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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청소년농생명체험센터 전망대에서 본 김제 지평선축제 전경.


<도시재생 외전> 남도의 얼은 '축제의 화신'이 되어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은 연중기획 ‘도시의 매력, 울산의 숙제’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을 소개하는 ‘도시재생 외전’ 코너. 이번에는 김제 지평선축제와 부안 마실축제의 공간을 체험하면 느낀 감정이 대중교통 및 교육 문제로 이어지는 고민의 과정을 기록했다. <편집자 주>


“전국!”(MC 송해)
“노래자랑~”(김제 시민)
“빰빠빰빠빠빰빰...”(악단 반주)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김제 시내와 지평선축제 행사장을 이어주는 셔틀버스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이 타셨을 때 알아봤어야 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김제 시민들은 단지 어르신들뿐만이 아니었다. 가족 단위 관광객, 소풍을 온 청소년들도 다수를 차지했다. 특히 전북 어르신들은 ‘송해 씨’라고 부르며 동년배의 사회자에 대한 연대감과 친근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아유, 시장님 노래 솜씨도 1등이십니다. 경쟁자가 없으니까 당연히 1등이겠지 뭐...”


볕이 뜨거운 가운데 송해 선생의 재담과 경연자들의 노래 솜씨 자랑이 숨 가쁘게 이어졌다. 오후 세 시로 예정된 녹화 시간보다 30분을 앞당겨 오후 2시 30분경에 녹화가 종료됐다. 히든싱어 박현빈 편을 보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노래를 맛깔나게 부른 참가자가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전국 노래자랑 전북 김제군 편은 끝났다. 이날 마지막 초대가수는 송대관 씨였다. 노래 소리는 길 건너 국립 김제청소년농업생명체험센터 전망대에까지 울려 퍼졌다.


굳이 지상파 공영방송의 공개녹화가 없더라도 타 지자체에서 견학을 올 만큼 유명한 지역축제인 김제 지평선축제는 주민들의 땀과 재치가 배어 있다. 그런 축제의 아기자기함과 함께 드넓은 김제평야와 벽골제를 배경으로 세운 상징조형물인 ‘용’의 웅장함도 돋보인다. 각 읍면동에서 준비한 찬거리와 농경문화를 그려낸 조형물들은 외지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 충분하다.


벽골제 자체가 테마파크


벽골제는 나름 공원화, 유원지화에 성공하여 축제 없이 그 자체만으로도 나름의 콘텐츠를 형성하고 있다. 벽골제 단지 내에 조성된 농경문화박물관은 물론이요 조정래 아리랑문학관도 테마파크 벽골제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특히 벽천미술관이 눈에 띄었는데 실경산수화의 대가인 나상목 선생의 유족과 후학이 그를 기리기 위해 설립한 공간이다. 외딴 시골에 시에서 관리하는 미술관이 있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김제가 낳은 한국미술의 거목을 기념하는 시설을 건립할 만한 기반이 되며 또 그러한 인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예향 전북’의 맥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귀중한 현장이었다.


과거 우루과이라운드 체결 이후 농업이 주된 산업인 김제의 새로운 먹을거리를 창출하기 위해 민관이 기획한 김제 지평선축제는 그저 그런 동네축제에 그칠 수 있었지만 김제평야만이 가진 지평선의 특별함과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이를 극복하고 문화관광부 선정 국내 대표축제에 5년 연속 선정되는 쾌거를 올린다. 이는 국내 최초의 사례다.


농생명센터 전망대에서 본 지평선축제 현장은 너른 김제 들녘에서 아문 알곡의 빛깔과 어우러져 수확의 기쁨을 앞둔 흥겨움 그 자체를 보여준다. 오랜만에 지평선을 봐서 그런지 일단 축제를 제대로 하려면 이런 넓은 공간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이벤트가 그렇겠지만 지역의 축제도 항상 자리 문제로 고생을 겪는다. 해운대 스펀지몰이 문을 닫으면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간만에 장산역 엔씨백화점에 상영관을 마련했다. 울산은 주로 태화강대공원에서 많은 축제들을 소화하는데 행사장을 찾아갈 때마다 드는 번거로움은 이곳 둔치가 주차하기 편하거나 대중교통 접근성이라도 편해야 축제가 더욱 크겠다는 판단으로 이어진다.


그렇다. 축제를 하려면 하드웨어 또한 소프트웨어만큼이나 중요하다. 부안을 가려면 어쨌든 김제를 거쳐야 하기에 이웃 김제의 지평선축제와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전북 부안의 마실축제 사정도 들여다본다.


마실 가는 부안


‘우리 동네 마실가세’라는 친근한 구호를 내걸며 시작한 마실축제는 짜임새 있는 준비와 참신한 이벤트에도 외지인의 관심을 끄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축제를 하는 마실 길이 상당히 좁다. 읍내 주요도로를 막아서 행사장으로 활용하는데 관내 공립 가용 주차공간을 모두 끌어 모아도 주차 공간 확보도 여의치 않다.


나름 중심가로를 막아서 축제공간을 만들었지만 올해 봄 축제의 주 초청 가수인 ‘볼빨간사춘기’가 무대 위에 오른 메인 공연장은 객석이 300여 남짓 밖에 안 됐다. 전통시장과 접근성을 고려했을 수 있으나 각 읍면에서 준비한 저자거리 역시 시장 주차장을 활용해 협소하다는 인상을 줬다. 오히려 축제 부스보다는 상설시장의 푸짐하고 신선한 횟감과 먹을거리들이 더욱 흥겨운 축제 분위기를 낸다는 인상을 줬다.


더군다나 퍼레이드가 열리는 대로 중심에 있는 버스터미널은 부안을 찾은 외지인들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그 규모와 가치를 생각할 때 지금의 낡은 시설은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울산도 마찬가지다. 터미널 내,외부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그 도시의 첫인상은 물론 시정의 지향점은 물론 그 태도와 정신이 드러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터미널에 신경을 쓰는 도시는 아무래도 대중교통 이용객의 편의성과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 대중교통 노선 등의 짜임새에 관심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이는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서민층과 교통약자들을 시정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바라보느냐와 직결된다. 언양터미널 문제 때문에 하는 말이다.


전주는 60년 만에 버스체계를 개편한 이후에 버스 정류장 내 노선정보 표지판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외국인은 물론 관광객의 눈높이에 맞는 주요 관광명소 버스정보 안내판이 추가됐으며 주민들도 수많은 노선을 목적지별로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노선 안내판과 더불어 안내지도의 디자인을 크게 개선했다. 버스정류장 디자인 개선은커녕 시내버스 노선 개편에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울산시와는 영판 다른 상황이다.


청소년에 응답하라


다시 이야기의 초점을 부안과 마실축제로 옮기자면 장소의 한계에도 부안 마실축제는 주민들의 결속력을 다지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올해 부안군은 안 좋은 이미지로 외지인들의 입길에 많이 오르내리며 큰 아픔을 겪었다.


사실 스스로 위도 핵폐기장을 유치하면서 저지투쟁에 나선 군민들과 맞서기도 한 군수가 재기에 성공해 현직으로 복귀한 점도 대단한 일이다. 항간에서는 핵폐기장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경주의 모습을 보고 민심이 많이 돌아섰다고 말하니 이 또한 묘한 대목.


최근에는 부안여고 사태가 급부상하면서 사회적인 지탄을 받았으며 군내 여고가 부안여고 하나 밖에 없다는 사실 때문에 부안여상의 일반계 전환에도 탄력이 붙었다.


이때 문득 뱃놀이와 함께 마실축제를 대표하는 이미지 중의 하나인 청소년 플래시몹을 떠올려본다. 아이들이 읍내 이곳저곳에서 최신유행 음악에 맞춰 춤사위를 펼치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주민들을 흐뭇하게 한다. 좋게 보면 그러한데 군민들의 축제에서도 청소년은 동원될 뿐이고 필요에 의해 호출될 뿐이라는 못마땅함이 고개를 든다.


얼마 전 울산 청소년들을 용기를 보고 힘을 얻은 부안여고 학생들의 잇따른 고백은 스스로 문제해결의 주체로 나서 사태 해결을 이끌어낸 드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부안 학생들이 세상 속으로 나서는 데 큰 힘이 된 우신고 사태는 아직 해결보다는 봉합의 느낌을 강하게 준다. 곧이어 거론된 강남고 문제와 학생인권조례까지 어느 것 하나 매끄럽게 처리된 게 없어 씁쓸함을 남긴다. 최근 문수고에서도 한 학생이 내부 문제를 폭로한 자퇴서를 공개하고 학교를 떠나 화제가 됐다. 청소년들은 이렇게나 울산 교육의 미래를 그려나가는데 수장 없는 어른들은 제 역할을 못한다.


이채훈 기자