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철없던 10대에도, 아직 철없는 20대인 지금에도 우리를 울고 웃게 하는 건 연애였다. “영희랑 철수랑 사귄대~”라는 소리에 우르르 몰려가 얼레리 꼴레리 하던 까마득한 시절에도 모두를 들썩이게 했던 건 연애였다. 이런 연애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모든 것을 좋아해야 했고, 그에게 내가 이만큼 매력적이라는 걸 보여줘야 했다. 그가 나를 알고 싶게 만들어야 했고, 보고 싶어지게 만들어야 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속담처럼 연애의 제국은 고민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숱한 밤들을 보낸 끝에 이뤄졌다. 그래서인지 내 이야기를 할 때도, 친구 얘기를 들어줄 때도 “어떻게 만난 거야~”라 물으며, 듣기를 좋아한다. 그가 나와 연애를 하기 위해 이런 것도 하더란 얘기를 늘어놓을 때면 나도 모르게 내 어깨가 솟아 있었다. 반면 내가 그를 만나기 위해 했던 노력에 대해선 나만 아는 비법처럼 감춰뒀다.


매일 밤낮으로 애교 섞인 메시지를 보내고, 잠자리 들기 전 옅게 화장을 하곤 쌩얼이라며 침대에 누워 영상통화를 한다. 그 후엔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고 폭풍세수를 한다. 그를 만나는 날 옷장 앞에서 몇 시간씩 고민하고, 좋아하는 향수를 뿌리고, 공들여 화장도 하고, 만나기 전 보낼 셀카도 몇 장씩 찍어본다. 전부 그가 좋아해 주는 모습을 보기 위한 내 노력 들이다. 어느새 내 노력의 흔적들은 내 모습이 되어있다. 그는 내가 노력으로 만들어낸 나를 좋아했다. 나도 그와 있을 때 내 모습이 꽤나 만족스러웠다. 그를 좋아하기 때문에 가능한 거였다.


그렇게 두근거리던 연애도 끝이 오고 있다는 생각이 뼛속까지 스밀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의 눈치를 살피는 내가 초라하지만, 그가 좋아했던 모습보단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애써도 안되는 게 있었다. 애교 섞인 메시지를 보내도 시큰둥한 대답이 돌아왔고, 그가 좋아하던 내 향수는 그가 제일 싫어하는 머리 아픈 향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그와 나는 “헤어지자.”는 한마디로 연애를 끝마쳤다. 만남에 그렇게 공을 들여놓고선 그에게서 느껴지는 권태로움을 온몸으로 느끼곤 모든 게 끝나버린다. 헤어지면서 난 그에게 물었다. “왜 우리가 헤어져?” 그는 많은 이유를 말해줬지만 듣기도 전에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를 좋아하지 않아서였고 처음과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없어서였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이길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연애를 시작할 때는 모두가 “누구야? 어떻게 만났어?”라며 나와 그의 노력의 러브스토리를 들으려 할 뿐 서로가 좋아지게 된 이유는 물을 생각도 없다. 하지만 헤어짐에는 “왜?”냐며 이유를 찾는다. 묻고 답하는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연애에 이유는 없다. 나의 노력이 가상해서 연애가 시작된 것도 노력이 부족해서 연애가 끝난 것도 아니다. 그를 좋아하고 그가 나를 좋아하는 건 마음이었다.


수 없이 연애하고 만나고 헤어져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 도무지 이길 수 없는 건 ‘마음’이다.


유다영 연애 기록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