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에서 판단할 일로 의원을 제명한다?”


울산 중구의회는 17일 본회의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신성봉 의원에 대한 징계의 건을 의결했다. 이는 당장 김영삼 국회의원 제명 건 외에는 사례를 떠올리기 힘들 만큼 의원 제명이라는 것 자체가 헌정사에 보기 드문 일이다. 


자유한국당 울산시당에 따르면 신성봉 의원이 중구의회 동료의원인 자유한국당 소속 김영길 의원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이 심각해, 중구의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의결로 제명징계가 처분된 것을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한 것이다.


사실 의원의 제명은 재적의원 11명 중 3분의 2이상인 8명의 찬성이 있어야 통과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한국당 의원뿐만 아니라 주민을 대표하는 다수의 의원들이 통과시킨 사안인 만큼 신중하고 엄격한 절차와 심의를 통해 결정되었다고 판단한다는 게 자유한국당 울산시당의 입장이다.


이번 신성봉 의원 제명 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의 입장은 단호하다. 사건의 배후 등 모든 일련의 과정에 대해 사법 조치할 예정이라며 초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민주당 울산시당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제명 안건은 사실여부에 대한 확인도, 판단도, 이유도 없이 중구의회 대다수를 구성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에 의해 일사천리로 결정됐다.”며 “오늘의 결정이 자유한국당이라는 난파선을 구출하려는 자구책일 수는 있겠으나, 한명 한명이 주민의 대표성을 가진 신분임을 생각할 때 파멸적 결과를 초래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허위사실 유표다” vs. “사법부가 판단할 일” 평행선


같은 사안을 두고 이처럼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촛불대선에서 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을 능가하는 표를 가져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치열한 대격전이 예상되는 만큼 서로 정치적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고삐 죄기’ 아니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신성봉 의원도 기민하게 입장 발표문을 냈다. 신 의원은 발언의 진위에 대해서 법정에서 가리면 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사실상 ‘정치적 사망 선고’라 할 수 있는 의원 제명 조치를 내린 것에 대해 그동안 의원이 아닌 주민만 보고 의정활동을 해왔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신 의원 입장 발표문에 따르면 그는 이번 자유한국당 의원 주도의 중구의회 의원 제명 의결에 대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지방정부 다수당의 ‘갑질’이고 횡포”라고 보고 있다.


문제가 된 발언에 대해서도 “김영길 의원께서 본 의원에게 책임을 물어서 제명안을 제출한 내용은 ‘김영길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려고 입당원서를 제출했는데 당원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는 내용을 이야기했다는 것”이라며 “진실여부는 사법부에서 밝히겠다.”는 입장을 재차 표명했다.


이어서 신 의원은 “설령 그런 사실이 있었다면 사법부에 사실 여부를 가려달라고 고소 고발을 하는 것이 순서 아니겠냐?”며 “정말 냉철한 이성을 가진 분이 왜 이러실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만 다른 목적이 없으시다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김영길 전 의장님께서 사법부에서 고소고발조차 되지 않은 내용을 가지고 침소봉대해서 제명 안을 제출한다는 것은 얼마나 화가 나시면 이러실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럼에도 의회는 사람의 죄를 묻는 곳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특히 사법처리를 받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폭행, 절도, 사기, 성폭행, 직권남용 등 명백한 범죄 사실이 드러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의원을 제명하겠다는 것은 스스로 지방의회의 기능과 역할을 부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범죄 사실 드러나지 않았다” vs. “명예훼손은 큰 죄” 공방 가열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울산시당은 “형법 제307조(명예훼손)에 의거 허위의 사실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만큼 그 죄가 무겁다.”며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사실을 유표했다면 의원직 제명이 아니라 더 엄중한 법의 심판을 기다려야 함이 마땅하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서도 신성봉 의원은 “자유대한민국에서 국민에게 죄를 물을 수 있는 곳은 사법부 밖에 없지 않느냐?”며 “사법부의 결정근거도 없이 정치인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의원제명을 결정한다는 것은 명백히 직권남용”이라고 말했다.


또 신 의원은 “의장님께 사법부 결정에 따라 책임 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 이번 문제는 민의의 전당에서 거론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빨리 매듭을 짓고 의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자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때문에 사법부 결정이 나기도 전에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의원들이 의원을 제명시킨 기록이 우리 의회에 남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신 의원의 이 같은 입장 표명에 대해 자유한국당 울산시당은 “당 차원의 조치와 책임 있는 사과보다는 책임회피로 오히려 가해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적반하장’식 성명”이라고 폄하했다.


시당 대변인은 “피해자인 ‘김 의원에게 몇차례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면서 의회에서 의원을 제명하는 것을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며 “과연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인지? 아니면, 의회의 제명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입장 발표”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서도 신성봉 의원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신 의원은 “본 의원의 간절한 마음도 담아 드렸던 사과를 소송을 하는 데 증거로 제출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사실이라면 정말 비겁하고 야비한 짓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길 의원에게 사과를 한 이유에 대해 신 의원은 “동료 의원들 요구에 따라 주민들로부터 부여받은 중요한 책무인 예산심의조차 하지 못했다.”며 “김영길 의원께서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셨기 때문에 사실여부를 떠나 오로지 미안한 마음 때문에 몇 차례 사과도 했다.”고 설명했다.


신 의원의 입장 발표문 행간을 보면 그의 발언을 두고 거취에 대해 많은 설들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의원직을 사퇴하고 1년 후에 다시 출마하면 조용히 마무리 되는 것 아니냐는 요구도 받았고, 그동안 해외연수 문제, 제주도 연수 문제 등으로 중구의회 의원들과 많은 갈등을 겪은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놓은 것.


이에 대해 신 의원은 사퇴 문제는 그 누구도 결정할 수 없고 오로지 국민과 주민들 밖에 없으며, 의정활동은 집행부를 감시감독하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편성하고 투명하게 집행하는 일을 확인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성봉 의원은 “최종적으로 주민들께서 사퇴를 해야 될 책임이 있다고 결론을 내려주시면 그 때 사퇴하겠다.”며 “책임을 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고 책임을 물을 사람에게는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적폐신고센터 개설” vs. “민주당이 적폐다” 화력전


이에 자유한국당 울산시당은 민주당 울산시당의 입장이 나온 지 두 시간여 만에 이례적으로 논평을 내고 “명예훼손은 큰 죄”라며 신성봉 의원 공격하기에 나선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은 중구 선출직 공직자 적폐 행위 신고센터를 개설하겠다면서 한층 더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나아가 민주당 울산시당은 울산 중구의 모든 선출직 공직자의 일탈 등 적폐 행위에 대한 신고센터를 개설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들의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 있게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책임 있는 사과 없이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신성봉 의원을 지키겠다는 게 민주당 울산시당의 입장이다. 또 사건의 배후 등 모든 일련의 과정에 대해 사법조치할 예정이며, 불편부당하게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민주당 울산시당의 방침이 나오자 자유한국당 울산시당은 즉각 성명을 내 날선 반응을 드러냈다.


자유한국당 울산시당은 “공정한 절차로 결정된 사안을 ‘직권남용’이라 폄훼하고, 사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식의 협박수준의 행태는 주민 대표자의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가 인정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사법조치’ 운운하는 강압적 야당 탄압의 행위야말로 진정한 적폐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간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숙명의 대결이 예상되면서 여름 지역 정가 분위기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논란에 이어 한층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한편 신성봉 의원은 입장 발표문을 통해 마지막으로 이런 입장을 남겼다.


“동료 의원 중에는 이번 사태의 본질의 문제는 제가 주민들만 바라보고 의정활동을 했지 동료 의원들과 함께 한 적이 있느냐. 이 때문에 제명에 동의한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주민 한 분 한 분을 만나서 의견을 묻는 ‘고난의 행군’을 시작하겠다.”


이채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