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미 잃을 것은 잃었다. 지금 이 순간도 잃고 있었다. 오늘은 자신의 몸 중에서 어느 기능을 잃어가고 있을까? 스트레스로 시달리는 이들은 면역기능을 잃어가는 중이며 불규칙적인 식사를 오래 해온 이들은 위장 기능을 떨어뜨리고 있을 것이다.


아파서 약사나 의사를 찾는 환자들은 필요한 치료나 약을 복용하게 되면 몸의 아픈 부분이 원래 기능을 다 찾은 줄 착각을 한다. 자신의 몸이 얼마나 기능이 떨어졌는지를 감안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활하는 데 불편하지 않게 치료되면 다 나은 줄 아는 것이다.


소화, 소변 배출, 근육, 감각 등에 관한 기능들이 나날이 떨어지면서 고장 신호를 보내오는 시기가 짧아지고 있는 줄 알고 있을까? 면역 기능이 점점 떨어지면서 몸 어디선가 종양을 형성해가고 있을 지도 모르는 데 오늘 하루 쯤, 아니면 내일 모레까지 몸에 무리가 가도록 생활하고 있는 줄 알고 있을까?


몸이 어떤 질병이란 이름으로 불리워 질 때는 어쩌면 때가 늦은 것인지도 모른다. 원래 정상적인 기능에 대한 회복을 바라기는 이제 힘들고 때로 질병이란 이름을 겨우 없애면서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시간을 벌 수 있을 뿐이다. 


후종 인대 골화증이라 불리는 질병을 예로 들어보자. 그 질병은 주로 목 부분인 경추에서 많이 발생하며, 흉, 요추 부위에서도 드물게 발생한다. 많은 경우 경추 후종 인대 골화증 환자는 무증상 또는 경미한 경부통 및 수부의 감각이상만을 호소하며 지내다가 후종 인대 골화증이 서서히 커져 척수 및 신경근을 압박하여 증상을 유발한다. 가장 흔한 증상은 손의 이상 감각과 저린감이며 불편감각을 호소하기도 한다. 점차 보행 장애를 보이는 하지 증상 및 배뇨나 배변 장애 등 마비 증상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쯤 되면 수술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 수술을 하게 되면 골화된 후종 인대를 제거하는 경우와 신경다발인 척수에 대한 압박을 감압시켜주는 경우 두 가지가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수술을 하게 되면 원래대로 불편하지 않게 몸이 생활할 수 있는 상태로 되돌려지는 줄로 안다.


그러나 모든 수술이라는 것이 차후의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수술은 최선의 선택일 뿐이지 우리 몸을 위한 완벽한 선택이 될 수는 없다. 지금부터 철저한 보호와 관리가 시작되어야 할 시간이 시작된 것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예전에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 퇴근 후 울산에서 부산으로 버스로 이동하는데 해운대에 위치한 영화관에서 그 영화를 보기까지 시간이 제법 빠듯한 적이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 자칫하면 부산까지 가서 허탕만 치고 올지도 몰라 버스 좌석에서 불가항력적인 버스의 속도를 두 발로 밀고 갔던 적이 있다. 결국 보고 싶은 영화를 보기는 했다. 우리 몸도 이렇게 억지로 밀고 가서 한 때를 살 수 있긴 하다. 요행이 한 번쯤은 우리에게 오겠지만 불운이 여러 번 올 수도 있잖은가. 억지로 살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왜 미리 예방을 하는 능력이 약한 것일까? 아무리 예비를 하더라도 자신에게 닥칠 질병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이 조심하고 예방하고 보호할 수 있는 기능에 한계가 따른다는 것에 숙연해질 뿐이다. 그리하더라도 자신의 몸에 대한 모든 조절에는 자신의 책임이 엄중하게 주어진다.


아침에 잠이 덜 깬 상태로 산에 가다가 산 입구에서 철퍼덕 넘어졌다. 다행히 몇 군데 긁히기만 했을 뿐 멀쩡했다. 비가 오고 있지만 산에 가서 몸의 혈을 돌리고 폐 깊숙이 호흡을 하면서 뼈와 관절을 단련했다. 역시 우리 몸은 나쁜 섭생보다 단련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오늘도 절실히 느낀다.


강현숙 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