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택




옆구리에서 아까부터
무언가가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내려다보니 작은 할머니였다.
만원 전동차에서 내리려고
혼자 헛되이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승객들은 빈틈없이 할머니를 에워싸고
높고 튼튼한 벽이 되어 있었다.
할머니가 아무리 중얼거리며 떠밀어도
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있는 힘을 다하였으나
태아의 발가락처럼 꿈틀거릴 뿐이었다.
전동차가 멈추고 문이 열리고 닫혔지만
벽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할머니가 필사적으로 꿈틀거리는 동안
꿈틀거릴수록 점점 작아지는 동안
승객들은 빈틈을 더 세게 조이며
더욱 견고한 벽이 되고 있었다.

 

김기택 : 경기도 안양 출생,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태아의 잠>(1991), <바늘 구멍 속의 폭풍>(1994), <사무원>(1999) 등이 있고, 1995년에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음.


바깥에서 보면 벽이고 안에서 보면 울타리다 서민들은 밖에서 떨고 왕족은 안에서 갖은 호사를 누리고 있다.
물리적인 벽은 타고 넘거나 허물면 되는데 사람이 벽으로 버티면 무섭다.


제도나 법이 서민들에게는 벽으로 금수저족들에게는 보호막이 되는 사회를 후손들은 제발 고쳐놓기를 기대해본다.


장상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