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Talk_20170809_153911300 다이아페스티벌 2017이 열린 서울 구로 고척돔 전경. ⓒ이채훈 기자


고척돔에서 길 잃게 한 유튜브 핵폭풍


‘설마 지자체 촬영 로케이션 지원을 콘텐츠산업의 전부로 아는 걸까?’


다음은 어느 지자체의 수장이 향후 ‘콘텐츠산업 전국 지자체 중 3위’를 공언한 탓에 놀란 기자가 주말 간 서울에 직접 올라가 콘텐츠산업의 최전선 세 곳을 다녀와 보고 급하게 쓴 글이다. 필자 소감을 미리 듣자면, 납세자 입장에서 시장이 내뱉은 말이 부디 ‘공수표’가 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그 예상만은 ‘글쎄올시다.’라고 한다. <편집자 주>


‘울산은 언제나 목마르다.’


분명, 찾아보면 있을 것이다. 지역의 자생 문화예술을 못 알아차린 부지런함을 탓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말한다. 분명 서울은 다르다.


“회식을 해도 일산지에서 할 때랑 삼산에서 할 때랑 다르다는 얘기가 있다.”


누군가 전한 말과 비슷한 맥락에서 짧은 시간 내에 문화예술의 이모저모를 둘러보는 무박2일 서울기행을 결행한다.


목적지는 총 세 곳이다. 서울 구로 고척돔에서 열리는 다이아페스티벌, 전통의 국내 3대 영화제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그리고 서울 남산예술센터에서 상연된 문제의 연극 ‘창조경제’를 두루 보고 돌아와야 하는 일정이다.


그중 어떤 내용인지 아는 익숙한 것이 하나였고, 가본 적은 없어도 대강 뭘 하는 건지는 숙지하고 있는 게 또 하나였고, 나머지는 정말 뭐가 뭔지 모른 채로 무작정 티켓을 끊었다. 금회 분에서는 그 ‘나머지’를 소개한다.


이름은 다이아페스티벌 2017. 이들이 내게 준 티켓은 경기 용인이나 김해 장유에 있을 법한 큰 물놀이장에서 끊어주는 팔찌 티켓이다. 게다가 이틀짜리를 끊었더니 합성수지 재질이어서 쉽게 뜯을 수도 없었다. 샤워를 할 때도 손목에 그 티켓을 차야만 했다. 집으로 돌아와 악력으로 힘겹게 뜯어낸 주황색 팔찌를 아직도 책꽂이 한켠에 놓아둔 이유는, 고척돔에서 느낀 마치 수갑을 찬 것 같은 막막함 때문이다. 팔찌는 애저녁에 뜯어냈지만 마음의 수갑은 아직도 풀지 못했다.


열쇠는 없다. 이것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세계다. 다이아 페스티벌. 이 축제의 성격을 거칠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국내 굴지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재벌인 씨제이 이앤엠에 소속된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합동 팬미팅.


여기서 독자들에게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어떻게 설명해야 되나 싶어지면 또 막막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들은 아프리카티비의 비제이하고는 다른, 그럼 다시 비제이는 누구냐? 휴! (막막한데?) 어쨌든, 불리는 이름과 활동기반은 다르지만 스마트폰과 모바일 시대에 자신만의 특기를 살린 영상 콘텐츠로 재무장해 주로 청소년과 젊은 층의 시선을 빼앗은 이들. 페스티벌 현장에서 직접 본 바로는 본질적으로 이들이 하는 일은 똑같지만, 다만 그들 각자의 강점이, 생방송에 강하냐 아니면 녹화방송이 낫느냐 그 차이가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물론 유튜브에서도 라이브가 가능하고 많은 이들이 옮겨왔지만, 어쨌든 개인 역량과 성향으로만 볼 때는 실시간 방송이냐 아니냐 그 차이.


무튼 유튜브 플랫폼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그 영향력을 키워간 사람들.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이들. 그 많은 이들 중에서 내가 유일하게 아는 사람은 한때 캐리 언니였던, 헤이지니의 혜진 씨 남매였다. (그조차도 엘지유플러스 광고를 통해 겨우 알았지만.)


그렇다. 필자는 업무 특성상 카페에서 작업을 할 때가 많은데 다른 테이블에 아이들이 시끄럽다 싶다가도 어느새 언제 그랬냐는 듯 쥐 죽은 것처럼 조용히 있는 경우를 자주 목격했다. 그 비결은 아이들 부모님이 스마트폰을 꺼내 유튜브 속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동영상을 보여준 데에 있었다. 기세를 몰아 뽀통령을 추격해 안철수, 홍준표도 못 이룬 양강 구도를 구축하고 캐통령에 등극한 그였다.


같은 전공자 입장에서 대단하다는 마음도 들었고, 가끔씩 찾아본 경험이 있는 것도 나뿐만이 아닌지라 꽤 오랜 시간 고척돔 메인무대에서 진행된 그의 생방송을 지켜봤다. 캐리 혼자 진행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오빠까지 가세해 유튜브 크리에이팅 동업을 시작한 것도 꽤 오래다. 그런 그들 역시 생방송은 아직 어색해보였다.


‘고요 속의 외침’ 같은 가족오락관 코너 포맷을 빌려 팬들과 함께하는 게임을 한 시간 남짓 즐겼는데 저간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다 큰 어른이 꼬꼬마들이랑 뭐하는 걸까 싶기도 했을 테다. 하지만 그건 중요치 않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2천여 명의 팬들이 헤이지니와 교감했다는 점. 이것이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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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페스티벌의 일환으로 키즈 유튜버 '헤이지니'의 공개 생방송이 진행됐다. ⓒ이채훈 기자


이처럼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고척돔구장을 가득 채운 팬들의 열기였다. 사실 팬미팅을 모둠으로 진행한다는 특징을 알아차리는 데도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무대가 넓었다.  메인 무대가 하나 있고 수많은 부스가 있는 게 아니다. 예상 밖으로 메인 무대는 그저 메인일 뿐이고 유튜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다양한 분야들을 상징한 무대에서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메인 무대를 능가하는 팬들을 동원한 채 동시간대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키즈, 뷰티, 엔터테인먼트, 푸드, 뮤직 등 유튜브 적합성이 공인된 분야에서 실로 다재다능한 크리에이터들이 각각 자리와 시간을 배분받아 고척돔에 등판했다. 마치 공개방송처럼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오프라인에서 보는 느낌이랄까. 외야에서 이를 바라보면 다른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관리자’(유튜브에 동영상을 업로드한 이가 콘텐츠의 조회 수와 재생시간 등 이모저모를 확인할 수 있는 창)를 훔쳐다보는 느낌도 든다. 사람들의 관심은 초 단위, 분단위로 즉각적이고 이는 방문객들의 발걸음과 시선, 환호 속에서 금세 드러난다.


이 때문에, 페스티벌은 며칠 내내 열리지만 방문객들이 하루 종일 있는 건 아니다. 물론 외야(!) 테이블 석에서 도시락을 펼쳐놓고 야구경기 관전하듯이 메인무대에 시선을 고정하는 팬들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 비중은 높지 않다. 대부분 당일권을 끊은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방송을 직관한 다음 라이브가 끝나면 줄을 서서 기다린다. 기다림 끝에 셀카도 찍고 싸인도 받을 수 있는 스타와의 짧은 만남이 있다. 이 모든 성지순례를 끝낸 이들은 제각기 유유히 고척돔 밖으로 떠나는 것이다.


치고 빠지는, 그러나 끝없는 ‘성지순례’


그랬다. 이 찰나와 같은 팬미팅만으로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었다. 다만 부스 한켠에서 공동주최인 서울시 산하기관이 준비한 크리에이터 인터뷰가 진행 중이었다. 이 자리에서 화면 뒤에 가려진 그들의 삶 한 조각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서울시에서는 최근 중년 일자리를 위한 사업을 브랜드화 했는데 그 일환으로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일자리 차원에서 접근해 소개하는 듯했다.


정말 앳돼 보이는 크리에이터가 말한 데뷔 동기는 의외로 간명했다. 원래 사진전공을 졸업한 주인공은 여러 스튜디오에서 보조 일을 했지만 오래지 않아 지칠 수밖에 없었다. 격무에 비해 사진 일을 해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그리 많지 않다.
고심 끝에 그는 영상을 공부하기로 했다. 동영상 편집 툴 책을 구해 스스로 공부하다 실습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 결과물들을 하나둘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고 의외로 괜찮은 반응을 얻으면서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이 그의 고백.


“그래서 지금 유튜브 크리에이터 생활에 만족하나요?”


“그야 당연하죠!”


좌장으로 나선 중년의 ‘아재’가 느끼는 감정과 이들의 대담을 신기한 듯 쳐다보는 내 느낌이 크게 다르지는 않으리라. 그 옆 부스에서는 한겨레 문화센터가 유튜브 크리에이터 입문을 위한 강좌를 마련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었다.

KakaoTalk_20170809_153912022 다이아페스티벌을 씨제이이앤엠과 함께 준비한 서울시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중년 일자리 차원에서 접근한 이벤트를 시 산하기관을 통해 진행했다. ⓒ이채훈 기자


일전에 C일보 선임기자가 유명한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인터뷰하고 여태 이런 신세계를 몰랐다니... ‘게으름의 소치’라 해도 할 말 없다는 소회를 남긴 바 있다. 고척돔을 나오면서 느낀 감정도 비슷하다. 빗길을 개의치 않고 찾아온 이들의 도도한 발길. 그 이유를 나는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미 콘텐츠를 만드는 우리조차도 이를 소비하는 패턴이 크게 달라진 지 오래다.


그 현상은 체감하는데 이유를 명쾌하게 뭐라 말할 수는 없다. 생활 습관의 무서움이다. 그 파도에 빨리 올라타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도 든다. 페이스북에서 동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반비례해 본 기사 링크 공유에 의존하는 본지 페이스북의 트래픽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 타사 페이스북 페이지들은 하나둘씩 동영상 포스트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방송에서 각 지역방송국별로 동영상을 다룰 줄 아는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자를 계약직으로 뽑은 게 불과 반 년 전이다. 몇몇 지역국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고 울산도 그중에 하나다. 그러는 동안 한국방송 부산방송총국과 울산방송국은 메인 뉴스인 주말 9시 뉴스 편성을 합쳐버렸다.


어느덧 고단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티비가 꺼져있다. 가족들도 더 이상 텔레비전을 시청하지 않는다. 동생은 이따금 필요한 내용이 있으면 유튜브 콘텐츠를 시청하지만 그 비중은 게임하는 시간에 비하면 미미하다. 아버지는 주로 시청하는 드라마가 방영될 때 아니면 네이버 밴드나 뉴스검색에 여가시간을 쏟는다. 엄마도 네이버 다육이 카페에 가입한 뒤로 티비를 끊었다. 케이블 재방송은 설거지할 때만 틀어놓는다. 그러는 나는 요즘 즐겨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나. 신문을 마지막으로 구독한 게 언제였더라. 서점이나 편의점에서 잡지나 신문을 마지막으로 샀던 게 언제였더라.


어디선가 ‘헤이지니’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린다.


“우리 친구들, 오늘은 ‘ㅇㅇㅇ’을 가지고 놀 거예요.”


그럼 난, 이제 뭘 해야 하지? 내가 채워야 하는 ‘ㅇㅇㅇ’은 과연 무엇일까.


이채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