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자연이야기

<인공적 환경에서도 자꾸만 자연으로 눈이 돌려지는 것은 뇌 회로가 타는 것을 막기 위한 행동일 것이다. ⓒ이동고>


자연과 멀어진 우리가 치르는 비용은 생각보다 아주 비쌉니다. 주말 그 긴 자가용의 행렬, 모험적 요소가 빠져 심심해진 우리 몸과 마음은 그 비싼 입장료를 치르고도 물놀이 동산을 찾게 만듭니다. 


도시환경에서는 언제나 자극이 융단폭격처럼 쏟아집니다. 잠시라도 다른 곳에 신경을 썼다간 사고가 날 위험성이 높습니다. 신호등을 보고 멈춰야 하고 불이 파란색으로 바뀌어야 건너야하면서도 좌우에 위험요소가 있는지 경계의 눈빛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버스를 탈라치면 얼마를 기다려야 버스가 오는지 어떤 버스가 그곳을 가는지, 바로 가는지 둘러 가는지 등을 파악해야 합니다. 교통카드를 찾고 올라가며 찍고 빈자리를 찾고 목적지 전에부터 출입구 쪽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집을 나서면 그 모든 것이 자극이고 다양한 판단입니다. 이 모든 것이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자극 넘치는 일상을 빠져 나오기 위해 적금을 모아 이국으로 떠나기도 하고, 깊은 휴식을 위해 수도원을 찾기도 하고, 알프스 산장에서 일주일 이상 머무르며 소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는 모습을 보면서 널따란 대자연이 주는 풍광을 만끽합니다.


과학으로 밝혀진 바로는 짙푸른 초원이나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두뇌는 원래 건강함을 회복한다고 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버먼(Marc Berman)은 이런 치유효과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산이나 해변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저 공원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합니다.


버먼은 이런 실험을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위성위치식별장치를 나눠주고 산책을 하게끔 했습니다. 한쪽은 가까운 수목원을 걷게 했으며 다른 한 쪽은 시내를 걷게 했습니다. 결과는 짐작하듯이 수목원을 걸은 사람이 행복감을 느꼈으며 집중력이 높아졌습니다. 사진에 담긴 자연 풍광만으로도 정신건강에 좋은 효과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이 실험으로 버먼은 두뇌라는 것이 ‘한계를 갖는 기계’라고 주장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바빠 오가는 거리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뇌는 자동적으로 그 곳에 속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떠올리며 주의력에 해가 된다고 합니다. 도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은 작업 기억에 커다란 부담을 주며 과부하가 걸리고 마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에겐 여유시간을 잡아먹는 스마트한 기기도, 컴퓨터 게임도 재미난 드라마도 있지요. 수도 없이 많은 정보를 소화하고 그것에 좋아요, 화나요 등등 감정을 표현하면 지식은 늘지만 집중력은 점점 더 떨어집니다. 그 결과 지친 뇌에 저장기억 일부가 날아가는 건망증이 심해집니다. 지금 글을 쓰는 나 자신도 글쓰기 위해 집중하는 시간을 만든다는 것이 단순한 일은 아닙니다. 생각이 이리저리 분산되어 있어 자판 두드리길 시작하기가 힘들고 집중력도 오래 가질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겐 멀리 있는 원시의 숲보단 일상 속에 있는 자연이 더 필요한지 모릅니다. 그 모습이 조금은 보잘것없고, 대단한 생명체들을 품고 있지 않더라도 그들에게 눈을 돌리는 순간들이 우리 뇌를 잠시 쉬게 하고 집중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바깥을 돌아다니더라도 자연에 대한 반응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사진을 잘 찍는다는 것’은 대상을 남들보다 많이 발견하고 셔터를 자주 누를 수 있는 힘이라 나름 정리합니다.


자연에 대한 감각에 집중하다보면 상대적으로 사람에 대한 자극은 좀 닫힌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사람이 앞에 있어도 그 뒤 큰 나무로 향하는 눈길은 숨길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것이 오히려 사람과 자연을 바라보는 것에 대한 균형감각을 찾는 것이라 여기고 싶습니다. 


물론 사람이 모인 도시가 여러 사람들의 독특한 조합으로 전혀 예상치 못한 창의적 영감을 일궈낸다는 것은 대도시가 예술과 경제와 사회혁신의 중심지가 되었다는 것으로도 증명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균형을 찾는 것일 겁니다. 도시의 번잡한 생활을 새로운 자극, 착상, 계획의 온상으로 활용하면서도 종종 자극이 적고 평온한 환경에서 휴식을 즐길 기회를 갖는 것입니다.


바람이 선선하니 지인과 간단히 만나는 자리면 술집을 찾기보단 캔맥주 한 잔 나누면서 강변에 떨어지는 낙조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길가를 걷다가 촘촘히 짜여진 보도블럭 틈새로 돋아나는 끈질긴 자연의 생명을 보면서 어디서든 자연의 운치와 향기를 잃지 않는 생활을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제 선선한 바람이 얼굴에 느껴지는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 되었습니다.   


이동고 자연생태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