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기본급 반납 철회 후 ‘정리해고’


“인력구조조정을 받아들이라는 회사 제정신인가?”


현대중공업은 24일 고용보장을 전제로 고통분담(기본급 20% 반납)을 철회한다고 했지만 9월부터 유휴인력이라는 명목으로 인적 구조조정을 계속하겠다고 선언을 했다. 이에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28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최길선 회장, 문 대통령 만나 ‘인력양성’ 주장


앞서 7월 28일 현대중공업 최길선 회장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조선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을 타개해야 한다.”며 “조선업의 불황 극복을 위해 인력 양성, 해양 기자재 개발 등에 나설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 앞에서 회장이 이런 말을 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사측이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을 상대로 인력 구조조정을 계속하겠다는 선언을 하면서 지부 조합원들은 “최 회장이 대통령 앞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며 항의했다.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17년 상반기 순이익 4조 5,654억 원 달성, 6분기 연속 흑자, 부채비율 94퍼센트로 초우량기업 진입 기준을 달성했다. 이런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기까지는 5만여 현대중공업 구성원들의 노력과 고통이 있었다는 지적.


현대중공업에서는 이미 2만 5000여명의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의 칼날에 거리로 내몰려 울산을 떠났다. 지금과 같은 시기 고용안정 선언으로 지금까지 쌓인 불신의 벽을 허물어야 할 상황에 사측의 3차 제시안은 오히려 고용불안을 더욱 부채질하겠다는 속셈이라는 얘기다.


현중지부 관계자는 “회사가 휴업, 휴직을 진행하기 전에 ‘조선업종특별지원 절차’를 위한 노사협상을 통한 방법을 찾으면 되는데도 이를 거부하는 작태”라며 “이는 휴업, 휴직의 목적이 구조조정 명분확보와 대법원에 계류 중인 통상임금 소송까지 염두에 둔 치밀한 전략이라는 걸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5만 구성원들의 기대가 큰 만큼 사측은 그 마음을 잘 헤아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성실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주요 요구조건은 *인력구조조정 방침 철회, *고용안정 선언, *대리인 없는 권오갑 대표이사의 직접 단체교섭, *현대중공업 정상화 위한 정몽준 대주주의 사재 출연, *시의회 농성 100일째, 사측과 울산시의 문제해결 촉구 등이다.


#현대중공업의 현재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16년 5월10일 단체교섭을 시작으로 8월 29일 기준 본 교섭 98차례, 실무 교섭 100여 차례 이상을 맞이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 쪽의 불성실한 교섭태도를 바꾸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속노조 백형록 현대중공업지부장은 지난 5월 18일부터 26일간 단식한 바 있다. 또 김진석 수석부지부장의 울산시의회 옥상 농성은 5월 25일부터 시작, 폭염과 장마를 넘겨 지난 1일 100일 째를 맞았다.


그러는 동안 조선산업의 불황 속에서도 현대중공업그룹은 2017년 상반기 순이익 4조 5654억 원을 기록하며 경영실적이 호전됐다. 6분기 연속 흑자 기록이기도 하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은 조합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27일 경찰과 용역깡패를 동원해 기어코 2017년 4월 1일 부로 4개회사(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현대로보틱스)로 분할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은 자사주 13.4퍼센트와 현대오일뱅크 지분(91.13퍼센트) 모두를 로보틱스로 넘겼다.


이 때문에 증권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회사 분할을 새로운 지주회사(로보틱스)를 통한 지배구조 강화와 3세 경영승계를 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대중공업이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기 위해 로보틱스의 유상증자(1조 7000억원), 오일뱅크 중간배당(4600억원 예상), 미포조선(증손회사) 지분매각(7.98%)을 진행한 바 있다.


또 정몽준 대주주는 8월 23일 현대중공업 주식 17만9267주(0.31퍼센트)를 시간외매매로 모두 처분했다. 1주당 평균 처분단가는 14만1075원이며 총 매각금액은 약 253억 원. 앞서 정몽준 대주주는 현대로보틱스의 신주를 배정받으며 지분율을 25.8퍼센트로 끌어올려, 현중그룹 경영권 강화와 3세 경영 세습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 세간의 평이다.


현대중공업지부 측은 “회사의 목표는 경쟁력 강화와 경영합리화에 있다”고 설명하는 현대중공업 경영진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보고 있다. 오히려 현대중공업그룹 분할로 인해 노동자는 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자사주와 2009년 임금을 동결당하며 구입한 현대오일뱅크를 정몽준 일가의 손아귀에 빼앗겼다고 말한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 자사주와 오일뱅크는 일시적 일감부족 상태에 있는 노동자들의 고용과 기술개발, 역량교육에 투자해야할 중요한 자금줄이라는 것이다. 오일뱅크는 올해 1분기 현대중공업 영업이익의 6187억 원 중 3500억 원(58%)을 차지하고 있는데, 때문에 현대중공업과 노동자들의 번영을 위해 있어야 할 현대오일뱅크를 합법을 빙자해 강탈, 로보틱스에 빼앗겼다고 보는 것이 현중지부의 시각이다.


#회사의 단체협약 위반 사항


현중지부는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너무 많아서 다 열거하기도 부끄럽다며 회사의 단체협약 위반 사항을 지적했다. 먼저 ‘쟁의기간에 징계하지 않는다.’고 노사가 체결한 단협이 있지만 2016년 단체교섭 쟁의기간 중에 끊임없이 현안문제를 만들고 10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을 징계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 김종철 전 위원장은 회사로부터 징계해고를 당했으나 7월 울산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결을 받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 제129조(쟁의중의 신분보장)에 따르면 회사는 쟁의에 대하여 간섭, 방해 및 불이익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며, 쟁의기간 중에는 어떠한 사유에 의한 징계, 부서이동 등 인사 조치를 취할 수 없다. 단, 쟁의기간이라 함은 조합 결의기관이 발생결의를 한 날부터 쟁의행위종결일까지를 말한다.


회사분할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징계한 사례도 있다. 30년 이상 지원업무(크레인운전, 신호수, 전기, 기계수리)를 한 노동자에게 회사분사에 전적동의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장, 용접교유과정에서 자격증을 따지 못했다는 핑계로 징계를 남발한 것이다. 이에 지난달 21일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현대중공업이 내린 징계는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또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은 같은 업종일 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그룹 내의 회사다. 기본적으로 인사, 경영, 노무 등을 함께 소통하고 경영진 또한 인사이동(전적)을 통해 교차근무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중지부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 3사는 임금과 복지가 대동소이하지만 2016년 단체교섭에서 현대중공업 자본은 미포조선과 삼호중공업에서 제시하지도 않았던 상여금 월할 지급과 임금 20퍼센트 반납을 요구하는 개악 안을 내놨다.”며 “이처럼 1년 넘도록 여러 가지 현안문제를 만들며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탄압에만 골몰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중지부는 현대중공업 사측이 2016년 임단협 시작 전에 수십 년간 고정적으로 지급해온 고정연장수당을 일방적으로 폐지하고 잔업, 특근을 입맛대로 조정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이미 1인당 30~100만원 감소해 임금삭감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이 8시간 정취근무를 했을 때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받는 돈은 대우조선보다 20만원, 삼성중공업에 60~70만원 적은 편이다. 앞서 현대중공업 사측은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자회사에서는 요구하지도 않은 임금 20퍼센트 삭감요구를 지금까지 주장하고 있다 비난이 빗발치자 지난달 24일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지부 관계자는 “사측이 아직도 주장하고 있는 회사의 상여금 분할지급 요구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공약실현에 대비한 것”이라며 “임금인상 대신 상여금을 월로 나눠 매달 임금에 보태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하려는 꼼수”라고 질타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앞선 호황기와 무쟁의 20년 동안의 임금인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2014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최저임금에 미달된 조합원들이 300여명 생겼다. 올해도 회사가 연초에 수당으로 이를 보전해 해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보니 앞서 입사한 노동자들보다 새내기입사자의 임금이 더 많아지는 왜곡된 임금구조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


또 지난 4월 1일 회사분할 이후 존속회사(현대중공업)를 제외한 나머지 분할 3개사는 조합비공제, 단협에 의한 자료제공, 조합원 산업안전교육과 일반교육 등 가장 기초적인 업무협조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부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사측이 일감 부족을 빌미로 조합과 구성원을 압박하면서도 숨기는 것이 많다.”며 “사측은 정작 노동조합에 ‘선박건조일정’(선표)이나 확보된 수주물량, 출근자 식수인원 등 기본적인 자료제공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울산시장과 언론에게


“울산시장과 대한민국 정부는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5장 제49조(국가등의 책무)’ 에 명시된 국가의 책무를 다하여 현대중공업의 분쟁이 하루속히 행정기관이 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활용해서 중재의 노력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김진석 수석부지부장이 울산시의회 옥상농성을 한지 100일째에 즈음해 울산시장과 대한민국 정부에 호소했다. 특히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비난받아야 한다면 오로지 땀 흘려 일한 죄밖에 없을 것”이라며 언론사에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언론사는 누구보다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으로 지역상권의 쇠락과 인구감소, 행정기관의 세수감소 등 노사관계가 정상화되지 않으면서 벌어지는 불합리한 사항을 잘 알고, 일방적 희생강요로 인한 노동자의 고통을 잘 파악할 것이다. 현대중공업 구성원들이 하루빨리 일한만큼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언론사의 각별한 관심과 공정보도를 바란다.”


한편 8월 24일 현대중공업 사측의 제시안에 대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앞서 낸 제시안과 똑같고 20퍼센트 반납을 철회한다면서 오히려 인력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현대중공업 노동자의 총임금 대비 기본급 비중은 30% 정도로 3분의 1밖에 되지 않으므로 성과급과 일시금, 잔업, 특근 등 변동급에 ‘변동’이 오면 사라질 임금 비중이 3분의 1에 이른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채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