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은 물질의 성질, 조성, 구조, 변화 및 그에 수반하는 에너지의 변화를 연구하는 자연과학의 한 분야이다. 대학시절 주요 전공과목 중 무기화학, 유기화학을 배웠는데 그때 칠판에 적혀지던 화학식들을 이해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던 트라우마가 아직 내게 남아 있다.


자연계의 운용이 화학반응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지나친 비약이 될는지 모르지만 재미있게 여겨지는 현상이다. 이런 시야를 대학시절 지닐 수 있었다면 철저히 때로는 아기자기하게 화학수업에 임할 수 있었을 것을, 그 시절 수업이 왜 그리 답답하고 지루하고 갇힌 듯 여겨졌는 지 모를 일이다. 자유, 자유, 그리 되뇌고 다닐 뿐이었다. 그 자유에 시지프스의 신화와 같은 엄중한 책임이 따르는 줄도 모르고 누가 있어 자신을 그리도 누르고 있는 줄로 여기며 자유를 외치고 다녔다.


크리슈나무르티의 <자기로부터의 혁명>을 읽으며 성숙되지 않은 자유에 막연하게, 몽롱하게 취하며 다닌 것이다. 방금 지금과 대학시절 간의 화학반응이 일어났다.


얼마 전 어느 모임에서 참석한 사람들 간의 활발해진 화학반응을 느꼈는데 드디어 무언가 변환해간다는 화학변화를 나타내기 시작하는 듯했다. 모임이든 사람의 몸이든 변화란 무척 중요하고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인 듯하다. 어느 물질이 다가오고 어느 촉매가 그 자리에 나타나느냐에 따라 생성되는 물질과 그 물질이 주변에 끼칠 영향이 다르게 생겨나게 된다.
신체의 균형을 말할 때 좌우 어느 한 곳으로 질병이 몰리게 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섭취하는 음식들의 색깔들도 다양하게 헤아려 섭취를 한다면 균형 잡힌 영양소들의 섭취가 가능하듯이 한군데로 쏠리는 현상을 경계로 삼아야 할 일이다.


그래도 나는 구석으로 간다. 유동하는 생각들, 감정들 때문이다. 구석으로 몰려 정신이 복잡해지고 몸이 병들 것 같아지면 정신이 번쩍 들며 원래의 자리를 찾아가는 당신, 돌아와 자리를 잡아보지만 어제의 자리에서 약간 비켜난 곳에 있다. 거기서 다시 몸과 생활의 균형이라는 것을 시도한다.


왜 왼쪽 눈에만 다래끼가 자꾸 생기는 걸까요, 왜 오른쪽 어깨만 아픈가요, 가끔 사람들이 자신의 질병의 좌우의 위치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아프지 않은 것이 제일 나은 것이지만 양쪽 다 아픈 것도 안 될 일인 것을, 그 중 한 곳이 아픈 것은 몸의 순환의 쏠림현상으로 볼 일이다.


태극, 음양오행사상을 상세히 모르지만 이러한 것은 전반적인 운행을 제시하는 것이며 조화를 중요시하며 그러함이 얼크러지는 곳에 적체와 변동과 불화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요즘은 전체의 운행, 조화도 중요시하지만 눈에 보이질 않는 미세한 구조들의 차이, 그것들의 변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조된 공간과 위치들의 변형들이 전체에서 무시되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흐름이 되고 있다.


화학반응에서 몸의 전체를 살피는 것도 필요하지만 부분들의 기능들도 제대로 이루어지는가도 필요한 것이다. 건강을 살피는 일은 전체와 부분의 눈에 보이질 않는 미묘한 반응들을 살피는 일이기도 하다.


더운 여름이다. 바깥 날씨와 몸과의 활발한 교류가 시작되겠다. 덥다고 에어컨이 있는 실내만 찾질 마시고 야외에서 더운 여름을 맞아들이며 흘리는 땀을 즐겨보자. 땀이 흐르는 그 화학반응 속에 ‘디펜신’이라는 항균 펩타이드가 들어 있어 습진, 무좀 등의 질환에 대한 면역성질이 조절되니 말이다. 오늘 하루, 여름 속에 숨은 ‘여름’이라는 기운을 즐기고 싶다.


강현숙 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