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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청소년을 위장한 본지 기자에게 쉴 틈 없이 쪽지를 보내는 29세 남성. 여기서 ‘만남’이란 성매매의 일종인 ‘조건 만남’을 뜻한다

 

  띵똥, 띵동. 밤 11시 40분부터 12시까지, 총 50통 이상. 본지가 가출한 여자 중학생 2학년으로 채팅 앱(APP) ‘즐톡’에 가입하자 “용돈 줄게요. 와서 잘래요?(남, 46세)”, “재워주고 먹여주고 콜? 나이가 많아서 생X는 겨?(남, 34세)” 등의 쪽지가 쏟아졌다. 쉴 새 없이 울리는 휴대폰에 잠시 무음으로 전환했다.

 

  해당 앱을 비롯한 대다수의 채팅 앱은 사용자의 휴대폰 위치를 기반으로 근처에 거주 중인 상대방을 추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본래 취지는 가까운 사람끼리 건전하게 만나라는 것. 하지만 휴대폰 화면에 띄워지는 메시지는 불건전의 온상이었다. 본지는 울산 중구 복산동에서 앱을 실행했으며, 복산동에서 10km 이내의 남성들이 불건전한 내용으로 연락이 왔다. 그들은 가까우면 중구 구민, 멀면 동구 구민이란 것이다.

 
광고는 사교, 실태는 성범죄


여학생이면 재워주고, 남학생이면 재워주지 않아?

 

  취재 무대였던 ‘즐톡’을 비롯한 채팅 앱 들은 여전히 사람 간의 사교성을 목적으로 앱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가출한 중학생으로 가장한 본지 기자에게 적극적으로 쪽지를 보낸 남구 삼산동에 거주하는 32세 남성에게 답장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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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으로 가입했을 때 성년 남성들의 만나자는 쪽지로 초 단위로 울리는 휴대전화.

 

  그는 처음에는 “지금 데리러 갈 수 있다.”며 “아무 짓도 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본지 기자가 “남자인 친구와 같이 있다. 이 친구도 함께 가고 싶다.”고 하자, 태도가 돌변해 “그냥은 재워줄 수 없다.”며 “X 해 봤느냐. 해야 하지 않겠느냐.” 등의 요구를 했다. 즉, 여중생이 혼자 상대방을 만날 경우 눈치를 보다 성범죄를 저지를 예정이었으며, 여중생이 남자인 친구와 상대방을 만날 경우는 대놓고 성관계를 요구한 것으로 유추된다.

 

  지역별로 거주 중인 성범죄자를 확인할 수 있는 ‘성범죄자 알림e’에 따르면, 울산에 신상 공개를 명령받은 성범죄자는 총 80명이다. 중구 22명, 남구 21명, 동구 18명, 울주군 15명, 북구 4명 순이다. 법적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이들도 몇몇 있다.

 

  사람들의 잘못된 사용으로 채팅 앱들이 사교 목적이 아닌, 성범죄 수단으로 변질했다 하더라도, 앱의 관리 소홀로 인한 ‘성범죄 무대 마련’이란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대다수의 앱은 가입 당시 성년자인 20세 이상으로 나이를 설정하게 돼있지만, 닉네임을 ‘15세 여’와 자기소개를 ‘가아출(가출)’이라 적어도 별다른 제재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달 14일에는 강원도 속초에서 해당 앱을 이용해 미성년자를 회당 8만원~15만원으로 성매매 접대부로 고용한 사건이 드러났으며, 여성가족부의 ‘2016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채팅 앱을 통한 성매매는 60%에 육박한다. 같은 조사에서 가출한 미성년자들이 성매매를 한 이유는 30%가 숙박 문제였으며, 이 중 약 90%가 상대방에게 금전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50통이 넘는 모든 쪽지들이 가출한 여중생을 성적 대상화하진 않았다. 복산동에서 4km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닉네임 더워X발(남, 33세)은 “나도 똑같이 나쁜 놈인데, 그 쪽은 너무 어리다.”며 “(여기 있는 사람들) 어린 애들 어떻게든 한 번 하려고 있는 사람들이다.”고 집에 가길 종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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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같은 조건으로 남학생으로 가입했을 때는 아주 조용하다.

 

  본지는 다른 휴대폰을 이용해 가출한 남자 중학생 2학년으로 같은 앱에 가입해보았다. 쉴 틈 없이 울리는 기존 휴대폰과는 달리, 남학생의 경우 한 통의 연락이 왔다. “얼른 친구 집에 들어가서 자렴(남, 34세).” 심지어 갈 곳이 없어 재워달라고 부탁을 했으나, 그 외의 연락은 없었다. 역시 채팅 앱들이 주장하는 사교 목적은 퇴색된 지 오래인 것이다. 현 채팅 앱 들은 ‘원나잇 톡’이나 ‘조건톡’ 등으로 노골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같은 채팅 앱이 성범죄의 온상으로 전락한 데에는 2004년부터 시행된 ‘성매매 특별법’도 일조했다는 주장도 있다. 법 제도를 통해 원천적으로 성매매를 근절하니, 채팅 앱 등을 통한 일대일 만남이 이뤄진다는 것. 성매매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지만 오히려 성매매 피해자들을 법의 사각지대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울산여성의전화 강혜련 대표는 “성매매 특별법으로 인해 드러난 상태로 성매매를 못하니, 비교적 안전한 개인 대 개인으로 성매매를 일삼는 것”이라며 “직접적인 성매매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돈을 입금 받는 등의 사례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