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동안 언제나 변함없이 나와 아내의 건강을 지켜주고, 우리가 어려운 문제를 마주할 때마다 해박한 지식으로 명쾌한 답을 제시해 주어서 고맙네. 나와 함께 K박사를 알고 지내는 우리의 친구들도 거의 대부분이 우리와 같은 느낌과 생각으로 K박사를 좋아하고 존경한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네. 그뿐인가! 친구의 병원을 찾는 환우들과 친구(K박사)가 가르치는 많은 제자들도 친구를 높이 존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네. 언제나 부드럽고 다정한 얼굴로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켜주던 자네가 운동을 게을리 하여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소화가 잘 안 되어 운동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였지, 연중에 8월 한 달은 강의를 빼놓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친구는 말했고, 나는 좀 쉬어 가도 괜찮은 나이라고 말했었지.


우리가 대화한 그 날은 오랜 칼질로 고질이 된 내 어깨의 통증을 치료하러 갔다가 친구가 한가한 틈을 타서 나눈 수다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갔었다네. 다음 날은 아내가 약도 짓고, 막내의 결혼에 관한 것을 묻기도 하려는 속셈을 가지고 내가 치료 받으려 가는 길에 나와 함께 친구의 병원을 방문했었지.


내가 치료실을 나와서 진료실에 들어섰을 때, 친구는 내 아내에게 하소연을 하고 있었지. 가슴이 두근거리고 맥박이 빨라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스스로 진찰을 해보고 심장전문의에게 찾아가 진료를 받아 봐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자신은 욕심이 없고 마음을 내려놓고 사는데, 자신(K)의 몸이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고 하면서, 제수씨(K박사의 부인)는 갱년기 같다고 하지만, 자기(K)는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고 하면서 큰 걱정을 했었지. 내 아내는 걱정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고, 나는 갱년기 증상이 맞는 것 같다고 말하며 다음날 있을 친구의 대학병원의 검사 결과를 지켜보자고 했었지. 친구는 검사 결과 신체의 모든 부분이 정상으로 나왔다고, 전화를 한 나에게 말했었지.


삶은 언제나 본분을 일깨우며 일상을 재촉하기에 친구의 걱정을 뒤로 하고 칼질하던 한가한 틈을 타서 언제나의 습관으로 페북을 들여다 보다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글을 보게 되면서 다시 K박사인 친구를 생각하게 되었다네. 외국을 다녀오던 페친이 비행기에서 발작을 일으켰다는 글이었네.


고소공포증과 폐쇄공포증이 있기는 하였지만 별 문제 없이 비행기를 타고 다녔는데, 그 날은 비행기가 이륙하면서 가슴이 답답해지고 열이 나면서 몸에 극심한 통증이 와서 숨을 쉴 수가 없어 정신을 잃어 가고 있는데, 승무원들이 그를 발견하고 응급조치를 시작했다고 하였네. 승무원들의 응급조치에도 차도를 보이지 않자 승무원들은 회항을 걱정하면서 방송으로 의사를 찾아서 도움을 청하였지만 차도가 없었다고 하였네. 승무원들은 하는 수 없이 회항을 결정하고 방송을 하는데 또 다른 의사 한 분이 나타나 처치를 하는 과정에 심신이 안정되어 회항을 면하고 간신히 인천공항으로 운항할 수 있었다고 하면서, 큰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이상이 없었다는 내용이었지.


나도 비슷한 경험을 1년 전에 했었지. 비행기를 타는 것이 두렵기는 하지만, 몇 번 타고 다닌 경험은 있다네. 가족들과 필리핀 세부공항에 착륙을 하면서 비행기가 강한 충격을 받으면서 착륙을 했고, 여행 중에 경비행기 투어를 하면서 불안하게 마음을 졸였던. 그 여행에서 돌아오는 비행기가 이륙하는데 갑자기 몸에서 열이 나고 가슴이 답답해 왔었지. 옆에 있던 아내가 눈치를 채고 걱정을 할 정도의 어려움에 봉착했었다네.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면서 몸과 마음이 안정되었다네.
만개에 내 생각이지만, K박사의 숨겨진 강한 ‘에고’가 친구의 몸에 증상을 나타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네. 페친의 공황발작이나 나의 증상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일세. 우선 이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앞에 말한 ‘에고’에 대해서 정의를 하고 시작해야 할 것 같네. ‘에고’는 나의 생각, 나의 지식, 나의 것, 즉 나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지칭하네. 즉 K박사인 친구의 의술, 광범위한 지식, 오랜 경험들, 친구들과 제자 환우들의 존경, 이 모든 것이 에고라고 말하는 것이네.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은 에크 하르 툴레의 <삶으로부터 다시 떠오르기>(류시화 번역)와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라네. 우선 툴레의 책에 의하면 “인간 존재의 딜레마의 해답은 모두 지성을 통해, 즉 생각에 의해 찾을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알아차림 없는 생각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주된 딜레마인 것을 나는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교수들은 모든 해답을 알고 있는 현자로 우러러 보았고 대학은 지식의 전당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저 여성과 같이 제정신이라고 볼 수 없는 사람이 어떻게 대학의 일원일 수 있단 말인가? 도서관으로 가기 전에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도 나는 여전히 그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손을 씻으며 생각했다. 난 저 여자처럼 되지 말아야지. 그러자 옆에 있던 남자가 흘낏 내 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것을 생각만 한 것이 아니라 소리 내어 중얼거렸던 것이다. 그것을 깨닫고 나는 충격에 빠졌다. 아, 이런! 그녀의 마음처럼 나의 마음도 끊임없이 활동하지 않는가? 우리 사이에는 오직 작은 차이 밖에 없었다. 그녀의 배후에 자리 잡고 있는 지배적인 감정은 분노인 듯했다. 나의 경우에는 대부분 불안이었다. 그녀는 소리 내어 생각을 말했고, 나는 대개 머릿속에서 생각만 했다. 만약 그녀가 미친 것이라면 나를 포함한 모두가 미친 것이었다.”


짧은 지식으로 어려운 책을 빌려다 비교하려다 보니 말이 어려워지네!(위 책에 있는 전과 후를 읽어보면 분명하게 이해가 될 것이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K박사의 전문성과 지식이 가져다준 권위의 세월에 깊숙이 새겨진 감정과 감각, 생각들이 숨겨진, 알아차리기 어려운 에고일 수 있다는 말이네.


친구는 말을 많이 하고 듣기는 조금 들어야 하는 처지에 있기에 언제나 많은 말은 하고 있지. 그저 평범한 수다스러운 말 많음이 아니고, 분명하고 정확한 말을 쉬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말이네. K박사의 성실한 습관과 책임감 있는 습관이 “인간 존재의 주된 딜레마”를 심은 것이지.


“인간의 우월성을 정당화하기 위해 동원되는 또 하나의 이야기는 지구상의 모든 동물 가운데 오직 호모 사피엔스만이 의식적인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마음은 영혼과는 매우 다르다. 마음은 신비롭고 영구적인 어떤 실체가 아니다. 눈이나 뇌 같은 신체기관도 아니다. 마음은 고통, 쾌락, 분노, 사랑 같은 주관적 경험의 흐름이다. 이런 마음의 경험들은 서로 연결된 감각, 가정, 생각들로 구성되고, 잠시 깜빡였다가 사라져 간다.(우리는 경험을 감각, 감정, 생각 같은 독자적인 범주로 분류하려 하지만, 사실 이것들은 한데 섞여 있다.) 이렇게 마구 뒤섞인 경험들이 모여 의식의 흐름을 구성한다.”


이 글은 유발 하라리의 책에서 복사한 것이네. 나 역시 부질없는 생각과 지식으로 장황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네, 그래도 나의 짧은 생각으로 쓴 글이 친구의 마음에 혹시라도 자리 잡고 있을지 모를 에고를 알아차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네. 건강하고 자유로운 몸과 마음을 위해 순수한 있음에 머물길 간절하게 바라네. 친구의 마음과 몸이 순수하게 현존할 때, 친구의 경험과 지혜의 덕으로 우리가 기쁨에 머물 수 있기에 바라는 것이라네.


칠환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