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킬러의보디가드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내는 데 제격인 영화를 ‘팝콘무비’라고 부른다. 지금 극장에 걸려있는 두 편의 할리우드 액션영화 모두 감동보다 재미를 앞세운 전형적인 오락물이다. 제목 글자의 숫자도 같아 엇비슷해 보인다. 짧은 가을, 심각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영화로 추천한다.


미국 개봉은 <베이비 드라이버>가 빨랐다. 초여름인 6월에 상영됐는데 3개월 시차를 두고 국내 개봉했다. <킬러의 보디가드>는 미국에선 8월 중순 우리 극장에는 8월 30일에 개봉했다. 미국의 영화평론 사이트로 유명한 ‘로튼토마토’의 평가는 완전히 상반됐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상당기간 신선도 100%를 유지할 만큼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킬러의 보디가드>는 겨우 40%. 어딘가 뻔하고 구리다는 평가인데 흥행은 또 달랐다. <베이비 드라이버>가 미국 극장가에서 단 한주도 1위를 기록 못한 반면 <킬러의 보디가드>는 무려 3주 정상을 차지해 빠르게 제작비를 회수했다.


두 영화 모두 독특한 주인공을 내세웠다. <베이비 드라이버>의 주인공 베이비(안셀 엘고트 분)는 전문 털이범의 도주차량 운전사. 이명에 시달리는 청각질환으로 항상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다. 하지만 운전은 최고. 바깥의 소리는 하나도 듣지 못하지만 동물적 감각으로 엄청난 실력을 뽐낸다. 영화는 범죄에서 손을 씻고 싶지만 가만 놔주지 않아 갈등하는 베이비의 행보를 따라 움직인다.


<킬러의 보디가드>는 두 명의 남자 주인공이 분량을 나눠 가졌다. 청부살인범인 킬러 다리우스 킨케이드(사무엘 L. 잭슨)와 최정상 보디가드인 마이클 브라이스(라이언 레이놀즈)다. 흑인 킬러와 백인 보디가드는 언뜻 상상하기 어려운 조합 같지만 휘트니 휴스턴을 경호했던 캐빈 코스트너의 <보디가드>(1992)를 떠올리면 된다. 물론 이 영화엔 둘의 로맨스가 없다. 아주 질펀한 욕과 숨 가쁜 총격과 액션이 더해질 뿐.


12베이비드라이버


두 영화 모두 팝콘무비답게 액션의 쾌감은 남다르다. 거기에 더해지는 재미가 다를 뿐. <킬러의 보디가드>엔 사무엘 잭슨의 아주 맛깔난 랩 수준의 미국 욕이 난무한다. 그걸 받아쳐주는 ‘데드풀’ 라이언 레이놀즈의 합이 무척 좋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음악이 영화 전체의 뼈대를 이룬다. 감독 에드가 라이트는 배우 캐스팅보다 영화에 쓸 음악리스트를 먼저 짰다고 할 만큼 공을 들였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적재적소에서 흘러나온다.


팝콘무비에 영화의 개연성이나 감동 그리고 반전의 요소들을 따지는 건 사실 불필요하다. 주인공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 특히 여성배우들의 쓰임새도 적절하다. 두 작품 하반기 극장가의 최대 대목인 추석을 앞두고 대작 영화들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즈음 반짝 흥행 중이다. 우리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이 올해 개봉한 스릴러 최고기록을 세우고 <청년경찰>이 박스오피스 역주행을 하는 중에도 상위권에 올라있다. 


배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