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위 조사 시작... 후쿠시마와 고리를 생각한다

김익중 교수 “한국정부가 한국인을 배신하면 안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출범 및 패널 모집을 계기로 울산에서도 탈핵-찬핵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주에는 지역 청년들을 비롯해 울.부.경 교수, 지식인의 탈핵 선언이 이어졌으며 환경운동연합 전국 처장 단이 울산을 찾아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촉구한 바 있다. 보수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찬핵 여론전도 거세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탈핵기획을 마련해 동국대 의대 김익중 교수의 최근 부산 강연과 지난 25일 시의회에서 열린 신고리 대토론회 등을 지상 중계한다. <편집자 주>


그의 강연 중에 괴담은 없었다. 분노만큼이나 표현이 거칠었을 뿐.


괴담이랄 것이 없는 이유는 그의 전공이 의학이기 때문이다. 국민 건강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이 후쿠시마 방사능이 검출될 가능성이 높은 일본 농수산물을 먹지 말라고 한국인에게 경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정부, 원자력계 측 자료만 인용해 설명했다. 그렇게만 하더라도 탈핵을 해야 할 까닭은 차고 넘쳤다.


부산환경운동연합 강당에서 열린 김익중 교수의 강연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원자력을 잘 모르는 주민들이 개념부터 이해해야 시작할 수 있는 어려운 내용도 없었다. 그는 <조선일보>에서 괴담이라고 지적한 대목은 더욱 강조하며 ‘괴담이라는 낙인 자체가 괴담’인 까닭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러다 조선일보 절독 운동이라도 해야 되는 건 아닐지...”


김 교수는 자신의 강연 내용에서 전후 맥락을 다 자르고 자극적으로 보도한 조선일보에 대한 원망을 이따금 드러내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가장 논란이 된 일본산 고등어 갈치 명태를 먹지 말라고 한 이유도 설명을 들어보니 꽤 합리적이었다. 후쿠시마 원전을 냉각시키기 위해 쓰이는 상당한 양의 냉각수는 지금도 매일 태평양으로 쏟아지고 있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이를 쉬쉬할 뿐이다. 때문에 일본 수산물에서 방사능 물질이 검출될 것은 자명한 일. 하지만 해마다 국내로 반입되는 일본 수산물의 종류는 무려 약 200종이라는 게 김 교수의 지적. 때문에 안전한 수산물을 가려내는 일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웠다는 것이 그의 회고다. 그러다 발견한 대목이 국내로 들어오는 일본 수산물 중에 한국인이 즐겨 찾는 세 어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95퍼센트에 달한다는 것. 그래서 이것만이라도 먹지 말자는 뜻에서 고등어 갈치 명태를 외친다는 게 김익중 교수의 설명이다.


“사실 일본 수산물은 다 먹으면 안 돼요.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이 이걸 다 가려낼 수가 없잖아요. 가장 흔히 접하는 것들만이라도 피하자는 뜻이었죠.”


“일본산은 일단 이용하지 말자”


김 교수는 일본 탈핵운동 진영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주에 일본 탈핵운동가가 찾아와 강연한 적이 있는데 일본 전역으로 퍼진 세슘 문제에 대해서 정부 측 자료를 인용하더라고요. 근데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구글에서 검색만 해봐도 일본 전역에 대부분 세슘이 확인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거든요. 그 점이 안타까워 직접 찾아 보여줬더니 ‘이거 심각한데요.’ 하면서 놀라더라고요.”


이처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당시 발전소 반경 약 20킬로미터 이내만 강제피난구역으로 지정한 것 등을 비롯해 방사능으로 인한 위험성을 축소하기에 급급하다는 것.


김 교수는 방사능 위험이 큰 후쿠시마 핵발전소 인근에서 생산된 제품이 로컬 푸드처럼 현지에서만 소비되는 것도 아닌 만큼 가공식품도 원산지가 일본이면 아예 안 먹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했다. 그가 일본 정부보다 더 원망하는 건 원자력계 인사와 정부 일각의 태도다.


그는 “한국 관료가 한국인들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일본에서 난 음식은 먹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 옳다.”며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등의 말만 듣고 안전하다고 강변하는 것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의 행태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고 발생 가능성 줄이는 이들이 ‘거짓’


김익중 교수는 한국 원자력계가 이웃 나라의 실상을 외면한 나머지 논리 구축에만 골몰해 ‘확률론적 가능성’에 너무 집착해왔다고 질타했다. 이론에 의존하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사고 발생 가능성을 강변하던 원전의 신화를 모두 깨뜨린 것이 일본 후쿠시마의 사고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후쿠시마 핵 참사 이후 외국의 정책 변화가 그 증거라고 설명했다. 국가 안보를 위해 탈핵을 선언한다는 문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기뻤다는 김 교수는 준비한 강연 파일을 고쳐가며 대한민국이 세계 8대 탈핵 국가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탈핵을 선언한 국가는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벨기에, 스웨덴, 오스트리아, 그리고 중화민국이다. 현재 중국과 영국도 원전에 대한 신규 허가는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황이다. 다만 러시아는 신규 원전을 추진하는 대신 수명연장을 포기했다.


재생에너지는 무한하다


“핵사고 확률을 0퍼센트로 낮추는 방법은 탈핵뿐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수명연장 안 하고, 신규 원전 안 하고. 한국에서는 2년에 하나씩 줄여나가야 하기 때문에 60년이 걸린다. 60년 이전에 에너지 대안을 못 만든다고? 장난하나.”


그는 신재생에너지가 한국 실정에 적합하냐는 세간의 비판에 맞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명상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재생에너지는 안전하다. 햇빛의 1퍼센트만 써도 될 만큼 무한하다. 오염물질 없이 깨끗하다. 공짜다. 그래서 세금이 붙지 않는다. 동력을 쓰지 않아도, 가만히 두면 된다.”


무엇보다 재생에너지는 국산이라며 국내 수입 비중의 20퍼센트를 차지하는 에너지를 생각할 때 이는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가 무조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 근거를 제시하는 이들은 대부분 원자력 계에 몸담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이용률이 세계에서 제일 낮다며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하는 건 어떻게 보면 한심스러운 일이라고 질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왜?


김익중 교수는 <한국탈핵>의 저자로 문재인 대통령 탈핵 정책의 ‘설계자’로 이름 나 있다. 이 같은 관심에 대해 김익중 교수는 그보다는 자연인 문재인이 이미 탈핵에 관해서 깊이 있게 공부를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1년간 공부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당시 문재인 후보가 연락이 왔을 때가 후쿠시마 사고 발생한지 1년쯤 됐을 때였죠. 자택이 경남 양산이잖아요. 후쿠시마를 접하고 나서 핵발전소와 가까운 양산에 살면서 생존과 국민 안전의 문제로 접근해 탈핵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김 교수는 앞으로 두세 달 사이에 결론 날 공론화 결과에 따라 탈핵이 힘을 받느냐 안 받느냐가 달려있다고 힘을 주었다. 탈핵이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지만 이럴 때일수록 여론이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상대방이 의견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설득 능력을 갖춰 원자력계의 논리를 깨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공론화위원회와 여론전, 결국 언론 문제


강연이 종반부로 치달으면서 시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공론화위원회의 진행과정과 이 과정에서 수반되는 여론전 문제였다. 김익중 교수는 공론화위원회로부터 따로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고 이야기했다. 김 교수 역시 섭외 연락이 오면 모르겠지만 자신이 먼저 나설 일은 없을 거라고 말했다.


“위원회 참여에 동의한 2만 명 가운데 500명이 다시 추려져 신고리 5,6호기 가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결국 이들은 여론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수 없다.”


질의응답을 거치며 시민들의 고민도 드러났다.


“부산지역 언론을 보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호의적입니다. 그런데 왜 탈핵여론이 수그러들고 있는지가 의문입니다. 서울 언론의 힘이라고 봐야 할까요.”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부산지역에서 보수종합일간지 구독 부수가 지역신문보다 높은지 되물으며 <판도라> 같은 영화가 한 번 더 나왔으면 좋겠지만 아직 제작 계획이 있다는 얘긴 못 들었다고 전했다. 또 캠페인의 경우 실제 효과가 낮은 편이고 직접 설득과 접촉이 중요한데 이런 점에서 매스컴의 힘이 절실하지만 보수 편향적 구조 속에서 힘은 부치고 뾰족한 방법은 찾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강연장 밖을 나서며 다음 번에는 김익중 교수를 jtbc(제이티비씨) <썰전>에서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이채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