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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달산 서장대에서 본 화성행궁 일대.


<도시의 매력, 울산의 숙제> -1-  수원, 울산을 제치다
수원화성을 둘러싼 고민들...도시재생의 훌륭한 교과서


저성장의 늪과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 속에 길을 잃은 울산 경제의 돌파구를 관광 등 소비도시화 전략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빈번하다. 도시재생과 마을공동체라는 개념이 아직 익숙지 않은 울산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낯설기만 하다.


압축 성장에 익숙한 울산은 고립된 섬이 될 것인가. 아니면 외적성장이라는 낡은 공식을 해체하고 주민이 행복한 도시의 성숙기를 맞이할 것인가. 이 같은 고민의 해답을 얻기 위해 타 지자체의 다양한 사례를 연구하는 <울산저널>의 하반기 연중기획 ‘도시의 매력, 울산의 숙제’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경기도 수원. 울산과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또 다른 도시. 이곳만큼 우리에게 다양한 질문을 하는 도시도 없다. 울산에 도움이 될 만한 해답을 찾기 위해 멀리 수원으로 떠났지만 무수히 많은 고민거리만 안고 울산으로 돌아왔다.


#수원의 종로, 팔달문에서


“여기 신나라레코드도 있었어. 말고도 레코드 가게가 두세 개가 더 있었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수원의 중심은 종로였다고 한다. 특히 팔달문 중앙극장 앞은 만남의 장소라고 했다. 수원에서 현지취재를 도와준 패널은 초등학교 다닐 때 가족들과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이곳에서 봤다고 한다.


이곳의 ‘영화’가 기울기 시작한 것은 그가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던 때였다.


“시지브이가 망해서 문을 닫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하데.”


팔달문 상권에 있던 복합영화관인 시지브이와 프리머스가 문을 닫으면서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수원역이 백화점을 낀 민간종합역사로 탈바꿈하면서 그곳 상권이 급속도로 팽창하던 때였다.


바로 이 시기 수원에서는 원도심의 문화재 복원에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수원화성과 행궁이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불과 15년 남짓이다.


정조의 얼이 스민 단군 이래 최초 계획도시의 명성이 무색하리만치 일본 제국주의는 강점기 시절 화성행궁 자리를 허물고 각종 압제 기구를 설립했다. 화성 성곽의 돌을 떼어다가 이런저런 공사를 하는 등 훼손을 서슴지 않았다.


수원화성은 조선 르네상스의 화려했던 모습을 잃은 채 망국의 한을 그대로 간직해왔다. 한국전쟁 때는 폭격을 피하지 못했다. 전쟁의 상흔이 씻기지 않은 채 근대화 시기를 보냈다.


성장의 거품이 꺼질 줄 모르던 1980년대 후반 수원의료원 증축 계획이 공개됐다. 이대로라면 행궁 일대가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었다. 수원화성과 행궁을 지키자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화성 복원이라는 시민운동으로 번진다. 그 힘을 얻어 수원시도 전향적인 태도를 취했다. 1990년대 들어 수원화성 이곳저곳이 복원되기 시작한다. 유적 복원에 기업체의 기부금이 답지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와 전란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 있던 화성의 상처가 지워지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까지에는 이 같은 시민사회의 노력이 있었다.


#수원화성에 뜬 보름달 아래


이제 수원화성은 수원하면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가 됐다. 역사문화관광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많은 지자체들의 제1참고자료가 되고 있다. 타 지역에서 우후죽순으로 읍성 복원계획, 성곽 복원계획을 쏟아내는 계기가 됐다.


그런 수원화성에도 빛과 그림자는 없을까. 아직 수원은 수원화성 외에는 그렇다 할 관광 명소가 없다. 화성을 둘러보는 반나절 관광 코스는 개발됐지만 그 다음이 부족해 시에서도 인근 지역과 연계하는 관광 코스를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재 복원과 근대문화유산 보존이 충돌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속속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있는 근현대 건축물과 새로 복원해야 하는 수원화성 중에서 무엇을 더 중시해야 할지도 고민거리가 된 셈.


실제로 화성행궁 옆에는 백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는 초등학교 터가 있다. 학교는 광교신도시로 이전했지만 빗돌과 강당은 아직 허물지 않았다.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한 가치가 있는 몇몇 건물들은 허물지 않고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게 이곳 초등학교 동문들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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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궁마을 생태교통수원 상징물.


#한 달 동안 차 없이 살 수 있을까


화성행궁만큼이나 인근 행궁마을, 팔달 원도심에도 사람들이 다시 북적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수원시민들의 지적이다. 도시재생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얘기다. 시민들도 그 까닭을 콕 짚어 말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관광 수원으로 외지인들을 유인하는 가장 큰 요소인 화성행궁과의 연계가 불분명한 것은 사실이다.


행궁마을을 둘러본 결과 서울 삼청동처럼 인근 한옥마을과 현대의 디자인이 공존하는 마을을 만들려고 고심한 흔적이 보이나 기존에 마을을 형성하고 있던 시설과의 조화를 생각해봤을 때 디자인이 ‘너무 과하다’는 느낌은 분명했다.


이렇게까지 꾸몄는데 왜 사람이 오지 않을까? 수원 말고도 원도심 침체 문제를 안고 있는 숱한 지자체들이 이런 고민을 할지 모른다. 이때 외형보다는 기존에 있던 건축물과의 조화, 더 나아가 주민들과의 상생을 기본적으로 고민해봐야 하는 이유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어쨌든 행궁마을은 도시재생을 위한 노력으로 이름 높은 곳이다. 행궁동은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지역이기도 하다. 허나 세계 최초의 생태교통마을을 지향하며 한 달 동안 마을 전체가 차 없는 마을 실험을 한 지도 어언 4년. 지금도 이곳 행궁마을의 좁은 차도에는 차들과 사람이 섞여 이따금 혼잡한 모습을 연출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는 16일 행궁마을에서 생태교통마을 실험을 되돌아보는 축제와 포럼이 마을 곳곳에서 열리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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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 정’ 벽화가 있는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1층 로비.


#에스케이와 현대의 수원 공헌


수원을 얘기할 때 대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빼놓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상징하는 공간이 행궁 주변 이곳저곳에 포진돼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이름부터가 아이파크미술관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지어준 것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수원비행장 인근의 공군관사 재건축 아파트 사업 등으로 수원에서 아이파크아파트가 벌어들인 수익이 상당하다.


울산이 눈여겨 볼 대목은 아이파크미술관 1층 로비를 장식한 ‘포니 정’의 일대기다. 정조대왕과 정세영 회장의 모습이 나란히 아로새겨져 있는 이 벽화에는 정조의 혁신 정신이 포니 정의 그것과 맞닿아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울산과 현대, 그리고 자동차의 관계를 생각해볼 때 이런 미술관이 수원보다는 울산에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 너무 지나친 일일까. 울산의 아파트 재건축 사를 돌이켜볼 때 현대산업개발이 울산에서 가져간 이익도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남구 옥동 아이파크는 울산에서 최고가 아파트라는 지위를 오랜 기간 가져왔으며 혁신도시에서도 아이파크는 상당한 분양수익을 가져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울산시가 최근까지 강조한 기업 메세나활동과 울산시립미술관 건립문제로 꼬인 매듭을 한동안 풀지 못했던 경험을 생각해보건대 이 같은 수원시립미술관의 순탄한 건립 과정은 울산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또 수원시 도서관정책과가 있는 곳은 행궁마을에 있는 선경도서관이다. 옛 선경그룹에서 기부한 땅에 수원시가 도서관을 지었다. 울산의 여느 도서관보다도 이곳 선경도서관의 규모가 크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처럼 수원이 모태인 에스케이그룹은 도서관 외에도 에스케이아트리움이라는 문예회관을 짓는 등 수원지역에 기여한 바가 크다. 부동산 개발수익의 환원이라는 점에서 현대산업개발의 사례와도 맞닿는다.


울산도 십리대밭교와 울산대공원 등 우수한 기업이익의 사회적 환원 사례가 있다. 그러나 박물관, 미술관은 물론 필수 문화시설인 도서관 등의 지지부진한 건립 과정을 생각해볼 때 울산이 수원만큼이나 꼭 필요한 분야에 알맞은 지원을 받았냐는 아쉬움이 든다.


#삼성그룹은 상대적으로 ‘조용’


최근 삼성전자와 주변 영통 지역상인, 수원시가 구내식당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다. 상인들은 삼성이 직원들을 회사 밖으로 나오지 않게 한다고 하소연하지만 삼성은 삼성전자 본사를 수원으로 옮긴 것 자체에 큰 의의를 두고 있는 듯했다. 삼성전자의 모태가 수원이기도 하다. 삼성의 사회적 공헌활동을 찾아보다 울산의 신화마을 벽화를 연상케 하는 지동의 ‘벽화 프로젝트’를 발견했다. 이 역시 화성 성곽마을 살리기 일환인데 삼성이 직접 한다기보다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마을벽화가 완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톡톡 대화와 ‘도지사 좀 만납시다!’


“경사면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소방도로에 나무를 심자는 얘기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남경필 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민원인, 관계 지자체 담당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청 종합민원실(언제나민원실)에서 이따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남경필 지사가 민원상담 공무원이 앉는 자리에 앉고 그 옆에 민원문제 담당 공무원이 배석한다.
본지가 경기도청을 찾은 8일은 남경필 도지사가 취임 직후부터 시작한 ‘도지사 좀 만납시다’의 백 번째 민원상담 날이었다.


경기도청 ‘도지사 좀 만납시다’ 담당 이혜영 주무관은 대부분의 민원이 ‘아파트’와 관련 있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날 역시도 아파트, 재개발 관련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 주무관에 따르면 첫 손가락에 꼽히는 민원은 아파트 하자 보수 문제라고 한다. 아파트입주자회의에서 시공사에 제기한 고충이 풀리지 않을 때 마지막으로 찾는 방법이 ‘도지사 좀 만납시다’라는 얘기.


요즘 들어 그 뒤를 바짝 추격하는 것이 재개발 관련 문제라고 한다. 가령 재개발 지구지정을 해제해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한다. 도시재생과 맞물려 그 요구가 더욱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도 행궁 인근 지역 주민의 고충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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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인과 상담중인 남경필 경기도지사.


“역사문화도시로 화성행궁과의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이건 오로지 다 때려 부수고 새로 짓는단 얘기 밖에 안 돼요. 이런 식의 개발이면 곤란합니다.”(도시재생 전문가, 주민)


“전문가 분 의견도 중요하지만 지역 주민 분들이 실제로 요구하시는 내용이 궁금하네요. 보상 문제인가요?”(남경필 도지사)


“아니오. 저희는 그냥 이곳에 계속 그대로 살고 싶어요.”(주민 일동)


화성행궁을 중심으로 하는 수원 원도심의 변화와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외려 취재과정에서 주목한 것은 직접 민원상담을 주저치 않는 남경필 도지사의 태도였다. 혹자들은 물론 30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 이뤄지는 상담을 ‘정치적 쇼’라고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선거법 문제가 있어 임기 중 몇 달 동안은 이런 민원 상담 행사를 진행할 수 없다. 하지만 절박한 고충을 안고 민원실로 찾는 주민들은 이렇게나마 도지사와 이야기할 수 있는 10여분의 시간에 묵은 체증이 씻겨 내려가듯 흡족한 반응을 나타냈다.


김기현 울산시장이 하는 ‘톡톡 대화’도 좋은 취지이기는 하나 시민들을 위해서는 정말 대화와 소통이 절실한 사람들을 지자체의 대표자가 직접 만나는 ‘도지사 좀 만납시다’의 민원상담 방식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적어도 시장 스스로가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주민 스스로가 자치단체의 장을 정말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있는 게 좀 더 지방자치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겠는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김진석 수석부지부장의 시의회 옥상 농성은 100일을 넘긴지 오래다.


#수원이 온다, 울산의 미래는 어디로


“수원은 울산보다 인구도 많은데 시 예산은 그에 비할 수 없이 적습니다. 광역시 승격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특례시로 지정해 행정 조직과 인력을 충원할 수 있도록...”(염태영 수원시장, 수원시청 문재인정부 정책설명회 때)


수원은 각종 연구시설이 밀집한 광교테크노밸리, 역시 같은 알맹이(연구중심단지)로 채우려고 하는 공군비행장 이전의 양 날개로 비상의 채비를 다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팔달 원도심과 광교 신도심이 단절되고 격차가 생겨나는 문제, 공군비행장 이전을 둘러싸고 수원과 이웃 화성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는 문제 등은 상생의 묘로 풀어내야 하는 난제 중에 난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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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의 중앙연구소 격인 블러썸파크. 이처럼 수원의 미래 성장동력은 광교에 포진됐다.


그 와중에 이 둘 사이를 잇는 원도심은 예전처럼 도시의 중심에 서느냐, 아니면 중간이 뻥 뚫린 도넛 모양처럼 활력을 잃어가는 옛 수원의 구멍으로 남느냐 기로에 서 있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도시재생이라는 동력을 부착해 다시 뛰려는 준비가 한창이다. 트램(노면전차)이라는 신 대중교통으로 기관지를 갈아 쌩쌩한 신진대사를 도모하고 있다.


앞서 도지사를 만난 원도심 매교역 인근 주민들의 고민에서 엿볼 수 있듯 모든 것을 허물고 다시 콘크리트를 부어야 하는 재개발과 더디지만 차곡차곡 마을공동체를 쌓아올릴 수 있는 도시재생 사이에서 한바탕 크고 작은 갈등이 시시각각 노출될 것 또한 분명하다.


삼성전자라는 주력 기업의 본사가 존재하고 있으나 애초 수도권에서 출발했고 여전히 수도권의 주축으로 24시간 내내 서울을 오고 가는 급행시내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유일한 도시인 수원. 정치지형의 변화로 인해 서울중심 정치에서 더 큰 발언권을 기대하고 있는 수원의 홀로서기는 어쩌면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뜨는 도시로 나아가고 있는 수원의 상황과 어느덧 지는 도시가 되어버린 울산의 상황이 이렇게나 대조적이라고 한탄할 시간도 잠시 뿐이다. 이제 울산은 어떤 멋진 연착륙, 그도 아니면 ‘다시 비상’을 준비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도시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꼭 해결해야 할 울산의 숙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저 돈 벌다 가는 곳이 아닌, 청년 울산에게는 ‘도시의 매력’이 필요하다.


수원=이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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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언제나민원실 이혜영 주무관
시민패널 조한슬
윤지현 독자위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