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쇼핑몰 한 가운데에 수많은 책들이 들어섰다. 그리고 그곳을 ‘도서관’이라고 명명했다. 그것은 정말 이상한 풍경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도서관이란 대개 언덕 위 혹은 외진 곳에 있는 건물이었으니 말이다. 언젠가 쓴 글이 떠올랐다. 종로에 있는 어느 서점에 관한 글이었다. 그 서점은 책을 이용해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이번에는 반대였다. 공간은 이미 있었고, 그곳을 책으로 채우고 있었다. 목적은 같았다. 사람을 불러오는 것, 그 역할을 서점이 할 수 있으리라고 본 것이다. 아니 잠깐, 내가 방금 ‘도서관’이 아니라 ‘서점’이라고 했던가? 그렇다, 이름은 ‘별마당 도서관’으로 명명한 코엑스몰의 ‘그 공간’은 분명히 서점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어디까지나 ‘비즈니스’ 목적으로 기획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대형 쇼핑센터 프로젝트들이 잠정 중단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아마존의 시대, 전자상거래가 커져갈수록 기존의 쇼핑몰은 점점 그 가치가 떨어진다. 이를 대처할 방법으로 체험이 떠올랐다. 디스플레이에서 경험할 수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여 사람을 부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코엑스의 한 가운데에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등장한 게 아니었을까?


두 번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별마당 도서관을 서점처럼 이용하기 때문이다. 혹은 서점을 별마당 도서관처럼 이용하고 있다고 말해도 좋다. 도시의 서점 안에 있는 이들은 왜 그 ‘공간’에 머물러 있을까? 당신이 최근에 들렀던 서점에서 당신이 한 행위는 무엇인가? 약속 장소에 지인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 있고, 기다리기 심심하니 잘 팔리는 책과 새로 나온 신간을 보고 있을 수도 있고, 배가 출출하면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서 음료와 식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별마당 도서관에서도 할 수 있다. 신간만 제외하고 말이다. 당신이 서점을 이용하는 이유가 ‘공간’이라면, 별마당 도서관의 경험은 서점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별마당 도서관의 등장은 서점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 과거의 서점은 콘텐츠를 구매하기 위해 가는 곳이었다면, 현재의 서점은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 가는 곳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얼마 전에 출판계 종사하시는 분이 쓴 칼럼이 있었다. 그 칼럼은 더는 서점에서 신간을 보기가 어렵다고 했다. 서점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광고 매대를 구매한 책들뿐이라는 것이다. 서점을 잘 둘러보면, 좋은 동선에 위치한 매대마다 작은 표시로 광고임을 표시한 문장이 적혀 있다. 어찌 보면, 책 위주로 짜여진 거대한 광고판을 이용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서점에는 사람이 몰린다. 서점에는 의자와 책상, 와이파이가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그 변화의 끝에서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서점에서는 꼭 책을 팔아야 할까? 책을 팔지 않는 서점이란 불가능한 것일까? 우리가 오프라인 서점을 이용하는 이유가 ‘공간’이라면, 공간에 최적화된 비즈니스를 할 수 없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드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방향이 있을 수 있겠다. 하나는 완전히 공간 이용 모델로 바뀌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입장료를 내며 이용하는 서점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공간 내부의 콘텐츠 큐레이션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광고 매대로 점철된 기존 서점보다 충분히 가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최근에 눈길을 끌고 있는 독립서점들은 ‘큐레이션화된 공간’을 이용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다른 하나는 온라인과 연계하여 콘텐츠를 판매하는 것이다. 오프라인은 철저하게 책을 경험할 수 있게만 만들어 놓고, 구매는 즉석에서 온라인으로 구매 가능한 매장을 만드는 것이다. 매장에서는 책을 보고, 원하는 책에 바코드만 찍으면, 자기 집 또는 전자책 공간에 책이 배송되는 서비스는 어떨까? 이를 위해서는 간편한 결제 시스템과 배송 가능한 온라인 서점, 디스플레이에서 볼 수 있을 전자책 서비스가 필요하다. 바로, 아마존처럼 말이다. 어쩌면 예스24서점 및 알라딘서점이 중고서적을 넘어서 본격적으로 오프라인 서점으로 진출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온라인 서비스가 탄탄할수록 역설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가능성은 커지기 때문이다.


그 어느 쪽을 가든 서점의 미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콘텐츠를 구매하기 위해 특정 시간에 특정 장소를 가야했던 시절은 이미 끝나가고 있다. 쉽게 구할 수 있을 콘텐츠만으로는 서점에 가야하는 이유를 만들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하거나 경험할 수 없는 것, 그것을 제공하는 서점만이 계속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별마당 도서관의 등장은 그것을 더욱 뚜렷하게 알려주는 ‘징후’이다.


박대헌 미디어 전공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