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학생들은 8시까지 등교를 한다. 교문 앞에서 교통정리를 하면서 학생들의 안전을 유도하는 학생부 선생님들 옆에서 등교하는 녀석들을 지켜보고 서 있으면 가끔 재미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머리를 감고 제대로 닦지를 않아 머리카락이 서로 붙어있는 채 오는 녀석들이 여럿 보인다. 가까이 다가오는 그 녀석들의 머리카락 끝에 맺힌 물방울이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을 보면서 웃기도 하고, 스쳐 지나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교복의 목덜미가 어느 정도 젖었는지 살펴보기도 한다. 앞머리에 롤을 두 개씩 붙이고 뛰어오는 애들을 보며 피식거리고, 가게에서 산 먹거리를 미처 가방에 넣지 못한 채 손에 들고 종종거리는 애들을 보며 놀리기도 한다. 녀석들을 지켜보는 나는 그런 모습에 다소 웃음을 띠지만 사실 걔들 입장에서는 전혀 재미있는 모습이 아닐 것이다. 꽉 짜인 하루를 쪼개며 살아가는 고등학생들은 쫓기듯이 아침을 시작한다.


교실에 도착한 학생들은 조회를 하는 8시 30분까지 각자 독서를 하거나 자습을 한다. 이때 담임선생님들께서는 정숙한 분위기에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교실을 한 바퀴씩 돌아본다. 나는 올해 담임을 맡지 않았기에 교실을 둘러보지는 않지만 업무 전달을 위하여 그 시간에 학년실을 찾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런데 복도나 계단을 지나가다 보면 몇몇 학생들이 복도에 놓인 여분의 책상에 쪼그려 앉아 있거나 계단 모퉁이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광경을 자주 본다. 지나가시는 여러 담임선생님이 녀석들을 보면서도 아무 말 없이 그냥 지나치는 걸 보면 선생님들께서 걔들의 행동을 묵시적으로 인정하신다는 걸 짐작하기에 나도 그냥 걔들에게 눈길 한 번씩 주며 웃으며 지나친다. 주섬주섬 도시락이나 빵이나 과일을 손에 든 걔들은 지금 아침을 먹는 중이다.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학원에 가는 일부 학생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점심과 저녁을 학교급식으로 해결한다. 이는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다. 점심은 모든 선생님이, 저녁은 절반가량의 선생님들이 급식을 드신다. 학생들이나 선생님들이나 저녁을 학교에서 해결한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인문계 고등학교의 일상은 비정상이 정상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점심시간은 12시 반부터 시작하고 저녁시간은 오후 6시 반부터 시작한다. 학생들이나 선생님들이나 7시 전후에 아침 식사를 한다고 보면 아침부터 점심까지의 시간 간격이나 점심부터 저녁까지의 시간 간격은 서로 비슷하다. 그런데 학생들이 유독 점심식사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아침이 부실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 나름 짐작한다. 수업을 하다 보면 갑자기 생뚱맞은 소리를 하는 녀석들이 가끔 있다. “샘, 오늘은 오리훈제와 쇠고깃국이에요.” “그래? 마치는 종 치면 바로 수업을 마치자. 나도 배고프다.” 생뚱맞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7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3~19세의 학생들 중 42.7%는 ‘전반적인 생활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50.5%는 ‘학교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리고 32.4%의 학생들은 아침 식사를 하지 않으며, 29.1%의 학생들은 수면시간이 6시간 이하다. 또 고등학생의 28.2%는 교우관계에 만족하지 못하고, 45.5%는 선생님과의 관계에 만족하지 못한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이래저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새삼 인지한다.


공식적인 통계수치는 없지만 내가 보기에 학교 구성원들의 하루 일과 중 만족도가 가장 높은 시간은 점심시간이다. 학생들이나 선생님들이나, 아침 식사를 한 사람들과 하지 않은 사람들의 구분 없이 모두가 꺼진 배를 움켜쥐고 급식실로 달려간다. 선생님께 꾸중을 들어 풀이 죽었던 학생도, 학생들과의 실랑이로 인상이 구겨졌던 선생님도 그 시간만큼은 서로 옆 사람들과 다정히 얘기를 나누며 편안히 웃는다.


그래, 하루 중 이런 시간이 짧게나마 있어야 사람이 살지. 경쟁교육에 찌든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맛있는 급식을 만들어주시는 초중고 모든 학교의 영양사님과 조리사님 그리고 매일 굵은 땀을 흘리는 조리 종사원님들의 고용 안정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기 바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심으로 산다.


조성철 삼일여자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