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작년, 대전에서 열렸던 원자력공학 등 핵발전 관련 학회의 세미나에 필자가 참석한 적이 있었다. 주제는 핵재처리에 대한 것이었고, 발표는 일본의 대학교에서 강의하는 한국인 교수였다. 오랫동안 일본에서 강의를 하면서 일본 핵발전의 우여곡절들을 접하고 학자적 양심으로 심층적인 조사와 연구를 거듭했으며, 후쿠시마 핵사고까지 겪은 후 그동안 조사, 연구한 결과들을 한국의 핵 관련 전문가들과 공유하는 자리였다. 발표의 핵심은 핵발전소에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한다는 것은 헛된 망상이라는 것이었다. ‘몬주’라는 소듐냉각고속로를 통해 사용후 핵연료를 재활용하려는 것인데, 일본에서 20여 년 동안 10조 원에 이르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지만 결과는 운전 정지이고 폐로를 앞두고 있을 정도로 실패한 내용이었다.


발표가 끝나자마자 비난성 질문이 이어졌다. 당신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가, 애국심도 없는가, 친일파가 국가를 말아 먹었는데 당신도 친일파다, 핵을 전공하지도 않았으면서 잘못된 정보만 얘기한다... 등등. 한 동안 설전이 이어졌다. 발표 교수도 지지 않고 대꾸한다. 말로는 일본을 넘는다면서 당신들은 노벨상 한 번 받아본 적 있는가, 전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조사하고 연구한 결과가 중요하다... 등등.


듣고 있던 필자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세미나를 위해 발표자로 모셨는데도 내용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자리였다. 한 명을 불러놓고 집단비난을 하기로 작정하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장면이었다. 도대체 핵발전과 친일파가 무슨 상관인가? 필자가 보기에 그 자리에 있던 소위 핵발전 관련 전문가들은 자기 입장에 따르지 않으면 집단적이고 일방적으로 행패를 부리는 몽니로 가득 찬 편협한 국수주의자 집단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장면2. 2013년, 필자가 서울에서 친환경학교급식 관련 일을 할 때였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먹거리(특히 수산물)에 대한 우려가 심했다. 국가가 책임 있게 먹거리 안전성을 확보해줘야 하는데 사상 초유의 사태라 다양한 전문가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연 적이 있었다. 이 자리에 토론자로 온 핵 관련 전문연구기관의 박사님이 토론하면서 한 말, “식재료가 피폭되었다 하더라도 깨끗이 씻어먹으면 돼요.” 으잉?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저 사람이 전문가가 맞는가? 어떻게 전문가란 탈을 쓰고 무지한 대중을 향해서 입에 침도 안 바르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저런 거짓말을 할 수 있는가?


듣고 있던 의사 교수 한 분이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한마디로 정리했다. “피폭이 되었다면 이미 세포로 들어간 건데 그걸 씻으면 된다고 하면 말이 되는 소립니까?” 이에 핵 관련 박사님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보통 전문가들은 공개적인 찬반 토론이 아닌 한, 다른 전문가가 얘기한 내용을 존중하고 비판하지 않는 게 통상 관례이지만, 이 의사 교수님은 너무 어이가 없고 대놓고 거짓말하는 걸 도저히 묵과할 수가 없어서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것이다. 이 장면에서 핵 관련 전문가라는 사람은 핵에 무지한 시민들에 대해 성실하고 진지한 나침반이 아니었다. 오히려 시민들의 무지를 거리낌 없이 이용하는 낯 두꺼운 곡학아세에 가까웠다.


장면3. 신고리 5,6호기 건설 여부를 둘러싸고 정부가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고 하면서 각 방송국들이 찬성 측과 반대 측을 참여시켜 토론회를 열고 있다. 최근 울산의 어느 방송 토론회에서의 일이다. 마지막 발언을 하는데, 필자의 발언이 끝나고 상대편 핵공학자의 발언이 이어졌다. 여러 가지 정리 멘트 중, 핵발전 대신에 LNG로 발전을 하면 응축형 미세먼지가 어마어마하게 나오므로 국민건강을 해친다고 한다. 마지막 발언이었기에 필자가 반론할 기회가 없었지만 녹화가 끝나자마자 바로 얘기했다. “교수님, 그 발언의 근거가 있습니까? LNG가 그렇다면, 지난 수십 년 동안 대기특별대책지역인 울산에서 ‘저탄소 청정연료’라고 하여 LNG를 산업체의 연료로 쓰도록 정한 울산시 정책은 울산 시민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해치는 완전히 정신 나간 정책이 되어 버립니다. 교수님은 핵관련 전문가 이외에는 핵발전에 대해 결정하면 안 된다고 하고는, LNG 등 각종 연료 전문가도 아니면서 어떻게 그런 근거 없는 말로 마무리를 할 수가 있습니까?”


방송국 측에서 먼저 보내 주었던 토론 대본에는 LNG가 석탄 대비 미세먼지 60%, 초미세먼지 25%, 응축미세먼지 7배를 배출하기에 핵발전소 줄이고 LNG 늘리면 국민건강 해치고 조기사망이 증가한다고 답변이 되어 있었다. 그 분은 녹화시간 관계상 답변시간에 하지 못했던 것을 마무리 발언으로 한 것이었다. 진실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별표10’에 나와 있다. LNG는 석탄 대비 미세먼지는 0.04%, 초미세먼지의 주범인 이산화황은 0.05%, 질소산화물은 85%이다. 더구나 응축형 미세먼지는 아직 조사나 연구가 축적되어 있지 않아 관련법 규정에도 없다. 핵발전소가 사라지면 그 빈 자리를 재생에너지만이 아니라 LNG가 일정부분 대체하게 될 텐데, 그 대체물에 대한 근거 없는 공격과 흠잡기로 여론을 호도하려 한 것이었다.


전문가의 말 한마디는 태산도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전문가다. 그런데 우리나라 핵발전 관련 전문가들의 민낯은 위에서 든 사례를 보면 그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지난 40년 동안 석탄과 핵 위주의 중앙집중적인 에너지 독재체제가 낳은 비민주적인 산물일 따름이다. 오로지 그들만의 놀이터였고, 오로지 그들만의 난장판이었다. 이제 드디어 시민이 나서게 되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 과정을 통해 석탄과 핵 위주의 에너지 독재 시대를 청산하고 에너지 민주주의 시대를 앞당겨야 한다.


에너지는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김형근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