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느티나무 아래에 잡풀과 똑같아지면 안 됩니다.”(UNIST 김학선 교수)


울산과학기술원이 ‘지역과 겉돈다’는 세간의 평을 딛고 울산에서 제일 적극적으로 4차 산업혁명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산업계 흐름에 발맞춰 4차산업혁신연구소를 설립한 유니스트는 최근 4차 혁명과 대-중소기업 간 상생을 주제로 대규모 포럼을 열었다. 지난 4일 유니스트 경영대학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는 연구책임자가 직접 나서 기술원의 4차 산업혁명 정책을 알렸다.


유니스트 혁신연구소가 진단한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준비는 아직 아쉬운 점이 많다. 이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여서 미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여전히 제조업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한계를 보인다는 평.


더군다나 한국은 제4차 산업혁명 추진 기반마저 부족한 상황이라 글로벌 선도 국가에 비해  기술격차가 상당한 편이다. 로봇(유사)과 사물인터넷(우위) 분야 외에는 중국보다 경쟁력이 낮은 것이 국내의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유니스트 김학선 교수는 각지에서 원하는 걸 만들어주는 것이 4차 산업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수요처에서 원하는 대로 생산해주는 체제는 효율성과 다양성에 기초해 대기업이 전부 만들어 전 세계에 뿌리던 것과 대척점에 서 있다.


김 교수는 “4차 산업의 본질은 강소기업이 유리한 이유와 같다.”며 “기업은 각각 어떤 것을 특화시켜야 할지 ‘키워드’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규정은 느슨히, 준비는 철저히


정책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 추진을 특정 단위기술 위주로 주도하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소비와 생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까지 망라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초기에는 그 표기를 놓고 ‘4차 띄고 산업혁명’(산업계)인지 아니면 ‘4차산업 띄고 혁명’(전기전자업계)인지도 논란이었다.”며 “이처럼 4차 혁명은 산업 내에서도 어느 분야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그 양태가 다르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정부규제와 제도 문제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은 이미 2007년 무인항공기 개발에 성공한 나라다. 그러나 드론을 띄우고 싶어도 항공법 등 갖은 규제에 걸려 시험조차 할 수 없었다. 벤처기업에는 규정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까닭이다.


김 교수는 “대기업마저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하면 먼저 규정이 있는지 없는 지를 물어본다.”며 “이것저것 다해보고 문제가 생기니 하지 말라고 만든 게 규정인데 해보지도 않고 규정을 먼저 만들면 되겠냐?”고 질타했다.


그런 그도 설익은 시도만큼은 경계했다. “세제개편 하나에 17년을 걸려 진행”한 세종대왕을 언급하며 “시범사업을 제대로 하고 성공적인 것을 확산시켜야 불합리가 정리된다.”는 전략적 접근법을 제시했다.


김학선 “노동소외 해결책 찾아야”
‘지능형 안전 플랫폼’이 울산전략


김학선 교수는 예전에 벤처기업을 두 번 하다 삼성연구소장을 맡았고 지금은 대-중소기업과 대학을 아우르는 전체적 조망에 힘쓰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뒤따르는 ‘노동의 소외’를 우려했다. 네트워크와 자동화가 사람들이 할 일을 없앤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전망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대학을 나온 고등인력이 70프로 이상이기 때문이다. 단순노무인력은 줄어도 선진국으로 가면 갈수록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 교수는 “자꾸 직장 생긴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소외당하는 사람들은 어떡해야 하나 고민해야 한다.”며 “소외당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세워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니스트의 혁명 전략, ‘안전’


유니스트의 4차 산업혁명 추진 목표는 ‘지능형 안전 플랫폼 구축’을 통한 4차 산업혁명의 전초기지 만들기다. 산업재해 예방이 숙명의 과제인 울산지역 특성에 맞게 재난안전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중점 전략은 초연결, 초지능, 초실감 등이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결합한 혼합현실(엠알) 기술, 시뮬레이션 기술이 그 예다. 이처럼 4차 혁명을 대표하는 기술로 재난재해를 예방, 극복하고 제조 서비스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겠다는 복안.


반면 플랫폼과 산업생태계가 4차 산업혁명 그 자체라는 얘기도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공급자와 소비자가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은 마치 기차역과 같다.”며 “이곳에서는 비둘기호만이 아니라 케이티엑스도 탈 수 있는 선택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풀이했다.


또 이 플랫폼에서 살아남으려면 중소기업은 강소기업이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1등과 4등이 파트너십을 가지면 4등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떻게 파트너를 1등으로 만들 것이냐가 큰 관건이다. 부품업체의 수준이 높지 않으면 다른 업체도 경쟁력을 못 가진다는 얘기.


#4차 산업혁명 관련 주요 지원
출처=유니스트 4차산업혁신연구소

1. 스마트 팩토리 컨설팅: 다품종 소량생산의 기본.
2. 시스템 엔지니어링: 기술은 융-복합, 시장은 확산으로.
3. 엔젤펀드 조성: 망하면 끝이 아닌, 계속 연구기회 지원.
4. 퇴직자 협력: 인력그룹-아이디어그룹-경험그룹 교류 강화.


발표를 마친 김학선 교수는 “제조, 안전, 에너지, 교육 등 울산의 핵심 타깃을 ‘선택과 집중’으로 제대로 만들겠다.”며 “인력도 그냥 인력이 아닌 고급 인력을 창출하고 강소기업을 진짜 육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제조업의 빅데이터 활용법 ‘도메인십’


유니스트에는 빅데이터연구센터가 있다. 센터장인 이창용 교수는 제조업에서의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활용 방안을 안내했다.


이 교수는 델 자료를 인용해 “데이터를 활발하게 활용하는 기업이 50프로 이상 빨리 성장하지만 그 이점을 알고 있는 기업 수는 더디게 증가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기업간 빅데이터 활용 경쟁은 앞으로가 점점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때 데이터는 많지만 그 활용법은 없는 제조업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는 ‘귀납적 추론’을 언급하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관계를 풀이했다. 과거 사례에서 의미 있는 규칙이나 패턴을 추출하는 게 인공지능이라는 것. 그렇기에 인공지능은 데이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정확하므로 과거 사례수가 충분하며 그 질은 좋은가를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다.


#빅데이터-인공지능 활용사례
출처=구글 딥마인드

1. 손가락 로봇(제조업): 정해진 업무만이 아닌 어떤 것이든 집어낼 수 있게 ‘딥 뉴런’.
2. 비디오 기반 작업내용 탐지: 동작을 찍고 탐지해 어떤 작업 하는지 파악.
3. 핵발전소의 크랙(틈) 탐지: 위험한 곳,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든 곳에서 큰 성과.


하지만 그는 빅데이터 분석에서 모든 답이 나올 거라고 기대하는 울산 기업의 태도는 섣부른 감이 있다고 본다. 해답은 오히려 도메인십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훨씬 더 잘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센터장은 “데이터는 많지만 좋은 데이터는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대-중소 협력 관계를 개선해 도메인 지식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 빅데이터 사례 분석으로 좋은 활용 방안을 찾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울산의 제조업 고도화에 대해 중소기업은 지능화보다는 자동화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직 자동화를 통한 효율성 개선이 안 된 곳이 많으므로 그 다음 단계인 스마트 팩토리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4차 산업혁신 위한 중소기업 툴킷 개발

출처=유니스트 빅데이터연구센터


주 활용분야: 공급사슬망 관리, 고장예지 및 관리, 스마트 대중교통/서비스 등.


사례1. 핸드폰 불량 배터리 조기 탐지=폰 주기는 1년 남짓이지만 3천 사이클 테스트에만 4개월 정도 듦. 이에 중국 회사가 150사이클로도 불량 판단 가능한지 요구.


사례2. 레이저 용접 품질 모니터링=겉모습만 육안 확인하던 것을 엑스레이로 정확히 검사하려면 고비용. 사물인터넷 기반 센서 데이터 통한 딥 러닝으로 불량 탐지하는 기술 개발 중.


사례3. 근로복지공단 서비스 고도화=건설하청 쪽 고용보험 추가징수 목적. 업무 자동화 안 돼 있어 연 3회 수작업으로 총 3개월 듦. 오류 잦아 100만원 받으러 가서 1만원 밖에 못 받는 일도. 오차 줄이기 위해 사례 확충 및 기존 데이터만으로 오납 줄이고 1억 원 더 걷힘. 업무도 3분이면 끝나도록 해.


정리=이채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