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술에 관한 말들을 하려고 하니 술에 얽힌 일화들이 많은 듯하다. 술에 의지해 괴로운 척하며 스스로 책임과 잘못이 없노라며 비겁한 회피를 한 적이 있었다. 술에 취하여 술의 기운을 빌려 스스로를 합리화해왔던 것이다.


어찌 사람 사는 일이 한평생을 맨 정신으로 규칙에 맞춰 딱딱하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한 시절을 취한 채로 지나왔다. 어느 순간, 세월이 휙 지나간 것인지 술을 마시고 난 뒷날 몸이 숙취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모임이 있어 술을 마시게 되는 경우에는 미리 숙취해소약을 챙겨 먹고 술자리에 참석을 한다. 그러면 뒷날 한결 몸이 편안해서 특별히 몸을 견디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그 이후로 모임이 있는 날에는 술자리를 함께 하게 되는 지인들의 숙취약도 챙기게 되었다. 그러자 얼마 뒤부터 숙취해소약의 단점이 후일담처럼 하나, 둘 들려왔다. 술에 취해 잠이 들던 이들이 술이 취하질 않아 잠에 들기가 어렵게 된다든지 술 한 잔 들어가야 대화를 슬슬 시작하는 이들은 늦도록 술이 취하질 않아 오래 술잔을 기울일 뿐이라 재미가 덜하다는 것이라는 그런 우습기도 한 이야기들이었다. 또한 모두들 술이 빨리 취하질 않으니 먹게 되는 실제 술의 양이 늘어나 빈 병이 수북하게 늘어나고서야 비로소 술자리를 파하고 일어나게 되는 것이었다.


아무리 몸을 편하게 하고 고통을 덜어주는 약이라 하더라도 결국 약은 약물에 지나지 않을 따름인 것이다. 몸이 아픈 상태를 오게 하는 나쁜 습관을 줄이고 조심하는 것이 최선의 정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충고가 소용없이 거의 매일 술자리를 만들어 술을 마시는 경우도 많은데 살펴보면 이제 몸이 하나씩 경고를 보내오는 소리들이 내게까지 들려온다.


가끔 술을 자주 마시면 안주 때문에 살이 찌기도 한다는 소리도 듣는다. 우리의 뇌는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데 포도당이나 탄수화물의 생성은 주로 간이나 신장에서 이루어진다. 술을 자주 마셔 간 기능을 떨어뜨려 놓으면 어느새 간에서 이루어지는 간대사가 느리게 되고 당의 생성이 떨어진다. 뇌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부족해지자 식탐처럼 먹는 것을 자꾸 무리하게 찾게 돼 살이 찌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나를 대단한 술꾼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사실 저녁나절 술을 마시지만 실제로 마시는 술의 양이 많지는 않다. 왜냐하면 분위기 맞춰 건배하고 나서 마시는 술의 양은 한 모금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때로는 취하기 일보 직전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요즘은 그나마 건배 후 제대로 마시지 않는 게 많은 이에게 들키게 되어 양해를 구하면서 술을 마시곤 한다.


의사든 약사든 사람이 아파서 방문하게 되면 약의 종류에 따라 거의 술을 마시면 안 된다며 금지를 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어찌되었든 술을 마시는 사람은 결국 거의 다 술을 마시는 경우가 더 많다. 가끔 손님들이 내게 술을 마시느냐고 물어오면 평생 먹을 술은 다 마셨노라고 허풍을 떨게 되기도 한다. 글을 쓰는 이들은 이리 허풍의 재미를 알아 가끔 장난을 치기도 하는데 허풍이란 그리 멋있어 보이지 않은 일이기는 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술의 절제를 알아 아직까진 만나는 이들이 나의 취한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젊을 때처럼 무모하게 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느새 철이 들어 사는 재미가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가끔은 바닷가 해변에서 쪼그리고 앉아 해삼 멍게 한 접시로 파도치는 한낮의 낮술을 즐기고 싶긴 하다.


강현숙 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