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금철장, 가야 철 산업 중심이었을 것"


‘5세기 양산은 가야였을까? 신라였을까?’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가야사 연구 지시 이후로 ‘가야왕도 김해’(시 슬로건)와 인접한 경남 양산시에서도 가야사 복원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띄우고 나섰다.


양산문화원과 양산시 등은 지난 23일 지역구 여.야 국회의원, 교육청, 시립박물관 등과 합심해 대대적인 가야사 토론회를 양산문화원 내 공연장에서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국회의원은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멀리 달려오면 혼이 몸을 따라올 수 있도록 잠시 멈춰 뒤를 돌아본다고 한다.”며 “그동안 압축 성장으로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양산이 가야사 연구를 통해 잠시 멈춤의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옛 지명 ‘삽량’에 삽라국 흔적이


“가야는 연맹왕국 형성에 미치지 못한 소국 체제가 아니었을까.”


이 자리에서는 양산에 가야의 일원인 삽라국이 있었을 것이라는 백승옥 국립해양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의 주장이 나왔다. 그는 가야사 전공자다.


그는 양산의 옛 이름인 삽량에서 ‘량’은 ‘라’와 연관성이 있으며 주로 지명을 쓸 때 ‘라’는 나라 이름에 붙임을 감안할 때 5세기 중엽까지 양산에 삽라국이 존재했을 것이란 추정이다.


또 조수현 한반도문화재연구소장(양산 소재)은 “얼마 전 서창 명동에 대규모로 가야 집터가 발견돼 가야 유적 연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2000년대 이후 최근까지 가야 유적이 여러 차례 발견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사실 그동안 양산의 고대사 연구는 문화적으로 신라의 영향을 많이 받기 시작한 5세기 중엽 이후의 유물과 유적들을 근거로 진행됐다. 때문에 “당연히 양산은 신라 땅이었다.”는 결론을 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지금도 양산지역 내에 5세기 중엽 이전 유적이나 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양산의 가야사 연구는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봉원 경주대 고고미술인류학과 교수는 “삼국유사나 삼국사기 등을 보면 신라왕이 황산(양산 옛 지명)을 순행했다는 사료가 있어 양산이 이미 3세기에 신라에 편입된 것 아니냐는 설이 지배적이었다.”며 “그러나 승자의 입장에서 서술된 자료를 백 프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역사가들의 철칙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신라 유물 나온다고 신라 땅 아냐"


또 출토된 유물의 시기에 근거해 정치력 영향력을 가늠하는 태도도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만약 지금 한국의 모습들이 천 년 후 출토된다고 생각해봅시다. 스타벅스도 있고 카페도 많고... 한국이랑 미국이랑 분간이 안 돼요. 그럼 한반도가 미국인가요? 마찬가지로 양산에서 신라 유물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양산은 신라였다고 단언해서는 안 됩니다.”(조수현 원장)


이는 주변에 좋은 문화가 있으면 분명히 다른 지역도 영향을 받게 되는 만큼 유물 자체를 정치적 경계의 근거로 보는 입장은 피해야 한다는 뜻.


끝으로 부경대 총장을 지낸 박맹언 지구환경공학과 교수는 산업사를 가미한 과학적 관점에서 철의 왕국인 가야의 산업적 중요성을 역설했다.


박 교수는 “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가야가 강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만 해도 첨단산업이었던 ‘철’을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주변에 포항제철이 있고 그 가까이 현대자동차가 있는 까닭이 무엇일지만 생각해봐도 가야사의 어떤 측면을 부각해야 할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양산의 역사 큰 그림... 울산에는?


이날 박정수 양산문화원장은 “가야의 중심인 금관가야와 인접한 양산에서 지역 정체성 확립을 위해 여야가 합심한 것은 지역발전을 위해 뜻 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강봉원 교수는 “사적으로 지정된 양산의 역사유적들을 둘러보니 이미 도굴된 흔적이 역력했다.”며 “가야사 복원을 계기로 방치된 유적들을 시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양산의 행보가 울산에 미칠 영향은 없을까. 양산과 울산이 함께 할 수 있는 일도 고민해봄직 하다. 사실 이번 토론회에서는 가야와 철 생산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달천 철장, 언양 광산, 현대자동차 등이 자주 언급됐다. 또 박제상이 삽량주의 간(칸) 또는 태수로 부임했다는 사료가 여러 번 인용돼 양산에서 박제상을 역사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인물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박제상은 치술령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양산과 울산이 공동 연구를 할 수 있는 접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청중들 중에는 울산대 김승석 교수가 직접 박맹언 교수에게 제련 방법이나 철 생산 방식 등으로 분류해 아시아 철의 루트의 재해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묻기도 했다.


이채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