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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택시 기사 김만복(송강호). 먼저 세상을 뜬 아내의 병 간호로 진 빚을 갚으며 어린 딸과 살아간다. 그러다 1980년 5월 어느 날 광주까지 왕복 택시비 10만원을 주겠다는 외국 손님을 가로챈다. 손님은 기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치만)로 계엄군이 장악한 광주에 잠입 취재할 목적이다. 하지만 짧은 영어 실력의 만복은 광주에 도착해서야 겨우 상황을 깨닫는다.


광주 사람들은 두 사람을 크게 환영한다. 언론에 거짓 보도만 나갔던 때에 도착한 외국 기자였다. 시민들은 주먹밥을 건네고 숙소를 제공했다. 오로지 진실만 알려달라는 당부와 함께. 하지만 만복은 항쟁에 더 깊이 휘말리지 않으려 도망을 준비한다. 이미 보안사는 외국 기자와 서울 택시를 찾는데 혈안이 돼 있었다. 그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1987년까지 ‘광주민중항쟁’은 금기어였다. 독재정권은 진실을 왜곡했고 언론도 거짓만 보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초의 사실 보도는 서독 기자였다. 계엄군의 잔인한 진압과 발포의 현장을 생생히 취재했다. 우리 국민들이 알지 못한 진실은 그렇게 독일을 통해 유럽 그리고 세계 사람들에게 먼저 알려졌다.


2003년 ‘송건호언론상’ 수상식에서 힌츠페터는 택시 기사의 이름 ‘김사복’을 밝혔다. 다시 만나기 위해 수 차례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그런 상황이 영화적 상상력을 건드려 김만복이란 인물을 완성했다. 두 외지인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설정은 <꽃잎>(1996), <박하사탕>(2000), <화려한 휴가>(2007), <26년>(2012) 이후 광주를 다룬 후속 영화의 기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화 곳곳에 신파의 장면이 엉켜 있다. 그리고 광주 시민들이 선택한 용기의 배경도 매우 불친절하게 다뤄진다. 특히 마지막 차량 추격신은 너무 과장된 설정이라 광주를 다룬 이야기의 진실을 흔들 정도다. 또 이야기의 중심축인 외국 기자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한 채 겉돈다. 


공감을 살려낸 것은 소시민이자 외지인인 김만복 뿐이다. 그의 변화 과정은 시종일관 매우 사실적이며 먹먹하다. 그 때마다 배우 송강호의 진가가 충분히 드러난다. 엉겨있는 신파의 딱지를 떼어내는 그의 연기가 미덕이다.


영화 속 참상은 사실대로다. 힌츠페터가 취재해 만든 다큐멘터리 <기로에 선 한국>을 많은 부분 참고했다. 오히려 37년 전의 학살 현장이 더 참혹했다. 후일담으로 힌츠페터는 1986년 광화문 집회 촬영 당시 사복경찰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해 목뼈와 척추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적 있다. 늘 감시 대상이었기에 전두환 정권의 보복이라 추정된다. 2016년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바람대로 광주 망월동 묘역에 유해 일부와 유품이 묻혀있다. 


배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