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마후무드 압바스가 하마스 무장해제를 요구하면서 통합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주 압바스는 “하나의 국가, 하나의 체제, 하나의 법, 하나의 무기”를 요구하면서, 레바논의 헤즈볼라 사태(사실상 독립적 무장조직으로 존립)가 가자지구에서 반복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주 하마스는 민족합의 정부가 공식적으로 가자를 접수했다고 밝히면서,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하마스의 무장해제는 파타-하마스 협상의 의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마스 대변인 하젬 카셈은 “저항의 무기는 합법적이며,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민중을 보호하고 이스라엘의 점령으로부터 팔레스타인 영토를 해방시키기 위해 존재하므로, 이 문제는 협상의 논의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자지구의 위기 속에서 이집트의 중재로 이뤄지고 있는 이번 협상의 전망은 결코 만만치 않다. 우선, 하마스를 테러단체로 규정해 정치적 인정을 거부하는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번 협상을 비난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2008년 이후 가자지구에 대한 세 차례의 대규모 공격을 가했고, 2014년 7월 공세의 경우 51일 동안의 폭격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2400명 이상을 살해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압바스와 자치정부의 이스라엘 협조노선은 팔레스타인 민중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팔레스타인 의회선거에서 파타는 하마스에게 패배했고, 외부의 압력에 힘입어 자치정부의 지배권을 유지해왔다. 특히 알자지라의 심층취재 결과 영국첩보기관인 MI6가 자치정부의 하마스 제거계획을 작성해줬다는 사실이 폭로된 바 있다. 또 미국은 압바스에 충성하는 팔레스타인 수비대는 훈련과 조직을 지원했다.


다음으로 팔레스타인의 민족적 단결은 중요하지만, 파타와 압바스에 대한 팔레스타인 민중의 불신은 엄청나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인의 2/3는 압바스가 사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절반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팔레스타인 민중의 짐이라고 응답했다.


따라서 하마스의 정당성은 근본적으로 파타와 자치정부의 이스라엘 협조노선과 그에 따른 협상력 상실 때문이다. 만약 하마스가 무장투쟁을 포기한다면 하마스의 존재이유와 정당성이 없어진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민중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요르단 서안의 점령지구에서 일어나는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습격과 극단주의 정착민들의 폭력이 가자지구에서 일어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파타와 하마스 양측은 모두 딜레마에 빠져있다. 파타측은 이스라엘과의 협력정책과 내부적 부패로 팔레스타인 대중에게 외면 받고 있어서 화해협상의 주체로서 정당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다. 반면 하마스는 일정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현실적 문제 해결 능력을 요구받으면서 이스라엘 및 자치정부와의 협상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마스는 한편으로 자체 무장조직인 알카삼여단을 통해 저항투쟁을 지속하면서, 또 동시에 협상을 통해 가자 위기를 해결함과 동시에 통합정부의 구성, 선거 실시, PLO 개혁 등 가시적인 정치적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팔레스타인인의 60퍼센트 이상이 화해협상의 전망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2008년 메카(사우디 아라비아), 2008년 사나협상(예면), 2011년 카이로협정(이집트), 2012년 도하합의(카타르), 2014년 비치난민캠프합의 등 주변 아랍국들의 중재로 진행된 지난 10년간의 협상이 실패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팎의 압력 속에서 어렵게 성사된 화해과정이 실패한다면, 팔레스타인의 미래는 더욱 더 어려워질 것임은 분명하다.


원영수 국제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