절대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것은 진린데요! 사람인 이상 아무리 뛰어나도 완벽하기란 불가능하지요. 수많은 개인들의 요구를 조정하는 일이 정치가가 해야 할 일인데, 사물을 아무리 얇게 썰어 놓아도 양면이 생길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법치라는 기준으로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우리나라의? 지도자 중에 법치를 가장 잘할 가능성이 있는 정치인이 있는데요, 나는 그분이 성남 시장인 이재명 씨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 저도 이재명 씨를 좋아 합니다. 제가 있을 땐 성남이 부채도 많고... 좋은 곳은 아니었는데, 요즘 국내 소식을 접하면서 성남 소식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요.”


“대통령 탄핵이 며칠 남지 않았어요. 우리나라의 정치와 대통령을 보면 정말 쪽팔립니다. 아이들이 침몰하는 세월호 뱃속에서?죽어 가는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지켜 봤는데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고요. 오히려 피해자들을 욕보이고 있지요. 그런 일들이 반복적으로 쌓이면서 광화문에 촛불이 켜지기 시작한 거지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원인은 무엇보다도 사회 시스템이 경쟁을 부추기며 이기는 삶을 가르치는 것이겠지요. 경쟁 속에서 40년을 넘기고 나면 되돌릴 방법은 어렵게 되는 것이죠. 경쟁과 비교의 악순환인 것이죠.”


“필리핀은 가능성이 많아요. 자원이 풍부하고 아이들을 많이 낳고 있어서 많이 발전할 것 같아요.”
“자본이 움직이면서 삶의 질을 우리나라처럼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뱃머리에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배가 샵이 있는 항구에 도착하고, 해는 바다 끝을 붉게 물들이며 가라앉고 있다.


오늘은 마사지 체험을 하는 날이다.
마사지를 받는 장소는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 복판에 있었다. 마을은 허름한 건물들과 남루한 주민들이 개와? 고양이와 함께 어울려 있고, 페허 같은 공간을 지나 골목을 들어서니 넓은 마당 뒤로 널찍한 1층 건물이 보이면서 출입문이 나타났다. 입구의 담벼락엔 경비원이 하얀 제복에 권총을 차고 있다가 우리 일행이 타고 도착한 봉고차의 문을 열어주며 인사를 한다. “웰컴.”
“쿠무스타까ㅡ안녕하세요.” 경비원 옆에는 개가 졸고 있다.
몇 개의 계단을 올라서 문을 열고 로비에 들어서자 커다란 평상 두 개가 중앙에 놓여 있고 좌측엔 카운터가 있는데, 카운터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로비 입구 안쪽에는 로비를 마주보는 문이 있어 열고 들어가니 정면으로 늘어선 문들이 좌우로 길게 도열해 있다. 좌우의 끝에는 벽면이 연결되어 있고 방문들이 달려 있다. 50개가 넘는 문이 모두 마사지 실(방) 문이다. 마사지 실의 중앙은 넓은 마당이고 마당 중앙은 푸른 잔디가 깔려 있다. 어릴 적 시내에서 보았던 크고 넓은 마당이 있는 여인숙 같다.


여인의 안내를 받으며 늘어선 방들의 중앙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침대 두 개가 나란히 있고, 침대 머리맡엔 문 없는 벽이 쳐 있다. 벽 안쪽은 샤워기가 있고, 동네 목욕탕의 세신(때미는)실과 같다. 우리를 안내한 여인은 반바지를 갈아입으라는 제스처를 남기고 방을 나갔다. 아내는 “브라자를 벗어야 하냐?”고 나에게 물었다. 그때 나는 빤스를 벗어야 하나를 고민중에 있었지만 아내에게 “벗어야지.” 대답하면서, 나는 빤스를 벗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만약에 혼자 마사지 실에 있었다면 엄청난 갈등을 겪었을 것이 분명하다. 옷을 갈아입고 침묵의 시간이 길게 느껴질 쯤에 30대 쯤 보이는 날씬한 여성이 들어왔다. 잠시 후 40대로 보이는 작고 뚱뚱한 아줌마가 들어 와서는 누우라는 신호를 한다. 몸에 얇은 천을 덮어씌우고 얼굴에도 몇 겹으로 접은 얇은 천을 덮더니 팔을 늘리며 마사지를 시작한다. 옆 침대의 아내도 마사지를 시작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내 몸을 만지는 마사지사의 손아귀의 힘이 내 몸의 근육을 제압하지 못한다. 열심히 힘을 써 댄다고 콧바람이 휭휭 나오고 숨을 헐떡거리다가 기침을 하기 위해 침대에서 멀어지거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기를 반복한다. 안마를 받는 시간이 미안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며 무엇인지 운반되는 소리가 났다. 뜨거운 돌(둥글넓적한 돌)을 등에 갖다 대면서 “핫. 오케이?” 하고 묻고, 대답할 사이도 없이 돌을 등에서 어께로 밀어 올리는데 어깨에 닿는 돌이 뜨겁다. “뜨거 뜨거!”라고 소리를 지르자 “쏘리. 쏘리.” 하면서 미안해한다. 짧은 영어로 괜찮다고 이해를 시키려고 “백 썬테닝 오케이(등이 많이 탔다)?” 라고 하니까. “옛썰!” 하고 대답한다. 손으로 안마를 하고 뜨거운 돌로 몸과 팔다리를 문지른 지 두 시간 정도 지나고 “다됐어요. 땡큐!” 하면서 일이 끝났음을 알려준다. ‘대장동생’이 팁을 백 페소(만 원정도 된다.)씩 준비하였다가 마사지가 끝나면 주라고 가르쳐 주어서 아내와 나는 백 페소씩 나누어 주머니에 넣고 들어 왔었다. 그런데 나는 옷을 벗으며 “팁은 당신이 줘라.”고 하면서 내가 줘야 할 백 페소를 아내에게 줘버렸다. 아내는 자기가 받은 마사지사한테는?팁을 줬는데 내가 준 백 페소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밖은 마사지를 한 사람과 받은 사람들이 몰려 나와 소란해서 양쪽 다 마음이 급해지는데 백 페소짜리 지폐는 찾을 수 없다. 나는 재빠르게 주머니에서 천 페소 지폐를 꺼내 나를 주무른 뚱뚱한 아줌마에게 주면서 “하프 앤 하프(반반 나눠가져라).”라고 말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백 페소를 찾지 못하는 아내가 고마웠다.


우리가 체험한 것은 마사지가 아니라 안마였다. 동급의 ‘호텔안마’ 가격은 9000 페소(호텔 팸플릿 참조)였다. 우리를 주무른 안마사들은 한국인 사장의 수완으로 급조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안마시술소 사장은 호텔에서 9000 페소에 팔고 있는 안마 상품을 2000 페소로 값을 낮추었던 것이다. 이곳의 안마사들이 받는 수고비는 400 페소 정도고 팁 100 페소를 합치면 500 페소를 받는 셈이 된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오만 원 정도 된다.(계속)

칠환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