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구와 진순이는 재작년 여름에도 교미를 하여 수놈 세 마리와 암놈 한 마리를 생산했다. 수캉아지 한 마리는 청주로 입양을 보냈고, 두 마리는 성안동과 신정동으로 분양했다. 암캉아지는 법원에 근무하는 처녀가 오피스텔에서 키운다고 입양해 갔다고 했다. 청주와 성안동으로 입양된 아이들은 나 때문에 인연이 맺어진 것이고, 명촌과 오피스텔로 입양된 아이들은 달호 후배 때문에 맺어진 인연이었다.


아이들이 어미 뱃속에서 입고 나온 옷(털)은 흰색(백구)이 세 마리였고, 노란색(황구)이 한 마리였다. 옷(털) 색상을 봤을 땐, 세 마리는 엄마를 닮았고 한 마리는 몽구를 닮았다. 강아지들은 어미젖을 떼고도 열흘정도, 태어난 지 삼십 일이 지나서 어미를 떠나보냈는데 흰 강아지는 곧 바로 화봉동으로 입양 보냈고, 노란 강아지는 몽구의 우리에 넣어 놓았다가 함께 퇴근하고 출근했다.


강아지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우리 가족들은 몽구의 새끼가 우리 곁에 왔을 때 너무나 기쁘고 행복했다. 하지만 화봉동으로 입양 간 백구의 반려자는 한 번도 진돗개-개(품종)들 중에서 야생성이 가장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사냥을 잘하고, 사나워서 밥을 주는 주인도 한 번은 물어 버린다고... 그러면서도 주인 밖에 몰라 충성심이 강하지만 사회성은 떨어진다.-를 키워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분들은 한시가 멀다고 나에게 전화를 걸어 왔다. 밥을 많이 먹는다고 전화를 했고, 똥을 많이 싼다고 전화를 했다. 사람이 곁에 없어도 울고, 밤에 사람들이 강아지 집 옆에서 잠이 들어도 운다고 전화를 해왔다. 거실에 풀어 놓으면 옷가지나 쿠션을 물어뜯고, 쇼파나 나무로 된 가구들을 물어뜯는다고 전화했다.


백구가 입양된 화봉동 전원주택까지 쫓아다니면서 훈수했지만 밍이(화봉동에서 지어준 이름)는 2주를 못 넘기고 성안동의 새로운 반려자에게 가야만 했다. 다행히 성안동 사람들은 진도를 키워본 경험도 있었고, 소형견을 실내에서 키우던 사람들이었다. 녀석은 성안동으로 들어가자마자 한집에 사는 고양이와 서른 살이 넘은 푸들을 제압하고 대장질을 하면서 잘 먹고 잘 잔다는 소식을 보내 왔다. 성견이 돼서는 ‘인물’이 뛰어나 주변에 사는 애견을 좋아하는 사람들로부터 인기가 대단하다는 소식을 사진과 함께 보내주고 있다.


몽구의 아들은 우리 집과 횟집에서 한 달 정도 머물다 청주로 떠나보냈는데, 녀석과 함께할 형(나의 친형이다. 나이 들어 시간이 여유로워지면 노후를 함께하겠다고 했다.)이 이름을 ‘칭구’라고 불러 달라고 했다. ‘칭구’는 몽구와 진순이가 낳은 새끼 중에 유일한 수놈이었다.


녀석이 청주로 가기 전에 애비인 몽구와 한 달간 지낸 시간은 나에게도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칭구’는 성격이 활달하고 외향적이었다. 태어나 처음 보는 애비인 몽구에게 꼬리를 흔들며 다가갔다. 오히려 애비인 몽구가 뒷걸음질을 하면서 경계를 했다. 언제나 혼자 지내왔던 몽구는 어른 주먹 두 개 크기의 칭구가 귀찮은 듯 피했고, 물이나 음식을 먹고 있을 때 접근하면 “으르릉”거리며 정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새끼에게 모든 것에 우선권을 주었다. 애비인 몽구가 물을 먹을 때, 새끼인 칭구가 물을 먹으려 하면 자리를 비켜주고, 고기가 붙은 뼈다귀를 먹고 있는 애비에게 달려들어도 적당히 견제를 하는 척하다가 고기가 붙은 뼈다귀를 양보해버렸다.


몽구는 하얀 물수건을 유달리 좋아한다. 나나 아내가 물수건을 손에 들고 있으면 번개같이 입으로 물어 뺏어가는데 새끼인 친구도 몽구처럼 물수건을 좋아했다. 개애비와 개아들이 물수건 하나를 두고 쟁탈전을 벌일 때면 녀석들은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하룻강아지가 범에게 달려들며 공격을 하는 것 같은 상황에서도 애비인 몽구는 아들인 칭구를 겁주거나 다치게 하지 않았다. 아들을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도 물수건을 차지하거나 뺏기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했다.


우리 셋은 동천강으로 산책을 자주 다녔는데-물이 얕고 모래가 많아서 강아지가 뛰어 놀기에 좋다- 칭구는 열배가 넘는 애비를 죽어라고 쫓아다녔다. 반면에 애비인 몽구는 새끼가 옆에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더운 날씨에 애비를 쫓다가 지치면 풀숲에서 나오지 않고, “낑 낑 낑” 울면서 애비를 부른면, 몽구는 새끼가 보일 정도의 거리에서 딴청을 부리다가 새끼가 다가오면 또 멀찌감치 도망을 가버렸다. 어른이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보다 몽구가 칭구를 키우는 과정이 더 객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천강의 얕은 물이지만 제법 우렁찬 소리를 내며 흐르는 징검다리를 건넌 적이 있었는데, 몽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건너가 버렸다. 나는 징검다리의 중간 정도에서 칭구를 지켜보았다. 칭구는 2~3분 정도 낑낑거리며 애비를 부르다가는 돌다리를 풀쩍 건너는 것이었다. 첫 번째 돌다리를 건너뛴 칭구는 나머지 돌다리도 차근차근 건너는 것이었다. 지켜보기엔 안쓰럽고 위험했지만 놀라운 광경이었다. 칭구는 애비를 따라 다니며 자연에서 살아가는 법을 제대로 체득하고 있었다. 몽구가 물속으로 걸어가면 칭구는 물을 헤엄쳐 따라 다녔는데, 칭구가 물살에 떠내려가자 몽구는 몸으로 물길을 막아서면서 물가로 몰아붙이더니 여의치 않자 입으로 물어서 물가에 내려놓았다. 암캐는 자신이 낳은 새끼를 알아본다. 그런데 수캐는 자기 새끼를 알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어미가 새끼를 구분하는 방법은 분명하지만 수캐가 어린 강아지를 대하는 몸짓은 한결같이 똑같았다. 몽구가 자신의 핏줄을 알고 있다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부족한 이유다.


하필이면 뭉치가 생리를 마칠 무렵에 전화가 온 것이었다. 몽구의 배필로 짝을 지어서 오순도순 잘살기를 바라고 있는 시점에, 그것도 신혼의 초야가 이루어지려는 순간에... 조강치처가 연락을 해왔으니 거부할 명분이 마땅하지 않았다. 다음날 뭉구를 대리고 진순이의 집으로 가려는데 뭉치도 따라 나서려고 발악을 한다. 하는 수 없이 뭉치의 목줄을 풀어 주곤 몽구를 자전거에 매달아 조강지처가 부르는 곳으로 출발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뭉치는 몽구의 뒤를 따라 2킬로미터 정도의 도심 속 도로를 잘도 따라 왔다. 육차선의 도로만 건너면 조강지처 진순이의 집이다. 갑자기 번잡해진 차들을 피해 진순이에게 건너가서 보니, 뭉치가 보이지 않았다. 은근히 기대했던 본처와 후처의 싸움은 물거품이 되고 있었다. 사실 달호 후배와 나는 암캐들의 피 터지는 싸움을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동생아 몽구하고 사는 흰개도 따라 왔데이. 몽구를 데불고 올라 카는데, 가스나가 울면서 소리를 지르고 지랄을 하는 바람에 풀었디마는 여기까지 따라 오더라.”
“어딧는교? 잘됐네! 첩사이하고 본처하고 함붙이지요, 뭐? 어데 족보도 없는 기... 진도한테 물리 죽을라고 쫓아 왔구만. 어딧단 말인교?”
“저 도로 건너편에서 사라졌는데, 안 비네!”
“행님, 가도 지 죽을 자린지 알고 꼬랑지 내랐구만! 제법 영리한 구석은 있네.”
“동생아, 가가 덩치는 진순이보다 크데이! 산에 데불고 뛰 봤는데, 힘도 좋고 빠르고 순발력도 좋더라.”
“아이고! 행님, 아만케도 진순이 한테는 안된다 카이. 도망간 거 보면 모르나.”


진순이는 네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노란(황구) 옷(털)을 입은 암컷 세 마리와 흰(백구) 옷(털)을 입은 수컷 한 마리였다. 옷 색상과 암수가 지난번 새끼들과는 정반대로 바뀐 것이었다.


뭉치는 진순이가 임신을 하고 새끼를 낳는 동안에도 생리를 하였지만 몽구와는 교미를 하지 않았다. 몽구는 뭉치가 생리를 마치면 뭉치를 따라 다니며 통사정을 하지만 뭉치는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앉아 버티면서 몽구를 받아들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뭉치가 풍기는 암내를 맡고 동네 수캐들이 몰려들어 구애를 하는데도 뭉치는 몽구를 따라 다니기만 할 뿐이다. 뭉치는 성관계를 하지 않는 사랑, 플라톤이 말한 ‘순수한 사랑’을 몽구에게 강요하는 것 같아서 수컷인 내 마음까지 애닯게 한다.


뭉치가 몽구를 따르고 좋아하는 모습은 표시가 날 정도로 드러난다. 마골산으로 운동을 나가면 뭉치는 몽구만 따라 다닌다. 몽구는 오랫동안 단련이 된 몸이어서 도심을 가로 질러 산을 뛰어 다니다 돌아와도 피곤한 기색이 나지 않지만 뭉치는 그렇지 않다. 운동을 나설 때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바다가 보이는 목적지의 정상까지는 잘도 뛰어 다니지만 돌아오는 과정에서 몹시도 힘들어 한다. 혓바닥을 길게 늘어뜨리고 침을 땀 흘리듯 흘리고 숨을 몰아쉬면서 간신히 뒤따라온다. 온다기보다는 몽구와 내가 기다려 가면서 데리고 와야 한다. 횟집이 가까워지는 효문 고가다리 밑을 지날 때쯤이면 뭉치의 발바닥에서 난 피가 도로에 자국을 남긴다. 살이 찐 무거운 몸으로 몽구를 무리하게 따라 다니다 뭉치의 뒷발바닥이 까진 것이다. 돌아와서는 쭉 뻗어서 꼼짝을 못 하다가도 기운이 돌아오면 절뚝거리면서 몽구를 따라 다닌다. 몽구가 쥐를 잡으러 뛰어다닐 때도 뭉치는 몽구만 따라 다니면서 방해 아닌 방해를-몽구가 쥐를 몰면 반대편을 막아 주든지 몽구가 있는 쪽으로 쥐를 몰아주면 좋을 텐데 뭉치는 몽구를 따라 하기만 한다.- 하면서 몽구만 따라 다닌다.


뭉치는 먹는 것 앞에서는 몽구를 따라하지 않는다. 뭉치는 빨리 먹고 많이 먹는다. 구운 고등어를 세 마리씩 똑같이 주면, 몽구가 반 마리 먹는 동안 뭉치는 세 마리를 다 먹어 버리고 몽구의 두 마리를 뺏어 먹는다. 사료를 제외한 모든 음식을 위와 같은 비율로 뭉치가 독점하듯 먹어 치운다. 그렇기 때문에 뭉치의 비만을 걱정하는 ‘감자탕집 식구들’ 사람들이 뭉치의 입이 닿지 않도록 몽구에게 음식을 놓아 주어도 뭉치는 앞발로 밥 끝을 당겨서라도 몽구의 몫을 빼어 먹어 버린다. 반면에 몽구는 먹는 것에 욕심을 보이질 않지만, 꼭 먹고싶은 음식을 제외하곤-뭉치는 과하게 욕심을 부리다가 몽구에게 물리기도 한다.- 양보를 해 버린다.

                                                                                                                                        (다음호에 계속)


칠환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