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카리브해 국가들을 강타한 치명적 허리케인들은 자본주의 체제가 만든 공해 때문에 야기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전세계가 파리 기후협약 실천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모랄레스는 2015년 파리의 COP 21 기후변화 회의에서 환경파괴의 원인으로 자본주의를 지목하면서, 자본주의는 “인류를 파괴시킨 공식”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7월 그는 “세계에서 가장 산업화된 미국은 환경파괴에 대한 책임을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이지만, 기후변화의 원인을 제공한 가해자는 제국주의 열강과 초국적기업임에도 피해자는 카리브해의 가난한 민중이다. 자연재해는 자연현상에 따른 물리적 피해로 끝나지 않고, 정치적, 사회적 피해와 그것의 구조화로 이어진다.


기후변화 문제에 직면해 초국적 자본의 목표는 기후변화를 줄이거나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업상의 위험을 최소화시키고 이윤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즉 환경재해로 야기된 위기상황을 사업기회로 활용해, 사회경제적 빈곤과 배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또 상황을 이용해 경제적, 지정학적 통제력을 강화함으로써 기존의 개입과 종속성을 더욱 심화시킨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2010년 아이티의 지진이었다. 강도 7.3의 지진으로 22만2570명의 아이티인이 사망했고, 피해액은 79억달러에 이르렀다. UN과 일부 국제기구들은 미국, 캐나다, 프랑스, 영국, 타이완, 미주개발은행, 파리클럽 등 채권국과 기구들에게 아이티의 재건을 위해 부채를 청산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IMF는 이를 거부하고 아이티에 1억4400만 달러의 차관을 제공했다. 5년반 동안 상환을 유예하는 조건이었다.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한 아이티에게 부채만 늘었다. 지진 발생 직후 처음 몇 달 동안만 최초의 국제적 지원기금이 긴급구조에 쓰였을 뿐, 세계의 관심이 줄어들었고 아이티의 장기적 재건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또 2010년의 지진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이유로 미군의 주둔을 가져왔다. 7000명의 부대가 아이티인을 돕기 위해 파견됐지만, 콜레라 발생과 연결된 정치적 위기 속에서 더 많은 죽음을 야기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이티의 구조와 재건을 위한 지원기금이 정작 아이티인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014년까지 긴급구조기금의 1퍼센트, 그리고 재건기금의 16퍼센트만이 아이티 정부에게 건네졌다. 2010년과 2011년 유럽연합의 재건 지원금 중 76퍼센트가 유럽계 회사들의 수중에 들어갔다. 미국의 경우 재건 프로젝트의 1.3퍼센트만 아이티 기업에게 맡겼다.


결국 자연재해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피해국가의 정부나 기업이 아니라 대부분 초국적 기업을 통해 이뤄진다. 그 결과 재난구조와 재건을 위해 투입된 금액이 적지 않음에도, 피해현장의 재건은 초국적 자본의 수익산업으로 전락한다.


특히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 부부가 세운 클린턴 재단이 아이티 재건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폭로는 힐러리 클린턴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패배하게 만든 하나의 요인이기도 했다. 대통령 퇴임시 수백만 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던 클린턴 부부는 재단을 통해 수천만 달러 자산가로 변신했고, 미국의 노동자들은 이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으로 힐러리 클린턴에게 등을 돌렸다.


아이티 민중에게 가야할 지원금을 합법적으로(?) 빼돌려 천만장자가 된 클린턴 덕분에 대통령직을 손에 넣은 도널드 트럼프는 기후변화가 기만이라면서 파리협약에서 탈퇴했다. 그 기만이라는 기후변화가 낳은 초대형 허리케인들이 미국과 카리브해에서 사실임을 증명하고 있으니, 어처구니없는 아이러니하고 할 수밖에 없다.


자연재해는 피해자들에게 재앙이지만, 제국주의와 초국적 자본에게는 자연이 준 자본축적과 이윤확대의 절대적 기회이다. 피해자들의 눈물과 고통 속에서 피해국의 부채는 늘어나고 정치경제적 종속은 심화된다. 그런 의미에서 자본주의 아래서 자연재해는 더 이상 순전히 자연적인 재해가 아니다. 인도주의적 지원이란 이름 아래 자행되는 초국적 자본과 제국주의 국가의 약탈행위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원영수 국제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