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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창출에 기여하는 태양광 설치와 유지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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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위험에 대응하는 국가별 국민주권의 작동상태 (진한 색이 중심역할)>


지난 6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탈원전 시대를 여는 역사적인 선언을 하였다. 고리 원전 1호기 영구 가동 중지 선포식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아마도 후세의 사람들은 이 날을 중요한 날로 삼을 것이다.

사법부와 정치권의 첫걸음


올해 2월 법원은 ‘월성 1호기’에 대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수명 연장 결정이 위법하다며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계속운전 허가에 위원회의 적법한 심의·의결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면서, “안전성 평가시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하도록 규정돼 있음에도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실 환경문제에 대해 사법부가 이런 진솔한 판결을 내린 것은 드물다. 4대강 관련 판결을 지켜본 필자로서는, 행정부가 주도하는 환경문제에 대해 사법부는 판단유보적 입장에 놓이기 십상이라는 현실을 목도해왔기에 더욱 반갑고도 놀랍다.
비록 1심 판결이긴 하지만 탈핵은 이제 물꼬가 터졌다고 할 만하다. 지난 고리 1호기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할 수밖에 없었던 정치권의 대응이었다면, 이번 판결은 사법부의 작은 혁명이라고 할만하다. 진실을 무기로 줄기차게 탈핵과 안전을 요구해온 이들의 승리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 전날 대선주자들은 전날 6일 TV 인터뷰에서 한 목소리로 원전 건설 중단을 선언했다. “탈원전 사회로 가자, 신고리 5·6호기 건설 승인을 취소하고, 수명이 만료된 원전을 줄여나가면 40년 뒤 모든 원전이 사라진다.”(문재인) “위험 비용과 관리 비용 등을 고려하면 원전은 결코 싼 에너지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원전 제로화 정책으로 가야 한다.”(이재명) “신규 건설은 중단하고, 기존 원전은 안전을 보강해야 한다. 월성 1호기처럼 30년 지난 노후원전은 수명연장을 재검토해야 한다”(유승민) 등이 그것이다.


눈여겨 볼 점은 ‘보수’측 유승민 의원이다. 야당 후보들은 그동안 탈핵을 발언해온 바가 있었지만, 여당은 찬핵을 견지해온 데 비해 또 하나의 보수측이 다른 주장을 한 것이다. 이미 탈핵은 정치권의 대세로 될 가능성이 커져 있었던 것이다. 스웨덴이나 스위스가 탈핵 결정을 해놓고도 갈팡질팡했던 전례를 감안하면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방점이 있다.


‘태양광 패리티(Solar Parity) 시대’의 의미


이처럼 대전환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에너지 부문의 커다란 변화가 그 원인이다. 화석연료보다 재생가능에너지의 생산단가가 싸진다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시대가 왔다. 좀 더 적나라하게는 ‘태양광 패리티시대’다. 미국 최대의 전력회사 NRG에너지의 CEO인 데이비드 크레인은 몇 년 전 중요한 핵심을 말했다.


“전기줄에서 얻는 전기보다 지붕에서 얻는 전기가 싸진다. 그것도 2014년~2016년 사이에.”
미국의 태양광 보급은 최근 5년간 16배 늘었고, 지구촌은 8배나 늘었다. 원료가 공짜이므로 지구촌 시설규모가 2배 늘 때마다 22% 하락한다는 태양광 학습곡선이 에너지경제를 지배하고 있다. 5년 사이 반값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의하면 2014년 원전 120원/kw, 태양광 140원/kw이었던 것이 2020년이 되면 1kw당 원가는 원전 130원 대 태양광 80원으로 역전된다고 한다.


데이비드 크레인의 발언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지붕’이라는 말이다. 최근 마이클 쉘렌버거라는 미국 인사가 탈원전을 비판하면서 태양광에 필요한 토지의 면적을 갖고 운운하는데 그는 번지를 잘못 짚었다. 해답은 지붕에 있다. 태양광은 설치작업 때문에 고용효과도 엄청나다. 실물경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다.


원래 핵발전소는 자본권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헤르만 셰어(독일 에너지 전문가)는 거대자본들이 이처럼 핵에너지를 선호하는 까닭에 대해 “핵에너지와 함께라면 권력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만약 핵에너지 생산이 분산적으로 이루어지고, 반대로 재생가능에너지의 생산이 대형발전소를 거쳐야 한다면, 그들은 당연히 핵에너지를 거부하고 재생가능에너지를 선택했을 것이다.”(헤르만 셰어, 2005)라고 했다. 태양광 패리티(Solar  Parity) 시대의 정체는 바로 ‘분산형 전기체제’로 바뀐다는 것. 경제민주화와도 맞물려 있다. 크레인은 엄청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쉘렌버거는 그를 설득할 수 없다.


기실 말이 안 된다. 전기생산비중 25%~30%정도의 시설이 민족의 명운을 좌우하다니. 게다가 핵폐기물은 후손의 희생을 강요하는 양심파괴적 존재다. 유럽이나 대만 그리고 최근의 원전 도입 백지화를 선언한 베트남은 알고 있다. 또 원전추진파의 완강한 저항에도 고리 1호기 폐쇄와 이번 월성 1호기 판결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다. 때가 된 것이다.

안전시장을 확대하라


대통령의 선언뿐 아니라 경제민주화와도 맞물려 있는 이 커다란 흐름 위에서 소위 ‘원자력 생태계’도 전대미문의 위기다. 이 암흑기(?)에 원전공학도의 갈 길은? 그 원칙은 단순하다. ‘현실의 요구에 정직하게 대응하라’이다. 지금까지 국민의 안전에의 요구를 은폐와 세뇌로 기만하지 말고 ‘안전시장’의 충실과 확대로 나아가면 된다. 탈핵으로 방향이 잡히더라도 안전은 여전히 중요한 것. 핵발전소가 폐기에 걸리는 시간은 20년~50년. 모두 안전하게 폐기하려면 100년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치명적이지 않은 핵 사고는 없다. 갈 길을 열어주는 세 가지 컨셉이 원래부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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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원불교가 공동주최한 2013년 3월 세계원전안전해체학회 준비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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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해체시장의 주요공정별 시장규모(2015~2110) 출처: Deloitte 발표자료, 2015>


국회의 직무유기를 문제 삼아야


첫째, 선진국처럼 국회 내에도 원전감시기구를 두고 지자체에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 주요국들은 핵발전소의 위험과 관련된 모든 단계에서 국민주권이 소재하는 복수의 단위에서 원전감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즉, 핵발전소를 여러 권력주체들이 교차적으로 감시·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핵발전소의 비중(전기공급의 70%)이 크고 대통령의 권한이 강하지만 기본적으로 의회에 원전관리 권한이 있다. 의회 내의 OPECST라는 조직의 감시하에 1)정부에 대한 일반규제로서 원자력시설(BNI)에 대한 주요결정을 의회에서 하여 하위의 감시체제를 구축하고 2)실행조직인 원자력안전기관(ASN)을 두고 있다.


독일은 ‘4개의 눈’이라는 교차감시의 원칙이 살아 있다. 지방정부가 핵발전소 사업자에게 허가해줄 때 ‘독립전문기관’이라는 또 하나의 감시기관이 사업자를 감시하도록 한다. ‘4개의 눈’이 구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업자는 하위의 공급자와 계약할 때 ‘독립전문기관’으로 하여금 사업자와 정보교환의 형태로 감시하도록 하는 계약을 동시에 한다. 또 다른 ‘4개의 눈’이라는 교차적 감시다. 이때 독립전문기관은 별도의 ‘독립검사기관’으로 하여금 공급자에 대한 공정상의 감시를 하고 있다. 이것도 4개의 눈이다. 그러니까 허가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단계에서 교차적 감시를 하도록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지자체의 재가동 중단 권한의 근거가 되는 원자력안전협정을 두고 있다. 이 협정 자체는 비록 법적인 구속력이 없으나, 전력회사도 중앙정부의 허가만으로는 재가동을 할 수 없다. 지자체가 다른 지방법들로 발전소 운영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2012 金井利之) 그 결과 2012년~2014년의 3년간 일본의 원전은 올스톱되다시피했다. 교차적 감시체제의 작동 결과다.


미국의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우리의 원안위와 비슷하게 보이지만 위원 임명에 의회가 지배적인 권한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근본적 차이가 있다. 게다가 NRC 내 감사관실에 대해서는 의회에서 별도의 예산권을 행사하고 있어서 의회의 규제적 감시가 실행되고 있다.


우리처럼 행정부(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만 감시와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격이다. 국민으로부터 주권의 큰 부분을 위임받은 국회가 더 이상 직무유기해서는 안 된다.


당장의 대안으로서 특별위원회를 두는 방안도 있지만 제대로 감시하자면 상시 모니터링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마치 국회의 입법기능을 보좌하기 위해 국회기구로 입법조사처가 있고, 국회의 예산승인기능을 보좌하기 위해 예산정책처가 있듯이, 의원의 책임 있는 안전감시 역할을 위한 ‘원전감시국’을 설치하자는 것이다.


이 설치는 상징성이 있다. 주권기관이자 헌법기관에 교차감시기관이 생기면 안전 분야의 업무가 세련되고 치밀해진다. 매뉴얼 부문과 비매뉴얼 부문 모두가 촘촘하게 다져지고 사고나 고장을 예방할 확률이 업그레이드될 수밖에 없다. 안전 분야 일자리도 대폭 늘어난다. 지자체도 권한과 책임을 갖게 되면 감시직/안전직/재난구호관련 고용을 늘리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류의 상호감시하는 안전/안심 일자리는 국민이 환영할 일이다.


아시아의 위험을 감시하는 국제기구를


둘째, 지구촌 안전을 꾀하는 새 국제기구들을 만들자는 것이다. 2015년 우리 정부는 ‘동북아 원자력 안전협의체’ 추진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보도를 요약하면, “한중일 3국간 협력 제도화가 쉬운 민수용 원자력 안전 문제를 중심으로 협의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러시아 몽골 등 역내 관련국들이 참여하는 개방된 협의체를 지향하고 있다. ▲원자력 안전 규제 ▲비상 대비 및 대응 ▲원자력 안전 연구개발(R&D) ▲원전 운영사간 협력 등을 중심으로 원자력 안전 협력을 제도화하겠다는 구상으로서 한중일 3국 정부간 협의를 정례화하는 한편, 미국 러시아 몽골 등은 물론 국제기구와 공조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원전이 밀집된 동북아 지역에서 원자력 안전 문제에 대한 역내 협력을 강화해 나가면 장기적으로는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 같은 지역 협의체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는 구상이다.”(연합뉴스 2015-10-23)


일단 여기서 안전문제에 대해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인식은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정부가 언급하는 EURATOM(유럽 원자력에너지공동체 : European Atomic Energy Community(EAEC or Euratom))은 유럽에서 원전의 진흥을 도모하는 기구로서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유사한 성격의 모델이다. 그들이 안전을 논하는 것은 진흥을 위함이다. 그러므로 실효성 있는 안전체계를 구축하자면 적어도 ENSREG(유럽 핵안전규제그룹 : European Nuclear Safety Regulators Group) 모델을 갖고 언급하는 것이 올바르다.


ENSREG(2007 설립)은 EU의 28개 회원국으로부터 규제 권한을 위임받은 독립된 전문기구이자 규제기구다. EU 내 원자력시설에 대한 안전과 그 개선, 핵연료 폐기물 및 방사능폐기물에 대한 안전과 개선, 원자력 시설 원자로 폐기처리 비용의 확보 및 유지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는데, 16개국을 대상으로 원전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바 있다. 불의의 사고에 대한 대응능력을 검증하고, 안보적 측면에서는 테러에 의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대응책을 분석하는 일도 하는데, 해체 폐기된 시설도 대상이 된다. ENSREG은 실제로 핵물질의 최종처리시설의 건설을 포함한 핵폐기물 처리계획에 관한 지침을 준비하는 등 핵물질 최종처리시설의 구체적 건설일정, 준비전략, 비용조달방법에 대한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EU 원자력안전에 대한 규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된다.(서울시립대 장경원 교수, 2014)


물론 ENSREG도 완벽하지는 않다. 그러니까 지구촌 원전 위험은 대칭적 교차감시하는 구조라야 안전하다. 그런 모델로 가려면, 일단 국내에는 기존 원안위와 대칭되는 국회 내 원전감시국을 설치하는 게 급선무이고, 동북아는 유럽의 ENSREG처럼 (가칭)ANSREG(Asian Nuclear Safety Regulators Group)를 설치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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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어느 연구용 원자로의 해체 장면>


IAEA를 견제/감시하는 새 국제안전기구를


다시 한번 IAEA를 보자. 이 기구는 후쿠시마 이후 안전 쪽에 신경을 쓰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원전의 진흥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IAEA 2016년 예산은 3억6000만 유로(약 4600억 원)이다. 매년 이만한 돈을 쓰고도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고가 났다는 데 비극이 있다.ㅤ‘중이 제 머리 못 깎는 법’이다.ㅤ지구촌이 안전하려면 별도의 견제장치가 필수불가결하다. 그 모델을 EU의 ENSREG가 제시하고 있다. 세계 450개 핵발전소의 위험을 감시하고, 그것들 모두를 안전하게 폐기할 때까지 관리하려면 안전감시비용이 얼마나 들까? 핵발전소마다 난이도가 다르긴 하지만 적어도ㅤ1개당?3인의 전문가가 팀이 되어 모니터링/실측조사/분석/보고/발표/조치 등의 일을 한다고 보면 지원인력이나 부대비용까지 대략 10억 원 내지 20억 원이 연간최소비용으로 소요될 것이다.


이 돈은 사고가 났을 경우의 피해규모에 비하면 그야말로 티끌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한다면 연간 4500억~9000억 원 규모다. 가령 서울대의 연간예산이 8000억~1조 원 규모라고 하는데, 1700명 교수만큼 전문인력이 가동되는 조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인류와 온갖 생명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구가 안전하려면 그만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적어도 감시 역할은 견제하는 쪽에서 맡아야 이치에 맞다. 전세계의 수많은 원전기술자와 원전공학자를 고용할 수 있다. 이게 큰 것이다. 소위 ‘원자력진흥’ 쪽의 그늘에 있던 전문가가 내부고발자/공익제보자로 서슴없이 나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 그게 중요하다. 그럴 수 있어야 안전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겠는가?


원전해체 500조원 시장이라는 블루오션을


셋째, 원전해체시장으로 진출하는 길이다. 원전해체의 흐름이 활성화되면 낡거나 위험한 원전은 수명을 연장하지 않고 가급적 해체하는 방향의 입장을 취하기가 좋다. 세계적 회계법인이자 전문가집단인 딜로이트(Deloitte)는 2015년 발표 자료에서 다음과 같이 예측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588개 원전 중 영구정지된 원전은 150기이다. 이중 19기만 해체가 완료되었고, 원전을 해체해본 나라는 미국을 포함해 독일, 일본 등 3개국에 불과하다. 2020년대 183기, 2030년대 이후 216기 등 크게 증가하는데 EU(40%), 미국/캐나다(25%), 일본(9%) 등 선진국에 약 3/4이 분포되어 있으며, 해체에 소요되는 비용은 총 440조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IAEA 등에서는 1000조원 시장이라고 예측하고 있지만 이 회계법인 예측으로도 440조원은 된다는 것이다. 혹자는 해체기술이 고급기술이 아닌 일반기술이라고 하면서 그 비전을 평가절하한다. 하지만 안전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놓고 봤을 때는 부가가치가 큰 기술이다. 노후 원전의 해체는 안전과 안심을 국민에게 선물한다. 경제적 부가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부가가치가 큰 것이다. 기술의 촘촘한 이행에 대한 관심은 클 수밖에 없다. 이런 기술은 현장에서의 실행을 위한 훈련이 중요한 법이다.


2013년 3월 불교계와 원불교계가 주최한 원전해체 국제세미나에서 이러한 내용들이 나와서 수년간의 정부정책에도 반영되었다. 2014년에 예산 1400여억 원을 들여서 원전해체안전센터를 설립하고자 했다. 하지만 예비타당성을 따지다가 의사결정을 제때 못하는 바람에 예산미집행 룰에 걸려서 작년 2016년 7월 무산시켜버린 것도 정부다. 원전해체는 안전문제가 베이스다. 안전문제는 그 가치를 제대로 셈할 수 있는 틀이 없는 법인데, 숫자를 따지는 ‘타당성’을 관료적 면피의 근거로 삼다보니 함정에 빠졌다. ‘약주고 병주는’ 정부의 무능한 행태를 도대체 어떻게 봐주어야 하나?


하지만 관료들의 무능 고백과는 별개로 해체의 올바른 방향을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시 작동하게 될 해체로의 흐름이므로. 필자가 2014년 가을 독일의 KIT(칼스루에 공대)와 기술감리공사에 해당하는 TUEV-NORD사에 가서 원전해체부문을 견학해보니 몇 가지 지적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


첫째, 해체는 경험이 중요하다. 지금 우리는 가르칠 사람이 없다. 원전해체의 육성은 무엇보다 현장과 학교가 연계하여 이루는 게 효율적이다. 산학연으로 전개하되 대학에서 인재를 길러내는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적은 돈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장기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그런데 기존 국내 원자력관련학과는 안전과 해체부문이 미약하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는 전공교수도 없고 학부 교과목에는 원자로안전부문이 선택과목으로만 1개가 있고, 해체와 폐기에 대한 과목은 아예 없다. 이는 대학원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한양대도 대동소이하고 국내 원자력공학과/전공과가 있는 9개 대학 모두 교수도 없고 교과과정도 빈약하다.


매년 9개의 원자력공학과에서 배출되는 350명 원전공학도는 관점을 바꾸면 소중한 자산이다. 가령 1)모든 학교에 해체전문가를 교수로 초빙하여 육성하는 방안 2)이들 9개 학교 중 3개~5개는 학과 명칭을 원전해체학과로 변경하거나 해체전공을 신설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의 두 가지 접근이 가능하다. 이중 1)과 관련하여 교수 1인당 연간 5억 원의 교육/연구예산을 기준으로 할 경우 전문가를 한 분씩 초빙하는 데 드는 돈은 기초비용은 45억 원이고 실험실습 기자재 등은 이후 산학연 프로그램으로 수백억 원씩을 확보해갈 수 있다. 학문적 업적보다 실무를 가르칠 기술자를 경험이 있는 미국 영국 독일 일본에서 고루 초청한다. 일단 인재양성을 위한 마중물 비용은 연간 100억 원 정도면 되는 것이다. 이 돈은 새로 국회에서 만들어질 감시전문기관에서 지원하는 방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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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체시 원격조종 띠톱을 이용한 수중 부품 분해 >


국가원전해체기본계획의 수립을


둘째, 국가에너지기본계획처럼 국가원전해체기본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수년 후부터 본격화될 노후원전문제에 대한 시나리오가 세워져야 안심할 수 있다. 시장도 크다. 이게 없으면 장삿속으로 수명연장만을 주장하는 한수원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지경부차관이 퇴임하면 한수원 사장이 되는 세상이다.


해체기본계획은 전후방경제효과나 안보 정책과 직결된다. 실현을 위한 중장기 대응전략도 수립되어야 한다. 교육부 미래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여러 부처에 걸친 전략이다. 단기추진사업에도 힘이 실리는 법이다. 특히 세계시장에서 중심역할을 하려면 10년간의 인재양성 프로그램이 가동되어야 한다. 반도체 IT처럼 장기적 인력양성에 의해서만 블루오션을 열어갈 수 있다. 지난 월성 1호기 판결을 계기로 노후 원전의 해체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수명연장이 아니라 수명만료 즉시 해체로 가는 방향성을 갖는다. 즉, 세계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적극적인 포지션에 서야 한다.


이젠 원자력공학과 교수도 본격적인 전환을 주장한다. 동국대 박종운 교수가 몇 달 전에 기고한 글을 보면, “우리 원자력사업은 공공사업임에도 민간이 주도하는 미국보다 더 폐쇄적이다. 국내 20여기의 원전에는 이러한 심각한 사고 시에 용융된 핵연료를 냉각하는 현실적인 대책이 없다. 이미 오랜 20년 전에 프랑스, 미국, 러시아 등 원천기술국에서 독자적으로 해결한 문제를 아직도 답습하고 있을 뿐이다. 사고 방지를 위한 근본적 설계 개선에는 기술부족으로 손대지 못하고 땜질용 장치인 수소재결합기, 격납건물여과배기, 용융물수집조로 중대한 사고의 전파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중략) 좁은 국토에 쓰레기통 없는 고밀도 원전 건설은 이제 보류하고 다시 논의해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성장이 멈추는 상황을 감안하여 과도한 전력공급계획을 수정해서 원전의 총용량을 합리적 수준에서 동결하고 기존 원전의 안전한 운영 관리 및 그 기술개발에 신경 쓰면서 서서히 재생에너지에 자리를 내어주는 장기적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본격적인 탈원전과 안전은 이제부터다.


이원영 수원대 교수, 국토미래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