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안소영 저/ 창비/ 2015.03.>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와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서시 全文



오늘날 우리 살고 있는 이 땅은 온갖 불안에 휩싸여 있다. 북의 계속되는 핵실험, 미사일 발사와 이에 대응한 미국 대통령의 강경 발언, 주변 강대국들의 반응이 전쟁의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취업의 문은 높기만 하여 좌절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사드와 관련하여 중국과 갈등을 겪으며 경제도 내리막을 걷고 있다. 불안의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떤 사고와 자세로 살아갈 것인가?


「시인 동주」는 소설가 안소영 씨의 작품이다. 안소영 씨는 「책만 읽는 바보」, 「갑신년의 세 친구」, 「다산의 아버님께」 등 역사적 인물의 삶을 재조명하는 작품을 주로 쓴 중견 작가이다. 작가는 매우 많은 문헌 연구를 바탕으로 윤동주 시인이 연희전문에 입학(1938년)하여 돌아가시는 해(1945.02.16.)까지의 윤동주의 삶과 당대의 시대 현실, 그 속에서 갈등하는 청년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소설을 읽어나가다 상황 설정과 그에 맞는 대화 내용을 재현한 장면들을 보면서 작가의 상상력, 역량이 매우 뛰어남을 느낄 수 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바라며 살았던 순수한 시인 윤동주.
순결한 삶을 살았던 청년 윤동주는 무엇이 그리도 부끄러웠던 것일까?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는 윤동주(1917~1945) 시인. 그가 시를 썼던 시대는 한국 문학사에서 ‘암흑기’라고 부르던 시대였다. 인간의 역사 중 사람의 생명이 가장 값싸게 거래되었던 시대였고, 친한 벗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는 것도 감시를 받았으며, 우리말로써 현실을 노래할 수 없었던 시대였다.


윤동주 시인과 어릴 적부터 가까웠던 친구인 문익환 씨의 회고에 따르면 “나는 그를 회상하는 것만으로 언제나 넋이 맑아지는 것을 경험”했고, “그는 아주 고요하게 내면적인 사람이었다.”고 한다. 윤동주는 누구보다 시대적 현실을 포함한 세계를 부끄럽고 고통스럽게 감지했다. 식민지 상황으로 인해 청년들은 학도병으로 끌려가고, 여성들은 ‘여자 정신대 근무령’을 공포하여 일본과 남양 등으로 징용을 보냈다. 절망만이 가득한 시기에 자신은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가고 있으며,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쉽게 쓰여 부끄럽다고 한다. 이처럼 끊임없이 시대현실과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했던 윤동주.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고, 주변의 자연과 사물들도 그곳까지 데려가, 일렁이는 감성들을 충분히 무르익게 하고, 때로는 예리한 지성의 바늘로 톡 건드리기도 하면서, 마침내 정제되고 아름다운 우리말의 체에 걸러, 노트 위에 한 편의 시로 옮겨 적었던’(p.156) 동주의 시는 절망의 어두운 그늘 속까지, 슬픔의 웅덩이 깊은 곳까지 닿아 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시라고 작가는 표현한다.


절망의 시대에 순수한 시로써 저항했던 윤동주. 시대의 현실에 아파하고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사랑하고자 했던 시인은 ‘괴로웠던 사나이, /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 처럼 /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 모가지를 드리우고 /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  조용히 흘리겠습니다.’(‘십자가’ 부분)라고 삶을 결단한다.


억압받는 민족의 한 사람으로 가까운 벗들과 울분을 나누고, 혼자라도 민족의 말과 글을 잊지 않으려 하며 시를 써 왔던 순결한 시인 윤동주는 몽규 등과 더불어 유원지에서 시대현실을 탄식하다가 특별고등경찰들에게 끌려갔고,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징역 2년 형을 선고 받아 수감된다. 그러던 중 조선인 사상범들만 다시금 후꾸오까 감옥으로 이감되었고, 그곳에서 큐슈제5대학 의학부에 의해 ‘생체실험’을 당하다 해방 6달 전에 사망하게 된다.


윤동주의 시는 연희전문 후배였던 정병욱 교수의 모친이 일경의 눈을 피해 마루밑 항아리에 보관하여 두었다가 그의 사후에 동생 윤일주 씨에게 전해졌고, 여러 친구들의 도움으로 1948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의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불안과 좌절의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오늘날의 현실에 많은 이들이 고통 받고 힘겨워하고 있다. 이 시대에 윤동주 시인이 살아 있다면 어떤 시를 썼을까? 아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고, 오래도록 사람들을 어루만져 주고자 하지 않았을까? 이 책은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 다시금 돌이켜보게 한다.



이상동 성신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