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산4동, 국내 최초 민간 선출직 동장
한국에서 가장 앞서가는 ‘마을자치’란?


여기 관변단체와 행정력이 아닌 슈퍼히어로 주민들의 힘으로 운영되는 마을정부가 있다. 공무원들이 공문 기안 안 내려오면 일을 할 수 없는 생각 없는 조직에서, 주민들과 공무원의 협업으로 구청이 놀라는 조직으로 한 걸음씩 변화하는 동네가 있다. 서울특별시 금천구 독산4동의 이야기다. 주민들이 놀면서 마을을 바꾸는 것이 도시재생이다, 좋은 마을은 마을에 일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단언하는 독산4동 사람들을 만나본다.


독산4동 (4) 독산4동 (3)

독산4동 주민센터의 상징인 현수막과 마을 재활용 화분. 이 역시 구청장이나 동장이 시켜서 한 것이 아니다.

 주민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디자인했다. ⓒ이채훈 기자


독산4동 주민센터에 내걸린 현수막을 보면 이 지역 주민들의 관심사를 대번에 알 수 있다.


첫째는 공유주차다. 주차문제는 사실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집집마다 별도 차고지 없어 불법 주.정차하는 문제는 전국적으로 기승인데 독산4동 역시 마찬가지.


이에 독산4동은 독점하는 공간을 함께 나눠 주차문제를 해결하는 실험에 도입했다. 이미 주차장 확보율은 130퍼센트가 넘지만 거주자 우선 주차로 문제가 있는 골목주차부터 해결해보자는 것이다. 거주자 독점이 아닌 나눠 쓰는 공유주차사업도 주민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독산4동은 시험적으로 14면을 공유주차 공간으로 확보했는데 100일 간의 실험은 성공이었다는 자평이다. 이에 주민센터부터 시작해 월 2만원 주차료를 받아 일자리도 만들고 공유주차 공간도 계속 넓혀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향후 민간.공공시설을 활용해 100면까지 공유주차공간을 늘리는 게 목표이며 500개면을 확보하면 주차문제 해결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독산4동의 입장이다. 서울에서 주차장 1면을 새로 확보하는데 1억 원의 비용을 드는 것을 감안하면 시 예산 500억 원이 드는 것을 아끼는 셈이다. 이렇게 내가 사용하지 않는 시간대에 주차공간을 함께 나눠 사용하는 실험이 독산4동주민센터 지하주차장 공유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공동육아, 보물섬학교 캠프로 확대


독산4동 동장은 ‘남해보물섬학교’ 현수막 그림은 주민이 그린 것이라고 했다. 좀 더 애정이 가고 특별한 현수막이란다.
보물섬학교는 무엇일까? 이는 아이들 교육에 관한 고민에서 비롯됐다. 아이들을 마을에서 어떻게 키워야 할까 하는 고민을 주민들이 나누면서 공동육아 뿐만 아니라 여름캠프를 개설, 서울만이 아니라 경남 남해 상주에서 방갈로에서 여름체험을 하는 단계에 이른다. 이 캠프 역시 외부에 위탁하지 않고 기획 단계부터 주민들이 프로그램을 논의했다. 어떤 경험을 하게 하면 좋을까 하고 머리를 맞대고 엄마랑 아이랑 함께하는 보물섬학교를 만든 것이다. 이는 마을교육위원회 설립 논의로도 이어졌고 청와대에서 발제한 내용이 정부 공식정책으로 채택(구상 중)되기도 했다.


“청와대에서 이야기하니 청와대에서 그렇게 하겠답니다. 내년 어린이날까지 서울 20개, 전국적으로 100개의 마을교육위가 생긴다고 하네요.”


독산4동장은 엄마들의 모임을 사회 곳곳에서 주민센터가 잘 파악해 키워낸다면 좋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주민들에게 가슴 설레는 말


세 번째는 마을우산 정거장이다. 사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남에겐 필요한 물건을 공유하자는 아이디어는 여러 곳에 제기됐다. 독산4동은 이에 앞서 장마철 우산 공유하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을 냈다. 따라서 마을 곳곳에 우산정거장을 마련키로 한 것.


이는 골목마다 있는 의류수거함을 없애는 대신 공동으로 사용하는 커뮤니티 박스를 만들고, 이를 관리하는 가게를 모집해 우산 같은 물품을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박스를 주면 가게는 받기만 하면 되고 박스를 통해 고객과의 소통도 가능해진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독산4동에서는 마을우산 정거장 사업 외에 쌀 등을 나누는 공유상점도 시작했다. 이는 서울시 정책보다 더 진보적인 아이템이라고 자평했다.


“그런 정책이 없으니까 안 된다고 할 게 아니라 어유, 아이디어가 좋네요! 도와드릴게요, 라고 해야지 잘 된다. 주민들에게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말을 해 달라.”


독산4동장이 말하는 마을자치를 위한 행정 철학이다.


이렇게 그는 서울시에서도 실패한 재활용정거장 사업을 커뮤니티 박스, 주민모임(도시광부) 등을 병행해 극복했다. 마을 곳곳 재활용정거장(분리수거함)을 관리하는 ‘도시광부’ 주민에게는 매달 40만원을 지급한다. 이로써 62개의 마을일자리를 확보했다. 덕분에 서울에서 제일 먼저 쓰레기 문전수거를 중단하고 재활용정거장에서 분리수거를 하는 마을로 전환됐다. 쓰레기 수거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는 울산에서는 깜짝 놀랄 일이다.


#동장과 마을청년이 단톡방에서 토론을


독산4동은 마을청년을 위한 단톡방도 개설했다. 이곳에서 동장은 청년들과 마을자치를 위한 아이디어와 정보를 나눈다.
“동사무소 직원들이 청사에만 있지 않고 정말 골목길에서 놀고, 필요하면 주민센터에서 청년들과 마을문제를 고민하는 독산동연구소를 만들었습니다.”


단톡방에서 출발한 청년모임인 독산동연구소는 이제 시로부터 예산 1000만원을 지원 받은 정식모임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처럼 작고 사소한 아이템일지라도 자발적인 주민모임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사업을 확대하면서, 일을 하지 않는 관변단체들이 힘을 잃게 되고 활발하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조직만 자생하게 된다는 것이 독산4동장의 고집이다.


마을을 재밌어지게 만드는 청년들의 아이디어는 현실로 이뤄졌다.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미술 테라피, 길거리에 버려진 피아노를 수거해 공유 피아노로 쓰는 음악교실이 동주민센터에 개설됐다. 공유 피아노에서 비롯된 공유음악회는 음악하는 청년들이 직접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나 어르신들을 찾아가 공연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마을의 작은 문화로 형성됐다.


어둡고 보행사고 위험이 있는 마을버스 정거장에 안전지대 만드는 것도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낸 아이디어인데 현재 300만원 모금을 목표로 스토리펀딩을 준비하고 있다.


#아이와 엄마와 청년의 ‘놀이학교’


마을자치 아이디어 공유와 숙의는 비단 청년들만의 것이 아니다.


청년들은 청년들대로 독산동연구소를 통해 모인 20명이 다시 20개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이곳으로 또 주민들이 모여 뿌리를 내릴 것이라는 믿음이 독산4동에 생겼다. 동장은 또 30, 40대 엄마들의 관심사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지능력이 생기는 5.6세 아이를 둔 엄마가 선생님이 되자는 취지다. 교육부, 교육청이 있지만 정작 중요한 교육은 동네교육이라는 생각에서 모인 학부모들이 놀이학교를 만들었다. 놀이학교에서 아이들이 엄마들과 놀면 청년들은 이를 뒷바라지해주었다. 이미 포트폴리오가 있는 상황에서 대안학교인 남해 보물섬학교와의 교류 및 캠프 개최도 가능했던 것이다.
청년 마을비우기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청년이 마을의 문제를 비운다는 뜻이다. 독산4동장은 마을과 함께 늙어가는 주민들과는 답이 없다고 단언한다.


“관변단체가 12곳인데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봅니다. 군번대로 앉아 술 따르면 다죠. 차라리 청년들을 모으겠다고 했습니다. 청년의 48시간을 사겠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서울시의 청년정책으로 진화했습니다. 시에서 500억 원을 집행해 청년의 시간을 사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알바비보다 많이 주고, 그만큼의 변화로 되돌아옵니다.”


독산4동 민주주의의 원칙은 단호하다. 관변단체에 주는 돈은 없다. 대신 활동을 하셔라. 그  때문에 많은 관변단체 중 실제 활동을 하는 주민자치위만 마을자치에 합류하고 있다. 주민들이 좋아서 하고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드는데 이권싸움이 있을 리 없다. 돈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갈 때만 칼부림이 일어날 뿐이라는 게 동장의 확고한 생각이다.


“내년이면 제가 2년 계약이 끝나 어떻게 될까 주민들이 걱정하지만 만약 주민들이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오면 주민들이 구청으로 찾아가지 않을까 합니다. 이처럼 독산4동에 변화가 더 필요하다는 데에 주민들이 동의하고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동장이 이렇게 부지런하다보니 벌써 팀원 세 명에 팀장 두 명이 떠난 건 흠이라면 흠.


#‘아이 메이크 독산4동’


독산4동은 주민들이 만든다. 독산4동의 민주주의는 주민들이 생각하는 걸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논의해서 결정하는 것이다. ‘주민들이 만들어가는, 문제를 해결해가는 독산4동’이라는 원칙에 공무원들도 주민들도 동의한다는 것이 독산4동 주은경 마을자치팀장의 설명.


이 같은 흐름은 종교계까지로 확산됐다. 독산동성당 주차장에 보름간 차를 비우고 동네 수영장을 만들어 마을주민과 함께 운영한 것이다. 이는 아이들이 그린 2014년 독산4동 상상지도에서 비롯된 사업이다.


독산4동 아이들이 그린 지도를 보고 출장을 나갔는데 알고 보니 수영장 위치가 성당 자리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한 동장의 설득에 신부님도 흔쾌히 동의했다. 다시 동장은 아이들이 그린 지도를 들고 구청으로 시청으로 찾아가 열흘 만에 300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낸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한다. 멀리 갈 필요 없다. 집에서 수영복 입고 나와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놀다가 다시 집으로 뚜벅뚜벅 돌아가면 되는 것이다. 지난해 인기에 힘입어 올해는 3주 동안 운영했다는 전언. 성당 주차장은 수영장 사업이 끝나면 마을주민들이 만드는 한 여름 밤의 팝콘영화관으로 변모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주로 틀어준다. 이렇게 주차장을 없애도, 차가 없어도 충분히 재미있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보여주면서 공유주차 사업, 차 없는 거리 사업도 골목골목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최근 독산4동에서 역점을 두는 것은 ‘토닥토닥 365’ 같은 복지서비스 사업. 이는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는 대한민국의 추세와도 맞닿아 있다. 독산4동에서는 65세 이상 노인들을 모두 찾아뵙고 얘기 듣고 해결하는 전수조사 단계를 넘어 행정만이 주도했을 때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주민이 주민을 돌보는 복지체계로 바꾸는데 나서고 있다. 그러니까 주민들은 주민들이 제일 잘 안다는 것이다. 이처럼 서로 관심 갖고 챙겨주는 예전 따뜻한 마을 모습으로 바꾸고, 실제로 바뀌어간다는 뜻인데, 쉽게 말하면 서울시의 ‘찾동’(찾아가는 동 복지센터) 사업의 독산4동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을일자리로 이어지는 마을자치


‘어르신들은 소일거리가 있어야 한다.’


경제적 문제를 떠나 40대 이상 친구가 평생 가는데 관계망이 많고 친구가 많아야 외롭지 않다는 게 독산4동장의 생각이다. 이처럼 독산4동 마을자치 정책에는 관계의 회복을 강조하는 것들이 많다.


일례로 친구랑 같이 오면 밥을 공짜로 드린다는 ‘나눔 가게’가 대표적이다. 더불어 독산4동에서는 주민들이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안정이 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을일자리로 이어지는 마을자치 정책을 구현하고 있다.


동장은 복지서비스를 위해 마을 주민 전수조사를 다니면서 어머니가 받은 연금을 빼앗는 자녀들을 종종 보아왔다. 이를 감싸주는 모정에 눈시울 적시기도 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그들을 직접 찾아가 당신들 그렇게 하지 말라고 설득하고 다닌 것이다.


그렇게 ‘땡큐하우스’, ‘한마음회’라는 마을 조직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마을 일을 하는 50대 남자들의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방안이 지저분하면 아무 일도 못하듯이 마을이 지저분하면 아무것도 못한다며 청소부터 하자고 타일렀다. 그렇게 마을 일이 시작되고 주민들도, 마을도 건강해졌다.


“재활용정거장 사업을 정착시키기 위해 골목전투를 시작했습니다. 이게 안 되면 민선 동장인 제 운명도 끝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독산4동장은 마을별로 분리수거 지점을 정해 쓰레기를 수거하는 재활용정거장 사업이 서울에서 지지부진한 이유를 문전수거 때문이라고 봤다. 문 앞에서 수거하니 자연히 쓰레기 버리는 걸 쉽게 생각해 재활용품이 섞이고 그 때문에 골목이 지저분해진다는 것.


그래서 재활용정거장을 도맡을 사람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정해진 시간에만 재활용품을 받는 재활용정거장의 특성상 주민들이 관리자로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렇게 마을일자리도 생기고 ‘도시광부’(재활용정거장 관리자)들도 본인 담당구역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자 오후 세시부터 아홉시까지인 운영시간 외에도 정거장을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


원래 재활용정거장은 서울 마포구가 먼저 시작했다가 접은 사업이었다. 문전수거 중단에 대한 용기를 내지 못한 것이다. 문전수거 중단도 먼저 선언했으나 주민 반발에 못이겨 하루 만에 포기한 바 있다. 그럼에도 독산4동장은 문전수거 전격 중단을 결의했다. 구청장이 민원을 막아주었고 동장은 대신 매일 골목골목마다 찾아가 쓰레기 분리수거에 직접 나섰다. 그렇게 재활용정거장은 성공적으로 정착됐고 쓰레기업체로 가는 돈(위탁비용)은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 주민(마을광부)들에게로 돌아갔다. 금천구에서는 독산4동에서 문전수거 중단을 하지 않겠다고 할 때까지 매년 2억5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주민들이 쓰레기 수거에 직접 참여하니까 청소업체가 할 때보다 골목골목이 더욱 깨끗해졌다고 마을 사람들이 먼저 놀란다. 결국 독산4동의 재활용 정책을 뒷받침해준 구 청소과장은 독산3동장으로 발령 났다. 독산4동과 함께 재활용정거장 정책 ‘굳히기’에 들어가라는 미션이다.


“여러분이 독산4동의 자부심입니다.”


금천구와 독산4동은 도시광부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구 청소행정과장과 동 주민자치위원장은 도시광부에게 겨울철 목도리를 직접 선물했고 지지와 격려가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다. 마을자치 정책에서 주민체감도가 가장 높은 사업이 재활용쓰레기 문제 해결이었기 때문에 도시광부 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때문에 도시광부는 어르신만 할 게 아니라 남녀노소 상관없이 주민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마을일자리가 됐다. 도시광부들은 공무원연수원에서 연수도 받는다. 지지와 격려를 표현하기 위해 도시광부를 위한 음악회도 개최했다. 이때의 감동을 잊지 못해 재활용정거장에 양심거울을 직접 다는 주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독산4동에는 현재 도시광부들이 60명 있다. 이들이 서로가 보이는 위치에서 오후 세시부터 아홉시까지 마을 골목골목, 동 전체를 커버하면서 범죄율도 감소했다. 사업 초에는 도시광부들 중 여성이 많았으나 현재는 남성도 증가하는 추세다. 주민들이 서로 도시광부를 하려고 하면서, 자활 차원에서 복지대상자 중에 대기자를 우선 배치하기도 했다.


#도시광부들이 만든 재활용 화분 꽃밭


“사설 개인주차장에서 공공적 행사를 하면서 주민들이 마을에 기여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비 오는 날 정거장에 재활용품 젖지 말라고 우산 씌우는 도시광부들이 곳곳에 재활용품으로 만든 화분을 놓았습니다. 전봇대에는 화분 그림을 그려 불법 부착물이 붙지 않게 했습니다. 골목마다 한 평 정원이 생기면서 주민들이 그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게 됐습니다. 조그만 정원 만드는 공동체가 지원금을 따다가 열두 개 꽃밭을 만드는 기적이 일어났죠.”


이렇게 벌레와 쓰레기가 들끓던 의류수거함이 철거되고 벤치와 화분이 있는 쉼터로 변하면서 독산4동 주민들은 ‘꽃을 심으면 사람들이 말을 걸기 시작한다.’는 말을 체감했다.


“동네청년들이 마을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을 청년들도 합류했다. 놀이, 강습은 물론 마을 꾸미기까지 여러 활동에 나서는 마을청년들은 야외활동 중에 ‘[마을 일]을 하고 있다’고 알리는 포스터를 탈, 부착하는데 이 포스터가 마을 활동을 알리고 관심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 어떤 일을 하는지는 [괄호] 안에 직접 청년이 매직으로 직접 쓰도록 해 자발성과 책임감을 높였다.


전봇대에 색을 칠하고 직접 만든 기호를 다는 공유주차와도 관련이 있다. 사실 공유주차는 미국 뉴욕의 대표적인 사업이기도 하다. 다만 뉴욕은 주차요령과 안내판을 아날로그 식으로 운영한다. 이 안내판을 달아놓으니 주민들이 직접 메모하는 일은 소통의 영역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독산4동에서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안내판을 병행하기로 했다. 공유주차 이용료는 월 2만원인데 공유주차를 이용하면서, 소통에 합의된 사람들의 공동체가 모여 예산을 확보하고 그 공동체가 더 커지는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


#마을, 자치에 큰 힘이 된다


“동장은 학습만 시킬 뿐입니다. 동장실 벽을 허물고 미니 공론장이 됐고 마을총회도 이곳에서 이뤄집니다. ‘골목길 의류함, 이대로 괜찮을까요?’가 마을총회 주제였는데 예술품 형식의 코디 박스로 전환되고 의류수거함 없애는 최초의 마을로 기록됐습니다.”


지저분한 의류수거함이 깨끗해지자 버려진 것들을 다시 가져오기 시작하는 등 자원순환의 효과가 일어났다.


보행안전을 도모하는 야간 레이저 문구도 독산4동에서는 주민들의 숙의를 거쳐 격려와 지지의 문구(“오늘 하루 수고했어요!” 등)로 바뀌었다. ‘바바리맨’이 출몰하던 자리에는 경고의 문구를 새겨 실제 7년 동안 못 잡은 바바리맨이 잡히기도 했다. “낮에는 꽃이 피고 밤에는 빛이 켜지는 안전하고 아름다운 골목”이 됐다는 게 독산4동장의 자평이다.


#슈퍼 히어로는 바로 주민이다


최근 독산4동의 역점과제는 ‘골목 히어로들이 마을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주민자치위원회를 해체하고 마을 일에 적극 나서는 슈퍼히어로들 50명으로 재결성해 진정한 마을자치위로 전격 개편한다는 것이 골자다. 조만간 서울시의 지원과 금천구의 예산으로 구내 10개 동 전체의 주민자치위 전격 개편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동별 마을자치팀장의 주 업무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동별 주민자치지원단에 7급 공무원 한 명, 그리고 주민들이 선출한 간사가 임용되는 주민 자치의 실험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서도 이처럼 동 주민센터에 막강한 마을자치 권한을 주는 ‘임팩트 동’ 선정 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과 주민자치위의 ‘노새 전략’


독산4동에서는 앞으로 차 없는 골목에서 골목길 운동회, 마을 축제를 여는 것이 목표다. 그동안의 마을자치 행보는 책 <내 직업은 주민입니다>로 발간됐다. 독산4동은 온 동네가 아이를 키운다는 정신을 아기가 태어날 때부터 강조한다.


독산4동에서 아기가 태어나는 집앞에 ‘우리 동네에 아기가 태어났어요!’ 현수막에 금줄까지 주민들이 직접 새끼를 꼬아 쳐준다. 지나가는 주민들도 축하 메시지를 자필로 남길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은 축하공연에 미역선물까지 해준다. 바로 출산한 모든 가정에 ‘마더박스’를 드린다는 정책이다. 처음에는 동사무소 직원의 출산을 축하하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왜 주민들에게는 안 하냐는 지적을 받으면서 시작했다. 마더박스에는 4만원 상당의 아기에게 필요한 것들이 담기는데 이는 서울시의 정책으로 채택되면서 매년 약 100명이 출생하는 독산4동만이 아닌 시 전체의 정책으로 확대되고 있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도 현재 강남구만 빼고 다 하고 있습니다. 복지플래너 4명과 방문간호사 2명을 뽑아 무조건 가정방문해 65세 이상 전수조사하고 있습니다. 건강검진부터 복지조사까지요.”


이렇게 정규직 24명에 기간제 포함 공무원이 30명으로 확대되면서 서울시 동 주민센터의 역량이 강화되고 있다. 동이 주도하고 구는 거들뿐이라고 한다. 공무원들이 동으로 가는 걸 무서워하면서 인사 우대정책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예산이 복지를 따라갈 수는 없다. 주민이 주민을 챙길 수 있도록 하는 사업도 늘어나고 있다. 통통나래단은 주민들이 직접 찾아가는 복지활동 네트워크인데 복지서비스가 긴급한 가정에 구호물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도 소정의 활동비를 지원하고 있다. 동복지협의체는 이웃이 이웃을 도울 수 있도록 복지자원 지도를 만들고 나눔 가게와 나눔 이웃을 통해 마을복지 네트워크가 형성되도록 돕고 있다.


임기 2년이 얼마 남지 않은 국내 최초의 선출 민간인 동장 황석연 독산4동장의 소회는 어떨까. 그는 독산4동에서 쉰을 넘겼다.


“집밖으로 나오지 않는 분들이 나와 일할 수 있도록 한마음회를 조직하고 땡큐하우스를 설립해 마을 일을 도맡아하는 용역 사업으로 복지 일자리로 만들었습니다. ‘이웃주간’이라고 해서 주민들의 복지 페스티벌도 개최했고요. ‘함께 밥 먹을까요?’라는 취지로 전입자 밥상도 꾸렸습니다. 매주 마을포럼을 열어 학습 공동체도 지원합니다. 이러는 동안 주민들과 공무원 사이에 확고해진 건 ‘우리는 좋은 마을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 그 자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황석연 동장은 중요한 건 동장이 민이냐 관이냐가 아니냐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문제는 잘할 수 있는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냐는 것이고, 동장이나 공무원에 휘둘리지 않는 주민자치위원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동장과 주민자치위 간에 힘과 자구력이 있는 노새 전략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서울,대전=이채훈 기자


<도움주신 분>
대전광역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 권인호 청년활동지원팀장


*다음주(252호)부터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울산의 돌파구를 도시재생, 마을자치 등 다른 지자체 사례연구를 통해 찾아보는 하반기 연중기획 <도시의 매력, 울산의 숙제>를 시작합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