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하루 한나절을 햇빛이 잘 드는 너럭바위 위에다 몸을 널어두면 어떨까? 가끔 혼자 산행을 할 때 그런 곳이 나타나면 배낭을 베개 삼아 누웠다. 어느새 한잠 들고 일어나 보면 신선놀음처럼 시간이 후딱 가버려 날이 저물어 있어 일어서곤 했다. 햇살만 보면 어릴 적 기대어 놀던 환한 담벼락도 자주 떠오른다. 그 햇살에 많이도 야물어 한 시절 건너는 데 힘이 되었다.


요즘은 봄날이 예전 같질 않아 사람들이 외출 시 마스크를 끼고 거기에 모자며 선글라스를 갖추고 다니는 경우도 제법 보인다. 길을 걷다가 무심결에 마주친 상대방이 그런 차림일 땐 낯설어 가끔 놀라곤 한다.


미세먼지를, 황사를 그냥 많이 마셔버리면 안 될까? 얼굴이 햇볕에 좀 그을리고 잡티가 생기는 것을 놔두면 안 될까? 기관지가 약한 사람도 있을 수 있는 것이고 유독 햇볕에 잘 타고 잡티가 늘어나 신경이 많이 쓰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 좋은 봄날에 금방 내 인생에서 사라져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이 봄날이 더 소중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갑자기 봄 햇빛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사람의 몸은 식물처럼 매일 일정량의 햇빛을 쬘수록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햇빛을 자주 쬐게 되면 골다공증을 피할 수 있으며 심혈관질환과 암을 예방하는 효과도 늘어나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주로 햇빛으로 인한 우리 몸에 합성된 비타민D의 효과에 기인한 것이라 요즘 약국에서 부쩍 비타민D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햇빛을 놔두고 굳이 약으로 섭취해서 유지하는 건강이란 무엇일까? 우리의 일상이 우리에게서 무엇을 앗아가고 있는 것일까? 살아가면서 재물과 여유와 늘어나는 여러 종류의 기대로 인해 우리는 쉽고 단순하며 편안한 일상을 자꾸 잃어버리게 되는 것 같다.


가끔 햇빛에 오래 앉아 있으면 몸의 평온함이 느껴지며 기분이 좋아지는 듯한 경우를 보기도 하는데 우리 몸에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이란 물질의 분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신경과에서는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키는 약물로 우울증 치료에 사용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우울해져오면 병이 깊어지기 전에 햇빛을 쬐러 가야 되는 것이 아닌가?
몇 년을 병원 옆에서 환자들을 지켜본 결과 약물 투여가 시작되면 다시는 일상으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간혹 좀 나아져 퇴원을 하더라도 얼마 뒤 더 심각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하는 것을 여러 번 보다 보니 몸의 일부인 정신 신경의 약화는 약물로 되돌리기가 쉽질 않으며 그저 몸과 정신이 약물반응에 따라 수동적으로 따르고 있을 뿐인 것 같다. 외부의 지극한 정성으로 치료하기도 쉽질 않다. 이미 환자 주변의 환경이 악화될 대로 되어서 온 질환이므로 모든 경우를 되돌리기는 힘든 것이다. 산다는 것은 참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매번 느끼게 될 뿐이다.


스스로 주변을 둘러보며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그러한 힘든 환경의 일부를 혹여 은연중에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두렵기조차 하다.


이런 염려의 가장 탁월한 치료법이 한 가지가 있다. 스스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길을 꾸준히 행하는 것이다. 사람은 자기 스스로 몸과 정신을 굳건히 할 수 있어야 타인의 삶도 지켜줄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오늘 하루, 빨리도 가버리려 하는 봄날을 붙잡고 잠시라도 눈을 감고 태양을 향해 정지된 채로 가만히 몸과 정신을 내버려둬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