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고사리1

<김현우_숲채원에서, 캔버스에 아크릴, 2016>



10고사리2
<전시준비에 열중인 나와 김현우 작가의 모습>



하루 동안 보람차기 위해 우리는 어떤 일을 하며 보낼 수 있을까? 출근 전후로 운동을 해볼 수도 있고, 미루던 일을 마무리 지을 수도 있고, 대청소를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일들을 알뜰히 수행해 낸 날을 가리켜 “보람찬 하루”라 큰소리로 외치고는 벽에 턱 하니 프린트해 붙여 놓은 이가 있다.


그의 일과는 아침 일찍 일어나 8시가 되면 작업실로 향하고, 그곳에서 온종일 그림을 그리다 밤 9시가 다 되어서야 다시 집으로 향한다. 주말, 휴일 없이 아무리 일정이 바쁘더라도 작업실에 들러 두어 시간가량 자신의 예술 세계를 구축하는 것에 여념이 없는 열혈 예술가이다. 제아무리 노련한 예술가라 해도 본인의 예술세계를 구축하는 일은 인고의 세월이 필요하고, 그 안에 찾아오는 내적갈등들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그는 흔들리는 법이 없다. 언제나 자신이 행하는 예술 행위에 대한 강인하고 부드러운 신념으로 주위 모두를 전염시킨다.


그는 바로 2011년부터 차근히 미술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는 ‘김현우 작가’로 작년에 신진작가 멘토링을 거쳐, 올해는 작가 육성 멘토링 프로그램에 나와 함께 참여 중인 작가이다. 신선한 충격이었던 그의 성실도는 내가 만나 본 작가 중 손에 꼽힐 정도였고, 그 열정과 실험적 태도는 동료들에게 이미 모범이 되어 있었다. 이렇듯 내게 있어 더할 나위 없는 멘티인 작가 김현우는 작가라는 호칭 앞에 다른 수식어가 하나 더 붙는다. 그것은 ‘장애인’이라는 타이틀이고, 이것을 붙여 ‘장애인 아티스트’라 일컫는다. 이것은 ‘장애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하는 호칭의 문제에서, 더 나아가 사회의 편견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영어로 장애인을 그대로 풀어보면 장애를 가진 이라는 형용사 ‘disabled’와 명사 ‘사람, person’이 만나 ‘disabled person’이라고 단어조합이 가능하지만, 내가 만난 그 어떤 외국인도 ‘disabled person’이라고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다들 ‘learning difficulty, 배움에 어려움이 있는’이라고 말한다. 이는 문장을 만드는 언어적 구조와 관련되어 있겠지만, 타인에 대한 사회적 태도의 구조라고도 느꼈다. 우리에겐 다른 구조적인 문제들과 함께 사회에 만연히 베여있는 언어적, 사회적인 호칭의 문제를 공론화시킬 자연스러운 이유가 있는 셈이다.


김현우 작가는 다가올 11월 15일에 그동안 구축해 온 그만의 세계를 펼칠 첫 번째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많은 그룹전과 기획전에 참여했지만 홀연히 혼자 진행하는 것이 처음이라 떨릴 법도 한데 역시나 그런 법이 없다. 남다른 기세의 김현우 작가를 바라보며, 세상의 모든 이가 값진 하루에 있어 “보람찬 하루”라 크게 외치며, 존중받을 수 있는 그 날이 오면 아마 우리는 이 세상이 외치는 “보람찬 하루”의 아우성을 들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해 본다.  


고사리 미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