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은 전북 백운산 원산암 마을의 데미샘에서 발원하여 임실, 순창, 남원, 곡성을 굽이 돌아 구례, 광양, 하동을 지나 광양만으로 흘러간다. 212킬로미터에 이르는 긴 물길은 전북, 전남, 경남 등 3도를 유유히 흐른다.


고려 우왕 때 왜구가 이곳 강 하구를 침입했을 때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가 모여들어 울부짖는 바람에 소름이 끼친 왜구들은 상륙할 엄두도 못 내고 도망가 버렸다 한다. 이후로 이 강을 두꺼비 섬(蟾), 나루 진(津)자를 따서 섬진강(蟾進江)이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전해 내려온다. 옛 전설을 떠올려 보며 곡성 어느 작은 마을 앞의 아침 강가로 나섰다. 이른 아침이라 풀잎에 이슬이 바짓가랑이를 적시지만 느낌이 좋다.


초가을의 섬진강은 벚꽃이나 매화의 화려함은 없지만 차분히 야생의 야초들을 살피면서 탐구하기에 더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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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버드나무 아래를 지나 넓은 강 수풀에 접어들자 열매가 도깨비뿔 같이 생겨 여러모로 쓰이는 도꼬마리가 제일 먼저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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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누룩 중 ‘신곡’이라는 약누룩을 빚을 때 즙액을 짜서 반죽을 하는데 막힌 기를 뚫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현대에 와서는 도꼬마리 추출액이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고 효모의 증식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식물의 생태를 볼 때 도꼬마리는 갈고리 돌기와 온몸 가시돌기로 열매를 보호하기도 하고 익은 열매를 동물의 몸에 붙여 널리 번식하기에 훌륭한 모양새다. 거기다 쪼개어 보면 열매속의 씨앗 두 개는 발아시기를 달리하며 환경에 대비한 우수한 종족번식의 행태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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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부터 피기 시작한 칡꽃은 화려함이 조금은 지날 무렵이지만 붉은 보랏빛으로 돋아 오르며 핀 꽃은 봄 아카시아 향기와는 다른 진하고 그윽한 향기가 있다. 무더기로 핀 꽃 중에 화려한 한 송이를 따다 입 속에 넣으면 콩과의 비릿함과 꿀의 달콤함으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에 빠지게 된다. 한 잔의 에메랄드 빛 칡꽃차는 눈 맛과 더불어 간 피로가 풀리고 눈이 맑아지는 느낌을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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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현대인들에게 활짝 핀 달맞이꽃을 마주하기는 쉽지 않다. 달맞이꽃은 우리가 집안이나 거리에서 화려한 전등불빛에 현혹되어 있을 때, 잠들어 있을 때, 낮의 수줍은 모습과는 다르게 환하고 둥근 모양으로 달을 향해 피어나 밤거리를 배회하던 나방들의 좋은 안식처와 먹이가 되기도 한다. 열매 속에 든 씨앗은 모유에만 있다는 감마리놀렌산이 있어 호르몬 균형 조절에 작용해서 피부 미용에 좋으며 아토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아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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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이롭게 하는 풀이라는 익모초는 여자는 무조건 따뜻한 것이 좋다는 것과는 다르게 성질이 매우 찬데 자궁어혈 염증 제거에 성약이고 씨앗은 더 효능이 강해 혈액순환과 눈을 맑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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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계국과는 다르게 큰금계국은 자주색 반점이 없다. 꽃잎은 헛꽃, 중간 수술처럼 보이는 것이 대롱꽃으로 진짜 꽃은 황색이다. 큰금계국(금계국 포함)은 북미에서 건너온 외래종으로 오래전부터 보아왔던 다양한 꽃색과 가냘픈 잎 코스모스를 우리 눈에서 점차 사라지게 하는 강한 생명력으로 번져 나가고 있다. 그래서 최근 들어 도시 주변 길과 온 들이 이것으로 점령당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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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퀴나물은 조롱조롱 매달린 꽃들이 꼬투리가 되어 야생콩을 튀길 여러해살이 콩과 식물로 뿌리채 뽑아보면 가는 뿌리 사이사이에 좁쌀 같은 뿌리혹박테리아가 달려있다.


콩과 식물의 뿌리에 붙어 영양분을 얻어먹고 공기 중 질소를 토양에 잡아 놓았다가 식물에게 영양분을 주는데 이런 야생콩들은 천연 녹비식물로 알려져 있는 자운영이나 헤어리베치와 같이 한 해 한 해 살면서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퇴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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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시인 두보가 꽃을 피우는 대나무라 하여 수반에 담아 실내에 두고 보며 아꼈다는 닭의장풀은 꽃잎의 색깔, 꽃가루가 없는 헛수술을 가진 영특함, 예로부터 소갈증에 사용한 약초로 당뇨에 효능이 있고 벌레에 물렸을 때 가려움증이나 염증에 짓이겨 바르면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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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바늘의 열매는 사람들과 동물들에게 붙어 무척이나 성가시게 하지만 잘 날지 못하는 무당벌레 같은 곤충들이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낮고 부드러운 풀이다. 뾰족한 바늘 같이 생긴 열매가 지나는 사람들의 옷에 안간힘으로 달라붙어 멀리 멀리 후손을 퍼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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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군락으로 군데군데 붉게 물들인 조록싸리꽃은 열매가 되면 콩 한 알이 들어 앉아 있게 된다. 민간에선 싸리나무 태운 재로 피부약이나 배앓이 때 사용했고, 어느 악질 양반이 기름을 짜기 위해 하인들에게 손에 잡히지도 않는 싸리열매를 수확해 오라고 했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가을이 깊어지면 구절초꽃과 노란 산국과 쑥부쟁이꽃 등 온갖 들국화가 피어날 것이다. 섬진강가에 들국화가 피어 향내를 풍기고 멀리 나무들이 하나둘 잎을 떨어뜨릴 때 가을 햇살에 강물과 더불어 참으로 아름다움을 선물할 것이다. 좀 더 깊은 가을 어느 날을 기약해 본다.


하진수 울산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