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허리케인으로 불리는 어마가 카리브해의 섬나라들에 이어 미국 플로리다에 상륙해, 허리케인 하비의 피해규모(1800억달러, 약 200조원)를 넘어서 초대형 피해(3000억 달러 추정)를 주고 있다. 플로리다로 상륙하면서 세력이 약화되고 있지만,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1600억달러)를 넘는 수준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 같은 자연재해와 이에 대한 인간의 대응은 사회적 불평등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플로리다 지역에 비상상태와 대피령이 발동함에 따라 500만명이 피난을 떠났지만, 피해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도 떠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탬파 베이에서 호텔 접시닦이로 일하는 윌먼 에르난데스는 가족을 대피소로 데려가려고 했지만, 차도 없었고 311 비상전화는 먹통이었다. 그는 대피소와 관련된 정보를 얻으려고 수없이 전화를 걸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고, 대비할 수도 없는 처지다.


반면 부유층 거주지역인 리오 비스타의 상황은 다르다. 수백만 달러 저택의 소유자들은 개인보트나 비행기 편으로 안전지역으로 대피하거나 비상사태를 대비한 물품을 갖고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한 사업가는 부인과 두 자녀를 자가용 비행기에 태워 앨러배머의 친척집으로 보낼 예정이다. 사업 때문에 본인은 같이 가지 못하지만, 7500달러로 50갤런의 물, 67갤런의 석유, 비상용 식량과 생존필수품 등을 구입했다.


또 인테리어 디자인 사업가는 마이애미에서 뉴욕으로 가는 자가용 비행기 편을 마련했다. 요리와 청소 등 자기 집에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여분을 식량을 샀지만, 정작 본인은 남편, 딸들과 함께 뉴욕에서 허리케인 어마 소식을 편안하게 TV로 보게 될 것이다.


마이애미 해변 고급 주택가에 사는 다른 사업가는 태풍 어마가 와도 여유만만이다. 태풍에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집과 정전을 대비한 발전기, 며칠 동안 버티기에 충분한 물과 식량, 비상물품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허리케인이 도착하기 전이라, 마이애미 비치 골프 코스로 스윙연습을 하러 떠났다.


반면 리오 비스타에서 15킬로미터 떨어진 리버티 시티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리버티 시티는 전형적인 흑인 노동자 거주지역으로, 주민의 절반이 연방 빈곤선 이하의 수입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29세인 주민 루이스 리아스는 “우리는 여기 도심에서 살지만, 우리 같은 사람을 도우려는 사람은 없다. 리버티 시티에서는 아무데도 갈 데가 없어서 떠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자연재해는 자연의 재앙임과 동시에 사회적 재앙이기도 하다. 떠나는 자와 떠나지 못하는 자로, 빈부격차가 심화된 사회에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계급적 양극화에 상응하게 피해의 양극화를 가져온다. 가장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배제된 계층이 자연재해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되는 것은 자본주의에서 자연스런 귀결인가?


원영수 국제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