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다이어리, 스마트폰, 피처폰

<2012년부터 사용해온 다이어리, 피처폰, 지금 쓰고있는 스마트폰>


나는 어릴때부터 기계를 잘 다루고 디지털에 친숙했다. 윈도우 95 시절부터 지금까지 컴퓨터를 꾸준히 사용해왔는데 2002년도쯤부터는 컴퓨터 부품들을 하나하나 따로 구입해서 직접 컴퓨터를 조립하고 그 후 관리 또한 스스로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컴퓨터를 사용하다 고장이 난적이 있지만 대부의 경우 내가 문제점을 찾아내어 수리해서 사용했고 그래서 내가 해결하지 못하고 컴퓨터 수리기사를 부른 적은 네 번이 안 됐다. 이것 외에도 현재 내가 일하는 분야인 미디어 분야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배워야 했던 사진이나 영상관련 지식 중 카메라 조작이나 영상편집프로그램 조작 등의 기계적 조작 부분의 경우 모두 독학으로 습득을 했다. 물론 습득한 후에 차후에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정확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한 목적 수준에서 관련 수업을 들어보긴 했는데 내가 습득해서 알고 있었던 것과 대부분이 일치했었다.


우리는 아날로그 세상에 살고 있었다. 아날로그 세상에 개인용 컴퓨터인 PC의 등장과 함께 디지털의 개념이 우리에게 다가왔고 스마트폰의 등장 및 대중화와 함께 디지털의 개념은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개념이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디지털이 아날로그보다 우월하고 그래서 가능한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대체해야한다는 생각이다. 이것이 나는 잘못 됐다고 본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각각이 가진 장단점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가 아날로그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아날로그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은 전쟁에서 아무리 최첨단 전투기와 탱크가 전쟁의 주역이 되고 보병의 비중이 낮아진다 하더라도 결국 마지막에 최후의 깃발을 꽂고 점령하는 것은 보병인 것과 같다.


하나의 일화를 소개한다. 2012년 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흐름이 전환되던 시기에 있었던 일이다. 내가 스마트폰을 사용한 것이 약 2014년 전후부터로 2년간이라는 시간차가 존재했다. 2012년부터 2014년이라는 시간 사이에 내가 무수히 들었던 말이 있다. “왜 아직도 시대에 뒤떨어지게 피처폰을 쓰느냐. 스마트폰을 쓰면 편리한 게 많다. 다이어리도 힘들게 손으로 쓰지 말고 스마트폰 앱을 쓰면 된다”였다. 나는 당시 피처폰을 쓰면서 따로 개인 다이어리를 활용하는 식으로 스마트폰에서는 한 번에 가능한 것들을 아날로그 방식에 많이 의존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에게 스마트폰의 편리성을 강조했던 사람에게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스마트폰의 기능을 알려주고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하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조언 및 교육을 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스마트폰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당시에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았던 이유는 사전에 스마트폰의 장점과 단점에 판단했을 때 아직 스마트폰의 성능이나 그것을 받쳐주는 인프라가 스마트폰을 구매해도 내가 활용하고 싶은 형태로 이용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라는 판단 하에 이용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 문제는 내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전까지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이 일화에서 다이어리가 아날로그를, 스마트폰이 디지털을 대표한다고 보면 된다.


현재는 스마트폰을 통해 다이어리앱, 문서앱, SNS메신저앱 등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지만 결국 마무리 정리는 따로 다이어리를 활용하여 정리한다. 이 스마트폰도 보급형 모델로 매우 저렴한 스마트폰이다. 나에게는 굳이 고급형, 최신형 스마트폰이 아닌 이 정도 기능의 이 정도 스마트폰이면 충분했다. 스마트폰을 활용했을 때의 장점도 충분히 알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단점들도 알기에 그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스마트폰을 보조로 활용하고 아날로그인 다이어리로 마무리를 하는 것이 나에게 맞았다. 지금도 여전히 다이어리를 쓰는 나의 모습만 보고 스마트폰이 더 편리한데 아직도 시대에 뒤떨어지게 다이어리에 쓰느냐고 물어볼 때마다 내가 생각하는 다이어리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스마트폰의 장점과 단점, 그 속에서 내가 내린 결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이 납득한다. 나의 주장에 설득이 되는 이유는 결국 우리는 아날로그 세상에 살기 때문이라고 본다.


나를 아는 많은 분들이 내가 디지털을 잘 활용할 줄 알기 때문에 디지털을 매우 선호할 것이라고 오해하는데 나는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를 더 좋아하는 편이고 그래서 아날로그를 많이 활용한다. 그런데 그 때마다 다이어리와 스마트폰의 일화와 비슷한 일이 자주 일어난다. 이 과정 속에서 나에게 아날로그를 비판하고 디지털을 권유하던 분들은 대부분 디지털의 장점과 아날로그의 단점만 생각해봤을 뿐 그 반대인 디지털의 단점과 아날로그의 장점에 대해선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내 설명을 듣고나면 내가 아날로그를 쓰는 이유에 대해 다이어리와 스마트폰 때처럼 납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날로그보다 디지털이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과도한 디지털 만능주의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디지털의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아날로그의 장단점과 디지털의 장단점에 대해서 꼼꼼하게 따져보고 각자에게 무엇이 알맞고 무엇이 더 필요한지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창수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 미디어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