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지역혁신프로젝트 울산고용전략포럼


“저희는 일자리를 홍보, 장사하는 게 일입니다. 근데 생각보다는 잘 안 팔리네요.”(김효순 소장)


지역주도형 일자리창출 심포지엄(2017 지역혁신프로젝트 고용전략포럼)이 11일 롯데호텔 샤롯데룸에서 진행됐다. 경제난을 혁신 일자리로 뚫자는 취지의 이 자리에는 고용노동부 김효순 부산고용센터 소장이 강연자로 초청돼 정부 고용정책의 대략을 보여줬다.


김 소장은 일자리 문제 해결을 ‘세일즈’ 개념으로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또 그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뒤져보면 정부지원제도는 다 있으니까 지자체에서는 이를 받아다가 업종/규모별로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제도로 창조적 패키징해 팔아야 한다.”고 조언한 것.


김 소장에 따르면 고용부가 특히 신경 쓰는 일은 평생학습(직업교육을 전 생애 단계로 확장)과 고급인력 양성 위주의 직업교육 개편, 그리고 엔씨에스(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의 채용 확대다. 그중에서도 그는 오이씨디 통계를 인용, 평생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평생교육, 장년도 다시 배워야 해


국내에서 세대별 직업역량 비교를 해보면 장년은 언어와 수리능력이 청년에 비해 떨어진다고 한다. 정보통신(아이티) 역량은 청.장년이 그나마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오이씨디)의 성인핵심역량평가 결과로 밝혀진 내용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오이씨디 가입 국가 중 한국의 장년 인력 역량이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는 것. 그렇지만 장년층은 직업교육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편이다. 청년들은 정보통신(아이티) 혁명에 자연스럽게 적응했지만 장년들 중에는 그저 자연인으로 남고 싶어 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그럼에도 중년들이 최소한 아이티 매커니즘과 유용성만큼은 이해하고, 직업교육에 대한 두려움은 없애야 한다는 게 김 소장의 생각이다. 고용부의 평생교육 정책도 이런 두려움을 줄이는 게 당면한 절대 과제다.


김 소장은 “우리가 갖춰야할 지식이 달라지고 있으며 아이씨티(정보통신기술)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노인들이 용기를 내 노인학교에서 한글을 배우듯 장년들도 평생직업교육에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성화고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로


고용정책 및 직업교육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바로 정책과 현장의 괴리다. 공공주도의 고용교육이 산업계 수요를 못 따라잡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주로 특성화고등학교에 초점을 맞춰 교육정책을 설명했다. 특성화고에 도제식 교육 시스템을 도입해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로 키우고, 일학습병행제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진척이 더디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학교 교육이수 및 평가를 통해 자격을 이수하는 과정평가형 자격운영이 특성화고에 정착되도록 학교별로 실습재료비와 교원연수 등을 지원하고 있다.


#“엔씨에스 기조 그대로 갔으면 해”


무엇보다 이날 뜨거운 감자는 ‘국가직무능력표준’이었다. 엔씨에스는 탈 스펙을 취지로 정부에서 만들어 공공부문 채용의 표준으로 굳어지고 있지만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스펙 종합세트에 듣도 보도 못한 항목이 하나 더 추가됐다는 원성도 자자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국가직무능력표준의 현장 도입 확산은 고용부의 여전한 정책”이라며 “지난 정권의 정책이라 어떻게 바뀔지 현장에서도 고민이 많지만 입안자 입장에서 방향은 옳기 때문에 그 기조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수요를 100프로 반영할 순 없겠지만 현장의 요구에 답한 결과물임을 알아 달라는 것이다. 가령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학생들은 패션마케팅/리테일링(유통)을 배우는 게 급하지만 학교에서는 전통의복을 공부하는 게 현실이라며 자격이 업무수행능력을 담보해주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엔씨에스가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해당 엔씨에스 자격이 있으면 자격 있는 그 사람을 뽑으면 된다는 취지로 만든 것.”이라며 “채용공정화법 전면 시행(2017년)에 이어 엔씨에스 제도를 개선하고, 계도를 넘어 시스템화 차원에서 차별 대신 능력중심채용사회가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4차 산업혁명 선도 인력 양성하기


장미대선의 화두,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대응에 고용부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공공 주도의 인력양성으로 시장 트렌드가 왜곡될 염려 역시 인지하고 있다.


김 소장은 “시장 염려도 충분히 알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 대응을 민간 차원에서 고민하기는 참 힘들다.”며 “결국 지금은 4차 혁명을 정부가 주도해야 하는 전환기, 과도기이며 4차 산업혁명이 대체 뭐냐는 ‘갑론을박’의 결론부터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긴급대책으로 고용부는 폴리텍에서 선도인력 양성 테스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분야는 빅데이터, 스마트 제조, 정보보안 등. 시장에 필요한 수요인지는 여전히 확신하기 힘들다.


#수업도, 중소기업 마인드도 바꿔라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근본적인 문제도 거론됐다. 물론 방향은 주입식에서 프로젝트 기반의 문제해결 방식으로 가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고용부가 교.강사의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는 한편 한국과학기술대와 폴리텍 등을 중심으로 교육 인프라 강화 작업을 병행하고 있음을 밝혔다.


김 소장은 “고인 물이 썩듯 장벽을 높이는 건 훈련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강사 질 높이기에 모두 공감하므로 강의 스킬 외에 교사를 재교육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알렸다.


끝으로 김효순 소장은 좀처럼 힘을 못 쓰고 있는 일학습병행제와 청년내일채용공제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고용노동부 부산고용센터는 1년 이상 버틴 사회초년생들에게 2000만 원 정도를 지원하고 행복주택 우선권을 부여해 이들이 2, 3년만 더 버텨 지역인재로 성장하길 기대했다.


“우수한 인력을 싼 비용에 쓰려고 하면 중소기업에 인재가 오겠어요? 학생들이 1년 있어보니 미래가 없잖아요. 이제 기업이 아닌 학생에게 인센티브를 주려고 합니다.”


#<문답> 일자리정책, 누구도 구원하지 못했다


강연에 이어 진행된 문답에서는 지역인재 채용 확대를 호소하는 절규가 끊이지 않았다. 청중 일부는 스스로 ‘지잡대’(?)라고 말하길 주저 않으면서 지역대학생들이 느끼는 절망과 허탈감을 토로했다. 대학생들과 고용부 정책 사이에는 큰 벽이 느껴졌다.


-블라인드 테스트해봐야 인서울 우수한 애들이 채용된다. 이 역시 지방대에 불리한 요소다. 차라리 카테고리를 만들어라. 인서울 3:지방거점국립대 3:지방사립대 4 정도 비율로.


=현재 지역인재 30프로 고용으로도 말이 많다. 그런데 또 그것까지 하라고 하면 어렵다. 사실 블라인드 테스트는 권고 수준이었다. 능력중심(엔씨에스) 채용은 이제 시스템화하려는 시도다. 산업계 수요를 정확화, 구체화하고 채용시장을 직무중심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자평한다. 다만 기업이 채용이나 취업교육을 시장에 위탁해버리면 공공의 역할이 축소된다는 점은 우려하고 있다.


지역대학 임직원들의 우려도 쏟아졌다.


-지방대에게 블라인드 채용은 기회다. 저희 대학도 이에 기민하게 대처하려고 한다. 다만 학맥도 프로필 사진도 안 본다는데, 그럼 무조건 면접이다. 우리도 지금 면접교육 가장 잘하는 강사 섭외하는 게 지상과제가 되버렸다. (울산대)


=아니다. 자격 우선이다.


-아직 4년제 대학은 엔씨에스에 대해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폴리텍이나 기술대학교라면 모르겠는데 연구중심대학에서는 더 큰 문제점이 발생한다. 교과과목 중심으로 형성되는 게 아닌 대부분 비교과과목으로 엔씨에스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대 쪽은 몰라도 대학에는 엄연한 매커니즘이 있다. 대학에서는 교과목 바꾸기 힘들다. 그건 대학의 본질을 건드리는 문제기 때문이다. 결국 학생들은 인터넷강의를 듣거나 사교육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더 안타까운 현실은 엔씨에스에도 매달려야 하고 대기업에서는 이외에 또 다양한 스펙을 요구하고 있다. 엔씨에스가 정착되면 애들이 영어를 소홀히 해도 되나. 현재로는 면접교육에 엔씨에스에 대학 현실에 준비해야 할 일이 더 늘었다.


=정부는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을 할 뿐이다. 우리가 시장에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고 요구할 순 없다. 시장의 수요가 그렇게 움직일 뿐이다. 다만 정부는 사진, 지역 등등 차별적 요소가 있는 것은 배제하라고 말할 뿐이다.


이채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