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여 년 전, 여가생활을 이용하여 많이 부실한 내 몸을 어떻게든 치유해야겠다는 생각에 산야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휴일이면 운동과 맑은 공기도 취할 겸 산에 다니며 이름도 약성도 모르는 풀과 나뭇잎들을 향도 맡아보고 맛도 느껴보곤 했다. 제대로 공부해야겠다 싶어 관련 서적들을 구해서 이론 지식을 조금씩 쌓고 산야초 해설사 과정을 거쳐 처방사 자격도 취득하고 지금은 관련 학과 교수 연구반에도 기웃거리게 되었다. 나름 관심이 많아선지 길가에 무성한 잡초만 봐도 온통 약제로 보인다. 그 덕에 부실했던 내 몸이 좋아진 것도 큰 성과다. 사내 건강 담당 직원이 특별 인터뷰 요청을 할 정도로 확연히 좋아졌다.


지나간 시간들의 빠름을 보면 남은 몇 년의 직장 퇴직 시한은 금세인 건 분명하리라 여겨진다.
꿈을 꾸어본다. 그리고 어설프지만 나름 설계도 해본다.


험한 시골길이나 산길도 잘 다닐 수 있는 사륜 오프로드 차로 바꾼다. 등산용 텐트와 한겨울에도 야외서 얼어 죽지 않게 침낭을 하나 장만하고 간단한 취사도구를 함께 챙긴다.


설계를 하고 나무를 가공해서 황토나무집을 지을 수 있는 능력도 있고 전기 기술도 있다. 농학을 전공해서 농사일도 잘 할 수 있다. 요즘엔 퇴근 후 경락마사지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차에 이것저것 공구들도 챙긴다.


여행을 떠난다. 기간은 정하지 않는다. 목적지는 도시의 편리성에서 먼 시골마을, 산촌, 오지 같은 곳이 될 것이다. 연세 많은 어르신이 사시는 오래된 가옥의 불편한 부분, 어두운 헛간에 고장 난 전기를 고치기도 한다. 봄이면 주변의 산야초를 뜯어 봄나물 무침과 산야초전을 만들어 함께 먹는다. 날이 저물면 풀벌레 소리 들으며 잠을 자고 아침 새소리에 잠을 깨고 또 다른 곳으로 떠난다.


마늘밭 힘겨운 농부를 보면 같이 마늘을 뽑아주고 말동무도 되어준다. 사과를 따는 과수원이 있으면 사과를 따주고 땅에 떨어진 사과를 몇 개 주워서(땅에 떨어진 사과가 완숙된 거라 더 맛이 좋다) 먹으면서 또 길을 떠나면 된다.


병원이 먼 산촌 마을 회관에 들러 허리 아픈 어르신, 어깨 아픈 어르신, 팔다리 쑤시는 어르신 경락 마사지 해 드리고 밥 때 되어 국수 한 그릇 말아 주시면 한 끼 끼니를 때운다. 시골 장날이면 장터를 기웃거려 본다.


풍광이 장관인 산이 보이면 한 나절쯤은 등산도 좋을 거다. 길가 어여쁜 들꽃이 유혹하면 마주 앉아 애인인 양 도란도란 얘기 나누다 안녕 작별 인사하고 기약 없는 이별을 한다. 또 다른 어느 마을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다, 이 여행이 한 달이 될지 일 년이 될지, 더구나 지금 꾸는 꿈이기에...
하지만 오랜 도시에서의 삶에서 메마른 가슴이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