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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방송작가 일은 이제 새로운 창작을 위한 재충전의 여유도 가지면서 방송아카데미 강사로서 새로운 도전도 하게 만들었다.>


사학을 전공한 이나라 님은 역사탐방 경험을 살려 우연한 기회를 잡아 방송작가가 되었다. 울산 데일리 방송뿐 아니라 장기적 다큐멘터리를 여러 편 제작해 보람과 성취감도 대단했다. 글 쓰는 사람이라면 모두 부러워하는 방송작가의 일상과 삶을 들여다보았다.


1. 원래 글쓰기를 좋아하나?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었다. 어린 시절 옆집이 만화 가게여서 공짜로 만화를 보는 특혜를 누렸다. 그 덕분에 한글을 일찍 깨우쳤다. 엄마 아빠는 맞벌이를 하니까 집에 아이를 두기가 불안해 네다섯 살 때 유치원도 일찍 다니게 되었다. 자연스레 초등학교도 일찍 가게 되었는데 여섯 살에 가게 되니 친구들과 두 살 터울이 되게 다니게 되었다.


어릴 때 놀았던 친구들이 다 학교를 가니까 시골학교에는 청강생처럼 따라다니다가 일찍 입학하게 된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책 읽고 편지 쓰고, 일기, 동시 쓰기를 시작했다.


글짓기 상을 받았는데 그리 대단히 우월해서 받은 것도 아닌데 선생님이 많이 칭찬해줬다. 보통 칭찬 받으면 고무되는 경향이 있으니 더 열심히 한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것이 동시 짧은 것을 지었는데 교생으로 오신 선생님이 ‘예쁘다’, ‘글 잘 쓴다’, 칭찬을 많이 해줘서 잘 쓴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저 막연하게 어린 시절 꿈을 물었을 때 ‘시인’이나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글 쓰는 것에 대해서는 잊고 지내면서 학교를 다녔던 것 같다.


2. 그럼 언제 다시 글 쓰는 일과 연관되기 시작했나?


방송국 일은 방송아카데미를 다닌 것도, 작가 생활을 한 것도 아니었다. 사학과를 나왔으니 울산박물관의 생활조교 활동을 하고 낮에는 유치원 선생님이었고 오후에는 대학원을 다니는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TV 화면 방송자막에 방송작가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한 번 신청해볼까 생각했다. 방송 구성작가를 뽑는 것이었는데 기존 방송 프로그램이나 새로 기획한 프로그램 구성안과 원고를 제출하라는 응모 요건을 보고 답사여행을 많이 다닌지라 역사여행을 주제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때 지인의 딸이었던 네다섯 살 아이 눈으로 바라본 우리(울산지역) 역사기행에 대한 글을 제출했다.


TV 쪽에 응모를 했는데 연락이 오지 않았고 라디오 부서에서 연락이 왔다. 당시 담당 PD가 글도 좋고 자기소개서가 아주 독특해서 연락을 했다고 했다. 이력서를 가. 가족에 대한 이야기, 나. 나라는 사람은..., 다. 라. 마. ... 하.까지 수필식으로 풀어냈던 것을 아주 독특하게 보았던 것 같았다.
 
3. 방송 일상생활은 어떻고 인상 깊은 방송 내용은 어떤 것인가?


일상은 보통 10시쯤 출근해서 7시까지 근무한다. 오전에는 신문 보고 PD와 그날 방송될 아이템을 정하고 인터뷰이를 섭외, 조율하고 코너 녹음이 진행되고, 생방송 중에 그 날 연결될 게스트를 전화로 연결하고, 정보를 검색하기도 하고 조사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정보도 그때 그때 확인해 달라는 속보성도 있고 SNS 애청자들 문자창을 참조하는 방식으로도 진행된다.


현재 17년 방송작가 생활을 하는데 매일하는 데일리 방송이 있고, 또 하나의 작품은 라디오 다큐멘터리가 있다. 방송을 처음 시작했던 프로그램은 오락성이 가미된 ‘3시에 만납시다’라는 프로그램이었고, 이후 ‘이관열, 김지나의 즐거운 저녁입니다.’라는 매거진 성격의 저녁 프로를 거쳐 시사 프로그램인 ‘시사 매거진’에 이어 현재 표준 FM 97.5 저녁 6시 10분에 방송되는 ‘포커스 오늘’ 시사프로 작가를 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작품으로는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반려동물에 대한 내용을 다룬 적도 있다. 보통은 방송국 자체에서 제작하거나 방송문화진흥원, 한국전파진흥협회에 라디오 다큐멘터리 작품을 기획서를 제출해 지원금 받아 제작하는데 처음 했던 작품이 ‘51g의 아름다운 기적’이었다. 인구정책과 울산 현황, 일본 쪽 현황을 비교했던 작품으로 50g(난자)+1g(정자)가 만나 아름다운 생명을 탄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다큐멘터리 작품은 우즈베키스탄의 민요 속에 아리랑의 선율이 있다는 내용의 책을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최진구 PD 제안으로 기획안 작업에 들어갔고, 이 작품이 방송문화진흥원 지원작으로 선정돼 우즈베키스탄으로 다큐 취재를 간 적이 있다. 2013년 기획된 2부작으로 우즈베키스탄에 ‘아랄해’가 있어서 제목을 ‘아랄 아라리요’로 가려고 했는데 담당 PD와 논의 중 좀 더 독특한 우즈베키스탄 지명을 넣자는 제안이 있어 치르치크강 중심으로 강제징용을 갔던 우리 한인들이 모여 살았던 강인 ‘치르치크강’을 연계해 ‘치르치크 아랄 아라리요’로 제목을 뽑게 됐다. 당시 담당 PD가 최진구 국장님이었는데 현재까지 매년 1편씩 기획안과 다큐멘터리 작품을 함께 하고 있다. 사실 모든 일에 있어 마찬가지겠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과 호흡, 소통이 중요함을 일을 하면서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다.


4. 보통 다큐멘터리 시나리오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일단 소재가 정해지만 그 분야에 대해 많은 정보를 찾아보고 하나의 주제를 잡아 이 자료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무엇을 확장해 갈 것인가? 무엇을 줄여 나갈 것인가? 어떤 시선으로 가야 할 것인가? 등등 많은 생각의 파편들을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방대한 자료를 덜어내는 일, 욕심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자료 속에서 풀어내야 할 부분, 그리고 그 부분을 PD와 작가가 어떻게 조율해서 풀어 정리하느냐가 중요했다. 자료를 찾고 또 연관검색어를 가지고 파생된 것을 찾아보면 새로운 것이 들어온다. 라디오의 가장 큰 특징은 소리일 것이다. 특히, 다큐의 경우 주제를 어떻게 소리로 전달할 것인가가 주요 안건이 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된다.


인터뷰를 통해 녹음을 할 때도 들어주고 호흡을 맞추며 가는데도 녹음 중인지라 소리 없는 호응이 되어야 한다. 리액션으로 인터뷰이에게 호흡을 맞추면, 흥이 나서 이야기하는 것 중에서 다큐멘터리 내에 어떤 내용의 컷을 쓸 것인가 보이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가장 길게 출장을 갔던 시간은 5박6일 정도다. 동해남부선 ‘기차길옆 오막살이’ 3부작을 담았는데 삶, 노래, 인생 이야기였다. 그 뒤 ‘동해안 신 택리지-인생가도’를 5부작으로 담았는데, 보통 10월 방송이라 지원작으로 선정되면 바로 취재 일정을 잡아 5~6개월 정도는 2박3일, 1박2일 취재를 나가는 방식으로 취재가 이뤄진다.

 
특히, 작년에 작업했던 ‘동해안 신 택리지-인생가도’의 경우 부산에서 강릉까지 7번 국도를 따라가며 길 위의 우리네 삶과 문화, 노래 등 길 위의 인생 이야기를 5부작으로 담아보았다. 힘든 여정이었지만 만드는 과정에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업도중 마지막 종착지인 고성은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고 싶었는데 대학생 국토종주팀을 만나 한발 한 발 걸어가는 젊은이들의 용기와 사랑하는 마음을 담을 수 있었고, 강원도 산길을 탈 때는 바짝 말라 있는 강줄기를 보면서 비가 좀 내렸으면, 빗소리와 천둥, 번개 소리가 좀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마침 태백을 넘어가는 시각에 후두둑 빗줄기가 떨어지기도 했다. 간절히 바라면 그 상황이 만들어지는 듯한 느낌이 여러 번 있었는데 이 작품 역시 그 해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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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좋은 평가를 받았던 다큐멘터리 작품 시나리오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PD와 호흡을 같이 맞추는 일이 이제는 아주 자연스럽다.>


5. 시사 프로그램을 매일 하다보면 돌아가는 시사 판을 읽는 감이 대단하겠다 싶다.


그렇게 생각하시겠지만, 사실 저도 계속 배우고 있다. 약간 더 노력하는 점이라면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 좀 더 관심 있게 사안을 보고, 다양한 시각에서 지켜보려 하는 것이다. 물론 시사 작가를 오래하다 보니 어떤 문제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런 게스트를 연결하면 좋겠다는 감은 생긴 듯하다. 일단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 담당 PD와 회의를 거쳐 어떤 전문가를 연결하면 좋을지 논의 후 인터뷰 가능한지 연락을 해본다. 시사 관련 프로그램을 맡다 보니 울산에 사건, 사고가 없는 것이 편안하고 좋은 일인데도 그럴 때는 뭔가 일이 없나 검색하다보면 가끔 씁쓸할 때가 있다. 


6. 다큐 프로그램 ‘아빠와 함께 BOOK소리’라는 다큐가 있던데 좀 상세히 소개해 달라.


작년에 다큐멘터리 취재 중 여러 가지 얘기를 하다가 내년에 이런 기획 다큐를 하면 어떠냐고 최진구 PD가 제안해 시작됐다. 아빠가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과정을 몇 개월 지켜보며 어떤 일과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관찰하는, 독서 프로젝트 다큐멘터리였다. 이 역시 한국전파진흥협회 지원작으로 선정되었다. 24부작으로 가족 네 팀을 선정해 1기가 12부이고 또 다른 두 팀을 다룬 2기가 12부로 총 24부작이 현재 진행 중이다. 1기 12부는 이미 제작이 완료됐고 2기는 현재 취재해가면서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 친구(Friend)+아빠(Daddy)=프랜디로 ‘친구 같은 아빠’를 지원 받아서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을 신청한 아빠들은 독서육아에 관심도 있고 집중력 있는 분들이었는데, 본인 스스로 아이와 관계나 독서 지도, 놀이 방법 등에 있어 자신감을 많이 드러내는 편이었다. 하지만 한 회 한 회, 그러니까 구연동화하는 분을 직접 모셔 아빠들에게 교육을 시킨다든지, 장미축제, 고래축제, 요리교실 등등 미션을 주고 아이와 함께 즐긴 후 연계 동화를 읽는다든지, 다양한 활동과 독서를 병행했다.


이후 방송 전보다 방송 후 아이와 아빠가 동시에 변화를 느껴가는 모습에 제작진이 더 감동했었고 보람이 있더라. 가장 감동적인 팀은 건우 아빠 이야기였는데 아빠가 미국인이었다. 한국말이 능통하지 못해 아빠가 더듬거리며 읽는데 아이가 “아빠. 내가 읽을게.” 하는데도 “그래도 내가 읽을게.” 하면서 영어를 섞어가며 동화를 읽더라. 그래서 “창작동화로 한 번 써봐라.” 제안을 했는데 토마스 씨가 건우를 친구들에게 왕따 당하는 뱀으로 묘사했다. 왕따를 당하던 건우 뱀이 집을 떠나 여행을 하던 도중 호수에서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니 날개가 달려 있더라. 사실 건우 뱀은 용이었던 것이다. 뱀이 아닌 용이라는 동화 내용에 건우가 “아빠, 내가 용이 된 거야?” 놀라면서 좋아하더라. 건우 뱀은 용이었고 훌륭하게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용이었다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는데, 나중에 미국에 다시 돌아가야 할 건우가 혹시라도 커 나가면서 정체성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아빠의 염려가 담긴 창작동화는 감동적이었다. 이 작품으로 올해 44회 한국방송대상 지역교양라디오 부문 작품상을 받았고, 7월에 이달의 PD상도 받았다. 데일리 프로그램은 프로그램대로 울산 내 많은 여러 분야를 녹여낼 수 있어 뿌듯하고, 1년이란 장기 프로젝트인 다큐멘터리 역시 한 편 한 편 만들어 낼 때마다 성취감이 크다.


7. TV 방송과 비교해서 라디오 방송 특성이 있나?


라디오만의 특성. 모든 것은 소리로 전달해야 하니 이걸 소리로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구성을 하니까 녹음된 정보만으로는 다 못 알아듣는다. 보통 라디오 다큐멘터리는 PD와 현장에 가서 녹음을 직접 한다. 왜냐하면 현장 상황을 파악해야하기 때문이다. 녹음해온 것을 듣는 것만으로는 당시 상황이나 표정, 제스처, 주변 풍광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내레이션으로 풀어내기에는 정보가 부족하다. 때문에 취재 시에는 보통 동행하고 나중에 추가 보완한다.
 
8. 방송작가 일 외에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얼마 전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라디오 제작 아카데미’ 강의 제안이 들어왔다. 이런 일을 처음 해보는 것이라 망설이다가 수락했는데 커리큘럼 만드는 것부터 공이 많이 들어갈 것 같다. 오래전부터 이런 저런 제안을 받아는 왔지만 덜컥 수락하기는 힘들더라.


이번에는 일단 부딪혀 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커리큘럼 짜놓으면 이후라도 유용하게 쓸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런 일이 또 다른 도전이란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신문, 책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정보를 접하고 있지만, 이렇게 강의를 통해 직접 사람과 부딪히고 소통하다보면 다른 포인트로 접근할 수 있겠다. 가르치는 일이지만 내가 더 배우고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9. 언제 여유시간을 누리는가?


10월 정도면 다큐멘터리 제작이 끝나는데, 다음 기획안을 내는 2월까지가 데일리 프로그램 원고 외에는 조금 여유가 있는 편이다. 11월~1월에 몰아서 휴식을 취하면서 재충전을 한다. 보통은 여행을 다니면서 피로와 스트레스를 다 털어버린다.


사실 어렸을 때는 많은 사람이 내 곁에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많았는데, 나이가 들다보니 마음 맞는 사람,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충실하기도 바쁘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얘기하고, 휴일엔 밀렸던 책도 읽고, 하루 종일 뒹굴거리는 것이 휴식인 듯싶다. 지금까지는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다. 새로운 창작은 쉬고 있을 때 잘 떠오르더라. 경제적 문제로 앞으로만 달리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쉬면서 재충전을 하고 여유를 누리면서 일하는 것이 창작을 더 잘할 수 있는 지름길인 것 같다.


10.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보통은 내가 작가로서 인터뷰를 하는 일을 주로 하는데 역할 행위가 바뀌니까 조금은 당혹스럽다.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인터뷰를 통해 내 스스로의 모습이나 내가 하는 일, 역할, 능력 등을 되돌아볼 기회가 된 것 같다. 17년 동안 라디오 작가로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물론 앞으로 어떤 인생을 만들어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겠지만, 지금의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이다.  


인터뷰어 이동고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