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어마가 휩쓸고 간 프랑스령 생마르탱, 생바르톨롱,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등 카리브해 섬나라들의 상황은 참담하다. 지난 주 목요일 시속 250킬로미터의 강풍이 강타한 생마르탱의 경우 프랑스령이 95퍼센트, 네덜란드령이 70퍼센트가 파괴됐고, 주민 100만명이 물과 전기 없이 버티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등의 정부가 병력과 구조대를 파견하고 있지만, 아직 피해상황조차 제대로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 대다수가 물과 식량, 위생문제로 고통받고 있지만, 본국 정부의 재난대책은 부실하고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비극의 와중에도 인종주의적 편견에 따른 비난이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가해지고 있다. 비행기표 가격이 폭등해 인터넷에서는 투기를 중단하라는 서명운동에 6만명이 참여했다. 허리케인을 전후로 섬을 떠나려는 사람들에 대한 인종차별은 분노를 사고 있다. 공항에서 유색인종의 접근이 차단되는 경우도 있었고, 생마르탱에서 과달루페로 가는 300인승 여객선은 대부분 백인 관광객들이 차지했고, 승선한 흑인은 3명뿐이었다.


또 물과 식량부족 사태로 인해 일부에서 발생한 약탈사태를 두고 인종주의적 편견에 기반한 악의적 비난이 이어지면서, 근본적 식민주의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프랑스의 극우세력은 생마르탱에서 벌어지는 백인사냥을 주류언론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카리브해의 약탈사태는 프랑스 본토에서 재난이 일어나면 벌어질 상화의 예고편이라면서 노골적이고 악의적인 인종주의 공격에 나섰다.


이에 대해 현지 주민들은 이른바 약탈은 “절도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고 강력하게 반박했다. 한 흑인주민이 “물도 전기도 없이 지붕도 무너진 지 4일이 지났는데, 우리가 받은 것은 겨우 물 세 병뿐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약탈한다고 비난한다... 이것은 절도가 아니라 생존”이라고 주장했다.


여전히 제국의 변방에서 종속과 저개발에서 벗어나지 못한 카리브해의 작은 나라들은 자연재해만이 아니라, 식민주의-인종주의적 억압과 결합된 이중, 삼중의 피해로 고통받고 있다. 카리브 민중의 인명과 재산피해는 안중에 없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안보의 문제로 접근하는 제국주의와 군사주의, 인종주의의 뿌리깊은 편견에 따른 증오 앞에 자연재해의 피해는 오히려 가벼워 보인다.


원영수 국제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